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전체 3개 구간으로 분리...삼나무 훼손 최소화"
시만단체 "의견 수렴 없는 기습 발표...원천 무효"

제주도청에 진입하려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청원 경찰들(황용운 활동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9일 제주도청에 진입하려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청원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황용운 활동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제주도가 삼나무 숲 훼손 논란으로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제주도는 지난 2개월 동안 지역 주민의 비자림로 확장공사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아름다운 경관 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은 이날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도민 뜻대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던 원희룡 도지사가 도민 의견 수렴 자리를 한 번도 갖지 않고 비자림로 공사 재개를 기습 발표했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하는 제주도의회에서 피켓시위를 진행 중이던 이들은 공사 재개 내용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제주도청으로 이동했다. 도청 내부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청원 경찰들이 막아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제주도가 발표한 비자림로 확장 개선안은 애초 계획한 전체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분리해 삼나무 수림(숲)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도로 여건을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번영로에서 비자림로로 진입하는 대천교차로에서 제2대천교까지 0.9㎞ 구간은 도로 선형 조정이 곤란해 도로 유효 폭을 애초 계획보다 2m 줄여 22m로 축소한다. 

또 도로 부지 여유 폭도 계획보다 3∼4m 축소해 현재 좌·우측 수림 훼손을 최소화한다.

제2대천교에서 세미교차로까지 1.35㎞ 구간은 현재의 왕복 2차로 좌·우측 수림을 그대로 보존한다. 대신 우측 목장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 수림을 중앙분리대(평균 8m)로 활용하고, 계획했던 2차로는 목장 부지를 활용해 신설키로 했다. 

나무가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게 될 기존 도로의 우측 삼나무 수림의 일부를 솎아내고 제주 고유 수종인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교체한다. 

이미 벌채가 진행된 곳에서 세미교차로까지 약 200m 구간은 삼나무를 추가 벌채해 폭 9m의 기존 도로를 포함 전체 22m 폭의 도로를 건설한다. 이 구간에는 폭 4m의 중앙분리대를 만들어 교목과 관목 등을 심을 방침이다. 

이에 시민단체는 결과적으로 이들 전체 구간을 현재 왕복 2차로에서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애초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 측은 “‘생태도로’라는 허울 좋은 말만 갖다 붙였을 분 당초 계획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도로가 어떻게 생태 도로가 될 수 있나. 야생동물의 로드킬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로드킬 사고로 피해를 입는 야생동물(노루·조류 등) 사례는 2016년 547건, 2017년 507건, 2018년 9월까지 425건으로 매해 400~500건 정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는 "공사가 진행되는 비자림로는 사실상 정체구간이라 볼 수 없다. 주민숙원사업이라지만 주민설명회 역시 5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끝까지 싸워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추진된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작년에 국비 10억원을 확보하면서 지난 6월 착공했지만 환경단체 등이 삼나무 훼손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자 착공 두 달여만인 지난 8월 8일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제주도는 식물, 조경, 경관, 환경, 교통 분야 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전문가 자문위원회 15명을 구성해 삼나무 수림 훼손을 최소화 한다는 대안을 이날 발표했다. 

제주도는 내년 2월부터 개선안대로 공사해 애초 계획대로 2021년 6월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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