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서 흘러와 보에 갇혀 폐사체로 발견
"신곡보 철거하면 생태계 단절 해소될 것"

한강 자연성 회복 논쟁의 최대 쟁점은 신곡수중보 개방-철거다. 신곡보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인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7년만에 보를 4개월간 임시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개방 후 결과에 따라 30년간 한강 물길을 막아온 회색 콘트리트 벽을 허물 수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보 철거 실현 후 달라질 한강의 풍경을 그려보는 기획기사 '신곡보 열리나'를 마련했다. 큰고니가 돌아오고 상괭이가 오가는 '한강의 기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 2~3마리씩 가족 단위로 다니는 상괭이는 보통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산다. 주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해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의 온난한 해수역 또는 하천 지대로 그 범위는 일본 북부에서 페르시아 만에까지 걸쳐 있다. 특이한 점은 바다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많은 하천에도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 2~3마리씩 가족 단위로 다니는 상괭이는 보통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산다. 주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해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의 온난한 해수역 또는 하천 지대로 그 범위는 일본 북부에서 페르시아 만에까지 걸쳐 있다. 특이한 점은 바다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많은 하천에도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가면 상괭이가 있다. ‘물빛에 광택 난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미소 고래’, ‘웃는 고래’ 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박물관에 전시된 상괭이는 광택도 미소도 오간 데 없이 앙상한 골격만 남아있다. 상괭이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성체가 돼 바다를 누비고 다녔을 법하다. 저를 꼭 닮은 새끼를 한 마리 낳았을지도 모른다. 

상괭이는 바다에 사는 쇠돌고래과의 돌고래로 한국의 서·남해 연안에서 주로 관찰되는 멸종위기종이다. 이 귀한 상괭이가 뼈만 남아 박물관까지 온 데에는 사연이 있다. 2015년 봄, 한강에서 잇달아 상괭이 사체가 발견됐다. 바다에 사는 돌고래가 4월15일에는 한강 선유도 공원 인근 강변에서, 5월 3일에는 성산대교 인근 강물에서 죽은 채 잇따라 목격됐다. 낯선 광경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상괭이는 아시아 대륙의 많은 하천에도 산다. 한강에서 발견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먹이를 찾다가 서해와 맞닿은 한강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일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조선시대에도 상괭이가 하천에서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태종실록에는 “큰 물고기 여섯 마리가 밀물을 타고 양천포(가양동)로 들어왔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17세기 조경남의 ‘속잡록’에는 지금의 난지도에 나타난 고래를 서울 사람들이 잡아다 기름을 짜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9세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상광어(尙光魚, 옛이름)가 한강에 모습을 보인 기록이 나온다. 

2006년 반포지구 서래섬 인근에서도 상괭이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러나 옛 문헌 모습과 달리 죽은 채였다. 산업화 이후 한강에서 발견된 세 마리 상괭이에게 나타난 공통점은 죽음.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골격은 2015년 5월의 상괭이다. 이들 죽음에 신곡수중보를 빼놓기 어렵다. 

당시 상괭이의 죽음을 맞은 환경시민단체들은 하류에 설치된 신곡보에 혐의를 뒀다. 한강은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으로 민물때는 서해 바닷물이 잠수교까지도 역류한다. 몸집이 작은 새끼 상괭이가 이때 한강으로 넘어 들어왔다가 물이 빠지자 신곡보에 갇혔다는 얘기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에는 어린 상괭이가 좋아하는 새우류가 풍부하다. 특히 서해는 3~6월 새우어장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이 시기 먹이를 쫓아 한강 하구까지 거슬러 왔을 가능성이 크다.

2015년 5월3일에 성산대교 인근 강물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는 현재 서대문자연박물관 2층에 전시돼 있다.(박소희 기자)2018.11.29/그린포스트코리아
2015년 5월3일에 성산대교 인근 강물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는 현재 서대문자연박물관 2층에 전시돼 있다.(박소희 기자)2018.11.29/그린포스트코리아

한강에서 사체로 발견돼 고려연구소 검시대에 오른 '4월의 상괭이'의 사인은 질식사가 아니었다. 외상 역시 없었다. 당시 해부를 맡은 이경리 건국대 수의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괭이의 위는 텅 비어있었다”라고 말했다. 어쩌다 무리를 잃은 어린 돌고래가 밀물 때 한강까지 넘어왔지만 먹이도 구하지 못 하고 보 안쪽에 갇혀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추정이다.

서해에서 수중보만 넘어서면 한강은 텅 빈 어항, 거대한 물그릇이다. 양 허리를 신곡보와 잠실수중보가 가로막아 생태계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두 수중보는 전두환 정부 한강종합개발사업의 핵심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준공됐다. 

본래 강에는 다양한 생물 종이 산다. 사람도 피가 돌아야 살고, 물도 흘러야 썩지 않는다.

서울시는 수생생태계의 단절을 불러온 신곡보를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임시 개방한다. 개방 결과 분석에 따라 신곡보 철거는 본격화될 수 있다.

홍수가 나면 1800~2000m로 강폭을 늘렸다가 갈수기엔 50m까지 제 폭을 축소하던 과거의 한강은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물고기가 알을 낳는 모래톱이 있었고, 이를 노리는 물새들이 강변을 날아다녔다. 길게 늘어진 백사장에서 강수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사라졌다. 

신곡보가 열리면 한강이 다시 생태를 품는 강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상괭이의 앙상한 뼈는 거대한 수로로 전락한 지금의 한강이 본래 바다와 만나는 강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상괭이 뿐만 아니라 재두루미, 큰기러기 등 겨울철새도 신곡수중보를 경계로 상류쪽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신곡보가 열리면 그런 친구들이 이동할 여지가 있다"며 "상괭이나 새들은 한강 자연성 회복의 상징이다. 신곡보가 철거되면 생태적 단절이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웃는 모습이라 '미소 고래'라고도 불리는 상괭이.(서울시 제공)
웃는 모습이라 '미소 고래'라고도 불리는 상괭이.(서울시 제공)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