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레프트: 전 세계 생태사회주의 운동의 모든 것'
"생태위기 해결, 성장론 폐기 없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그린레프트∥저자 데렉 월∥역자 조유진∥이학사∥270쪽∥사회학
그린레프트∥저자 데렉 월∥역자 조유진∥이학사∥270쪽∥사회학

 

이 책의 한 단락: 가장 걱정스러운 것 가운데 하나는 바다의 산성화다. 바다는 탄소흡수계기 때문에 대기보다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한다. 산업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지금처럼 흡수하다가는 탄산칼슘 껍질로 이뤄진 조개는 50년 내 멸종할 것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자본으로 탄소를 거래하고, 환경 기여도가 거의 없는 은행이 그 이익을 취하는 세상이다. 심지어 ‘환경에 대한 우려’가 성장 신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벌이는가 하면,  오염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친환경을 가장한 제품을 버젓이 출시한다. 수십 년간 국제 석유회사들은 나무를 심는 ‘그린 데이’ 행사를 열고, 환경 분야 NGO를 후원해왔다. 

기후변화까지도 자본의 이익을 증대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인 셈이다. 개인 생활습관을 아무리 환경친화적으로 바꾼다 해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환경보호는 끝나지 않는 싸움과 같다. 데렉 월이 쓴 ‘그린레프트’는 생태사회주의가 단지 자본주의의 비판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새롭고 작동 가능한 경제사회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문제는 권력의 문제

기후변화, 토양침식, 바다의 산성화 등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왜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저자는 그 답을 자본주의에서 찾는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를 그대로 놓아둔 채 환경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배 밑바닥에 뚫린 구멍을 막지 않고 바가지로 물만 퍼내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잉글랜드 웨일스녹색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저자는 2006년 녹색당 안에 반자본주의 생태사회주의 그룹인 ‘그린레프트’를 발족시킨 개척자다. 그는 계몽을 통해 생태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 환경운동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생태마저 상품화하는 '녹색성장론'의 문제점을 모두 비판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에 의존한다. 만약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덜 생산한다면 현재의 경제체제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이 책은 이것이 우리가 생태 위기를 겪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인간의 탐욕을 차치하고서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의 경제체제가 '덜 획득하고 덜 소비하면' 혼돈으로 치닫게 돼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성장은 일종의 신화며, 거스를 수 없는 임무라고 말한다. 따라서 생태 위기에 대한 대처는 정치·경제 권력과 동떨어질 수 없다고 본다. 오늘날 환경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권력에 대한 근본 이슈를 다루는 데 실패했으며 이 점에서 생태사회주의 운동이 요청돼야 한다고 설득한다. 

생태사회주의란 생태적 위기를 가져오는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산업화에의 반대와 생태 보존을 주창한다. 

◇그린레프트, 생태적이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미래를 위한 선언

한때 우리 사회에서 유행했던 단어 '녹색성장'은 허구였다. 녹색과 자본주의적 성장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이 책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움직임을 그린레프트, 즉 생태사회주의의 관점에서 그려낸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반대에서 공공 교통의 확대, 배출권거래제의 모순, 노동의 재구성까지 그린레프트의 시야는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그린레프트가 추구하는 것은 단지 생태를 보존하고 회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생태 파괴를 가져오는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의 폐해를 바로잡음으로써 자연과 하나인 본래의 인간성을 되찾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게 목적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정치적 실천과 전 세계적 연대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회주의와 생태를 잇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으로 맑스를 재해석한다. 이 책은 맑스와 엥겔스에서 출발해 윌리엄 모리스, 머레이 북친, 존 벨라미 포스터, 조엘 코벨까지 이어지는 긴 사상적 배경을 갖고 있다. 기존 환경보호운동이나 녹색자본주의는 물론이고, 소련식 사회주의나 사민주의를 모두 비판하며 새로운 세계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 ‘만족함’이 ‘더 많이’를 대체해야

책은 자본주의하의 생태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소유 개념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것은 바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의 ‘시민 참여’, 절대적인 소유권 사상에 입각한 배타적 울타리 치기가 아닌 ‘공유재 개념에 따른 공동체 정신의 복원’, 인류를 공멸로 이끄는 ‘무분별한 성장주의의 폐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 없는 번영’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성장은 우리에게 필요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것들에 대한 접근을 증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러한 것들의 화폐가치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생활수준 저하 없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통찰이다. 

자본주의경제에선 상품을 구입한 다음 그것을 버리고 재구입하면 경제가 성장한다. 즉 상품의 교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적게 생산하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접근을 증대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경제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생태 위기를 극복하려면 낭비를 줄이는 경제체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교환에 기초한 자본주의경제와 사용에 기초한 생태경제를 비교하면 낭비를 줄이는 경제체제는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고 말한다. '교환'이 아닌 '사용'에 초점을 두면 상품의 소비와 생산, 폐기를 가속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생태 위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독자에게 유용한 지침서다. 한국 사회에 산적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태사회주의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울러 21세기 세계 좌파 정치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그린레프트, 데릭 월, 이학사)

◆신간소개  

 

◇'아! 병호' 희곡집 '이웃집 발명가' 소설 '안녕 다비도프氏' 등 신선한 유머와 기발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근우 작가가 아홉 살 유년시절의 추억을 담은 이야기책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진짜 웃기는 아이, 병호. '아 병호!'는 어린이 독자에게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와의 관계를, 어른 독자에게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전 세대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게 만드는 이야기책. (북극곰/1만3000원)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낭만주의를 넘고 상징주의를 품어 핸대시의 초석을 다진 시인 보들레르와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마티스 두 거장이 만났다. 앙리-마티스가 직접 편집하고 삽화를 그린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이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출간됐다. '악의 꽃' 제1판에서 제3판까지 수록된 시 가운데 화가 앙리 마티스가 직접 선별한 시 33편과 역자가 추가 번역한 '만물교감' '가을의 노래'를 포함해 총 시 35편이 담겼다. (문예출판사/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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