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4마리 연간 메탄 배출량 자동차 1대 맞먹어
50년간 숲에서 개간된 토지 65%가 축산업 때문
축산 암모니아-공장 질소산화물 만나면 미세먼지

"인간의 식단에서 육류를 제외시키는 것은 인간 의식의 역사에서 인류학적 전환을 의미한다."(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독일에만 800만명으로 추산될 만큼 전세계적으로 육식을 절제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채식주의자'가 늘어난다. 건강한 삶,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채식주의의 동기는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소수의 문화다. 채식주의에 대한 막연한 반감도 없지않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육식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법.제도.문화적 국내외 현황, 채식주의 기본지식을 알아보는 Q&A와 인터뷰 등을 통해 채식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획기사 '비건 라이프'를 마련했다. 이제 식성도 '다양성'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UNFCCC)에 세계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참석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이 자리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을 제안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라젠드라 파차우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당시 의장은 “일주일에 하루만 육식을 채식으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1/25로 줄일 수 있다”며 폴 매카트니의 뜻에 적극 동의했다.

채식주의가 국제 사회의 문제인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나왔다.(픽사베이 제공)2018.11.22/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주의가 국제 사회의 문제인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나왔다.(픽사베이 제공)2018.11.23/그린포스트코리아

 

실제로 세계 각국은 축산업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환경오염의 중대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해 왔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중 18%가 가축에서 나온다.

FAO는 소 1마리가 1년 동안 방출하는 메탄은 47㎏로, 4마리가 내보내는 메탄이 자동차 1대에서 나오는 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양만 봐도 한 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18㎏가량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는 세금으로 축산업의 환경오염을 억제한다. 유럽 발트해에 위치한 에스토니아는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에 세금을 물린다. 이른바 ‘방귀세’로 불린다.

뉴질랜드도 2003년 축산농가에 추가세금을 물리려고 시도했다. 가축산업이 팽창할 수록 환경피해 규모가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뉴질랜드 정부는 축산농가로부터 연간 약 840만 달러를 거둬 온실가스 연구 등에 쓰려 했다. 다만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 했다.

국내에서도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는 여러 차례 보고돼 왔다.(픽사베이 제공)2018.11.22/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에서도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는 여러 차례 보고돼 왔다.(픽사베이 제공)2018.11.23/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강원대학교동물생명과학대학이 공동연구해 2016년 발표한 ‘국내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축산 온실가스 저감노력이 절실하다.

논문은 2013년 국내 가축분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7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축산물의 소비량 증가에 따라 가축 수육두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축산업의 확장은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심지어 미세먼지를 유발하기까지 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60~2011년 50여년 동안 숲에서 전환된 전세계 토지의 65%가 축산업을 위한 개간이었다. 계속 늘어나는 가축들의 사료를 마련하기 위해 숲과 생물 다양성을 파괴해왔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축산을 위한 물 사용량은 전체 농업에서 사용하는 양의 29%를 차지한다. 대규모 산업식 축산 농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비료, 살충제, 가축을 위한 약품들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킨 다음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온다는 게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또 2015년 미항공우주국(NASA)는 '네이처'에 “동물의 대변과 비료에서 발생한 암모니아 가스가 대기 중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등과 결합한다”며 “이는 심장과 폐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가 된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9월 국내의 축산업에 따른 환경오염과 육류소비 증가세를 언급하며 채식주의가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내 육류소비 증가세 그래프.(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제공)2018.11.23/그린포스트코리아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9월 국내의 축산업에 따른 환경오염과 육류소비 증가세를 언급하며 채식주의가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내 육류소비 증가세 그래프.(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제공)2018.11.23/그린포스트코리아

이에 채식주의가 축산업 환경오염 피해를 줄일 한 가지 방법으로 거론된다. 육류 소비 감소가 육류 산업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세인 탓에 더욱 주목받는다.

FAO는 2001년 2억2900만 톤인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이 2050년에는 4억6500만 톤까지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유 생산량은 과거 5억8000만 톤에서 10억43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의 국내 육류소비 증가세 및 가축분뇨에 따른 환경피해를 규명하며, 채식주의가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인구는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했는데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1년부터 15년간 연평균 2.7% 증가했다”며 “육류 대신 치즈제품, 견과류, 콩류, 식물성 육류대용식품, 두부 등의 단백질 소비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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