과학자들 “현 식량시스템 실패… 농업·소비 안 바뀌면 지구에 재앙”
“농업방식 개선하고, 육류 소비 줄이며, 값싼 음식보다 좋은 음식을”

2018.11.30/그린포스트코리아
2018.11.3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농업과 소비 부문의 대대적 변화가 없으면 붕괴한 식량 시스템이 야기한 기후재난과 영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류에 기반을 둔 농업 방식과 소비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기후변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가디언은 “130개국의 과학의료협회에 따르면 수십억명이 영양실조나 과체중인 것으로 조사돼 지구가 기후재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하고 식량 시스템과 관련한 각국 협회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남미 의료과학협회(IAP)는 보고서에서 건강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식단을 위해선 기존 식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 방식을 개선하고,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며, 값싼 식재료보다 영양분이 좋은 음식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3년 걸려 완성한 보고서는 식량 시스템이 갖는 문제점과 그 규모를 지적하며 증거에 입각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곤충식량이나 실험실에서 만드는 분자 요리 등을 지지하고, 기후변화에 저항성이 있는 옥수수 윤작법, 토양보호, 더 나은 비료 사용법, 살충제 사용량 감축 등 근본적이고 분기적인 변화를 돕는 다양한 방안을 제안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 시스템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세 번째 주요인이다. 식량 시스템은 전 세계 난방시스템, 에어컨, 빛 등을 합한 것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방출한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구조는 이제 식량 생산을 어렵게 하고 홍수나 가뭄 피해까지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식량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기후재난을 유발하는 것도 부족해 전 세계 수십억명에게 영양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체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톤의 식량이 매해 낭비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약 8억2000명이 굶어 죽는 동안 26억명이 비만(6억명)이나 과체중(20억명) 상태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아사자 중 3분의 1은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지 못했다. 반면 26억명은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과다한 영양을 섭취했다. 

영국 리즈에 위치한 공립 종합대학교 리즈 대학교의 개체군 생태학 교수이자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팀 벤톤은 식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은 붕괴했고 인류의 건강과 환경을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농업이 내는 이윤보다 훨씬 크다”며 “건강 측면은 물론 환경이나 기후 관점에서도 식량 구조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단 점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육류에 기반을 둔 소비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후정책저널(Journal Climate Policy)은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개인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최근 게재한 바 있다. 저자들은 “육류 소비를 대대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지구온난화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이대로 가면 소와 가축이 203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재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식량 시스템을 변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톤은 “지구 생존을 위해선 육류, 특히 붉은 살코기 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어느 전문가도 ‘세계가 모두 비건 혹은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가축사육이 야기하는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승용차, 기차, 배, 비행수단의 것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연료 효율에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농업에서도 마찬가지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IAP 공동 의장인 요아킴 폰 브라운은 현재의 농업 방식과 소비 행태가 재난 수준의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요인이라고 꼬집고 “다음달 2일 폴란드 남부도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는 식량구조 혁신에 대한 정치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IAP 멤버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 교수인 애프릭 오설리반은 “우리는 입법자들에게 현 식량구조가 초래하는 기후 영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식단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겐 인센티브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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