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교수 “WHO 목표값 달성하려면 근본대책 필요”
“국내 미세먼지 발생 저감 노력 비하하고 매도하는 일부 언론 반성해야”

28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촬영한 하늘. 미세먼지, 황사 탓에 뿌옇게 보인다. (사진=채석원 기자)
28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촬영한 하늘. 미세먼지, 황사 탓에 뿌옇게 보인다. (사진=채석원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과 함께 단계별 목표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세먼지 전문가인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7일 환경운동연합에 기고한 ‘WHO가 미세먼지 기준을 만든 진짜 이유’라는 글에서 이 같이 말하고 그러려면 경유차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전구물질을 배출하는 휘발유차에 대해서도 과도한 운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교통대책을 마련하는 등 어려운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WHO가 자기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안전한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이 전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각 국가의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자기들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강화하라고 요구하진 않는다고 했다. 각 국가의 경제, 사회, 기술적인 능력을 고려해 환경기준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단 이유로 초등학생들에게도 똑같은 능력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미세먼지 오염 역시 각 나라별로 해결 능력이 다르기에 전 세계가 WHO 기준을 단시간에 충족할 방법은 실질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WHO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몇 개의 단계별 잠정적 목표 값을 동시에 제시했다. PM2.5 연평균 농도 1단계 목표는 35㎍/㎥이고, 2단계 목표는 25㎍/㎥, 3단계 목표는 15㎍/㎥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WHO는 1단계 목표인 PM 2.5 35㎍/㎥의 오염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가이드라인인 10㎍/㎥일 때보다 사망률이 약 15%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에서 2단계 목표인 25㎍/㎥까지 낮추면 조기 사망률을 약 6% 낮출 수 있고, 3단계 목표인 15㎍/㎥까지 더 줄이면 사망률을 6% 더 낮출 수 있다. PM 2.5를 10㎍/㎥ 줄이면 평륜 사망률이 6% 감소하니 열심히 미세먼지 오염을 개선하라는 뜻이다.

WHO의 PM 10 연평균 농도의 단계별 목표는 먼저 PM 2.5 값의 두 배다. 1단계, 2단계, 단계의 목표가 각각 70㎍/㎥, 50㎍/㎥, 30㎍/㎥으로 정해졌다.

WHO는 24시간 평균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과 단계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4시간 평균의 단계별 목표는 PM 10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1단계, 2단계, 3단계 목표가 각각 150㎍㎥, 100㎍/㎥, 75㎍/㎥이며, PM 2.5는 이의 절반 수치인 75㎍/㎥, 50㎍/㎥, 37.5㎍/㎥로 정했다.

1단계 목표 값에 해당하는 농도에선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때보다 단기 사망률이 5% 높고, 여기에서 2단계 목표 값까지 개선하면 사망률을 2.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WHO는 보고 있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PM2.5를 기준으로 보면 오염도를 10㎍/㎥ 줄이면 사망률이 1% 감소하는 것이어서, 장기 평균 오염도를 줄이는 효과와 비교하면 수치상으론 6분의 1 수준이다.

장 교수는 WHO가 연평균 기준 달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과 단계별 목표를 정할 때 일반적으로 연평균을 우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보다 대기오염 수준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1950년대처럼 극심한 오염 현상의 발생에 대한 우려가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WHO의 미세먼지 기준은 단순히 공기질을 판단하는 잣대 역할을 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공기질을 끝없이 개선해 나가도록 최종 목표와 단계별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한국의 경우 2000년 전후에 WHO의 1단계 목표 값을 달성하고 2010년 2단계 목표 값을 달성했으나 그 후로는 길을 잃고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 목표를 달성하면 바로 그다음 3단계로 목표를 강화해야 하는데, 무려 8년을 버티다가 올해 상반기에 비로소 WHO의 3단계 목표 수치로 강화됐다고 장 교수는 밝혔다. 장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오세아니아 등의 일부 도시만이 WHO의 3단계 기준을 충족했거나 충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대기오염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최악 상태에서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은 선진국 도시의 약 두 배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2단계 목표를 달성한 뒤 3단계 목표 값을 충족하기 위해 애쓰려는 점은 그간의 성취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목표인 3단계 목표 값 달성은 지금까지 달성한 목표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라고 장 교수는 말했다. 3단계 목표 값을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관리하지 못했던 선박이나 이륜차 등 다양한 오염원, 영세업체 등을 비롯한 서민 생활과 밀접한 오염원, 노천에서의 크고 작은 소각, 그리고 바다, 나대지, 농지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오염원 등까지 잘 관리해야 한다. 또 경유차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전구물질을 배출하는 휘발유차에 대해서도 현재의 과도한 운행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교통대책, 사회대책이 나와야 한다.

장 교수는 “국민의 유례없이 높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긍정적 에너지로 만들어 환경에 유익한 활동이 더 혜택을 받는 사회, 저에너지 고효율의 사회를 만드는 동력으로 만들어야만 WHO의 3단계 목표 값 달성이 가능해진다”면서 “국민의 우려를 공포심으로 발전시켜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회사의 매출 증가나 적극적으로 돕고, 국내 발생량 저감에 대한 노력을 비하하고 매도하는 여론을 부추기고, 남 탓만 하면서 국민이 하늘과 바람만 바라보게 만드는 일부 언론은 WHO의 참뜻을 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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