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교수 “WHO 목표값 달성하려면 근본대책 필요”
“국내 미세먼지 발생 저감 노력 비하하고 매도하는 일부 언론 반성해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과 함께 단계별 목표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세먼지 전문가인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7일 환경운동연합에 기고한 ‘WHO가 미세먼지 기준을 만든 진짜 이유’라는 글에서 이 같이 말하고 그러려면 경유차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전구물질을 배출하는 휘발유차에 대해서도 과도한 운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교통대책을 마련하는 등 어려운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WHO가 자기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안전한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이 전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각 국가의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자기들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강화하라고 요구하진 않는다고 했다. 각 국가의 경제, 사회, 기술적인 능력을 고려해 환경기준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단 이유로 초등학생들에게도 똑같은 능력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미세먼지 오염 역시 각 나라별로 해결 능력이 다르기에 전 세계가 WHO 기준을 단시간에 충족할 방법은 실질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WHO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몇 개의 단계별 잠정적 목표 값을 동시에 제시했다. PM2.5 연평균 농도 1단계 목표는 35㎍/㎥이고, 2단계 목표는 25㎍/㎥, 3단계 목표는 15㎍/㎥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WHO는 1단계 목표인 PM 2.5 35㎍/㎥의 오염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가이드라인인 10㎍/㎥일 때보다 사망률이 약 15%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에서 2단계 목표인 25㎍/㎥까지 낮추면 조기 사망률을 약 6% 낮출 수 있고, 3단계 목표인 15㎍/㎥까지 더 줄이면 사망률을 6% 더 낮출 수 있다. PM 2.5를 10㎍/㎥ 줄이면 평륜 사망률이 6% 감소하니 열심히 미세먼지 오염을 개선하라는 뜻이다.
WHO의 PM 10 연평균 농도의 단계별 목표는 먼저 PM 2.5 값의 두 배다. 1단계, 2단계, 단계의 목표가 각각 70㎍/㎥, 50㎍/㎥, 30㎍/㎥으로 정해졌다.
WHO는 24시간 평균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과 단계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4시간 평균의 단계별 목표는 PM 10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1단계, 2단계, 3단계 목표가 각각 150㎍㎥, 100㎍/㎥, 75㎍/㎥이며, PM 2.5는 이의 절반 수치인 75㎍/㎥, 50㎍/㎥, 37.5㎍/㎥로 정했다.
1단계 목표 값에 해당하는 농도에선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때보다 단기 사망률이 5% 높고, 여기에서 2단계 목표 값까지 개선하면 사망률을 2.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WHO는 보고 있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PM2.5를 기준으로 보면 오염도를 10㎍/㎥ 줄이면 사망률이 1% 감소하는 것이어서, 장기 평균 오염도를 줄이는 효과와 비교하면 수치상으론 6분의 1 수준이다.
장 교수는 WHO가 연평균 기준 달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과 단계별 목표를 정할 때 일반적으로 연평균을 우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보다 대기오염 수준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1950년대처럼 극심한 오염 현상의 발생에 대한 우려가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WHO의 미세먼지 기준은 단순히 공기질을 판단하는 잣대 역할을 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공기질을 끝없이 개선해 나가도록 최종 목표와 단계별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한국의 경우 2000년 전후에 WHO의 1단계 목표 값을 달성하고 2010년 2단계 목표 값을 달성했으나 그 후로는 길을 잃고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 목표를 달성하면 바로 그다음 3단계로 목표를 강화해야 하는데, 무려 8년을 버티다가 올해 상반기에 비로소 WHO의 3단계 목표 수치로 강화됐다고 장 교수는 밝혔다. 장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오세아니아 등의 일부 도시만이 WHO의 3단계 기준을 충족했거나 충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대기오염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최악 상태에서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은 선진국 도시의 약 두 배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2단계 목표를 달성한 뒤 3단계 목표 값을 충족하기 위해 애쓰려는 점은 그간의 성취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목표인 3단계 목표 값 달성은 지금까지 달성한 목표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라고 장 교수는 말했다. 3단계 목표 값을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관리하지 못했던 선박이나 이륜차 등 다양한 오염원, 영세업체 등을 비롯한 서민 생활과 밀접한 오염원, 노천에서의 크고 작은 소각, 그리고 바다, 나대지, 농지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오염원 등까지 잘 관리해야 한다. 또 경유차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전구물질을 배출하는 휘발유차에 대해서도 현재의 과도한 운행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교통대책, 사회대책이 나와야 한다.
장 교수는 “국민의 유례없이 높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긍정적 에너지로 만들어 환경에 유익한 활동이 더 혜택을 받는 사회, 저에너지 고효율의 사회를 만드는 동력으로 만들어야만 WHO의 3단계 목표 값 달성이 가능해진다”면서 “국민의 우려를 공포심으로 발전시켜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회사의 매출 증가나 적극적으로 돕고, 국내 발생량 저감에 대한 노력을 비하하고 매도하는 여론을 부추기고, 남 탓만 하면서 국민이 하늘과 바람만 바라보게 만드는 일부 언론은 WHO의 참뜻을 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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