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기질 개선되는데… 한국은 정체 또는 증가
실익 없는 국가간 환경분쟁,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반도가 고농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정부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시행, 친환경차량등급제 마련 등 대응에 나섰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국민적 공감대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주목받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중국원인론에 대한 분석, 국회 차원의 입법 상황, 해외 주요도시의 차량 제한 정책을 4회에 걸쳐 점검하는 기획기사 '미세먼지 제로'를 마련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대한민국이 초미세먼지(PM2.5)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항상 중국이 '원흉'으로 지목된다. 중국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공장을 국내와 가까운 산둥성 지방으로 옮겼다는 괴담도 유행한다. 낙엽 구경도 포기하게 만든 미세먼지, 중국 탓만 하는 게 맞을까. 환경 전문가들은 중국만 쳐다보기보다 국내 미세먼지 저감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은 국내와 해외로 발원지가 나뉜다. 우리나라는 11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미세먼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시기에는 중국에서 한반도로 향하는 편서풍이 불어온다. 이를 타고 온 중국발 미세먼지와 정체된 국내 대기 상황이 맞물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중국원인론'에는 몇가지 허점이 있다.

◇중국 미세먼지 줄어드는 동안 국내 미세먼지는 정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7일 서울 남산 타워가 흐릿하게 보인다. (서창완 기자) 2018.11.7/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7일 서울 남산 타워가 흐릿하게 보인다. (서창완 기자) 2018.11.7/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동안 중국의 대기는 더 깨끗해졌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는 지난 3월 ‘중국이 오염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나?’ 보고서에서 중국 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2013~2017년 중국 전역 200곳 이상에 걸쳐 시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중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30% 이상 감소했다

중국 정부 요청으로 4년간 분석 연구를 진행한 EPIC의 마이클 그린스톤 소장은 “중국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에서 성과를 얻었다”며 “역사적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대기오염을 줄인 사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특히 베이징 등 최고 오염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3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 쪽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공기질 개선을 이뤄냈을 거라는 의심이 나왔다. 그러나 산둥성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54.6㎛/㎥에서 29.7㎛/㎥로 46% 감소했다. 90.6㎛/㎥에서 58.8㎛/㎥로 35% 감소한 베이징 지역보다 감소 폭이 더 컸다.

중국의 2017년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EPIC 보고서 제공) 2018.11.14/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의 2017년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EPIC 보고서 제공) 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 주요도시의 대기질이 개선되는 동안 오히려 서울은 악화됐다.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측정이 시작된 2015년 3월 30㎍/㎥이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 3월 31㎍/㎥로 늘었다.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8㎍/㎥에서 2017년 32㎍/㎥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냐, 국내냐'라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복합적 원인을 가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로 동북아시아 풍속이 감소한 게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외 오염물질이 적절히 순환되던 과거와 달리 대기 정체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세먼지 오염원이 갈수록 쌓인다는 분석이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풍속이 줄어드는 현상이 5년 정도 지속돼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타났다”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기후 변화와의 관계에서 따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익 없는 국가간 환경분쟁… 국내 저감 노력 필요

지난 7일 차량 2부제 시행으로 한산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차장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11.7/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7일 차량 2부제 시행으로 한산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차장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11.7/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간 분쟁을 통해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환경부의 '국가간 환경피해 분쟁사례' 연구자료를 보면 미국-캐나다(산성비), 구 소련-핀란드(산성비) 등 국경이 맞붙은 나라 간 분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분쟁 발단부터 협상이 개시될 때 까지만 쳐도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캐나다 동부와 미국 동북부 지역 산성비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은 1970년대 시작돼 1991년 3월에서야 양국간 ‘대기협정’이 체결로 귀결됐다. 양국 정부는 ‘장거리 대기오염에 관한 연구협의 그룹’을 구성해 공동연구를 수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제련소 이산화황(SO2) 분쟁 역시 1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결판이 났다. 미국 측은 1927년 캐나다 내 제련소에서 발생해 입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이는 1941년 중재판정에서 배상책임을 인정 받았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서해를 사이에 두고 국경이 떨어져 있다. (구글 어스 캡처) 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과 우리나라는 서해를 사이에 두고 국경이 떨어져 있다. (구글 어스 캡처) 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과 중국은 서해를 끼고 있고 국경이 맞닿아 있지도 않다. 분쟁으로 책임 소재를 가리기는 더욱 어려운 조건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나라 간 정보 공유와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다. 한중이 연구팀을 꾸리고 기상, 오염원 등을 장기간 파악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중 양국은 2017년부터 함께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 6개 도시의 대기질을 공동측정하는 '청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20년 결과를 발표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보상을 받아내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오히려 긴밀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미세먼지 원인에 국내외 요인이 뒤섞여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 국내 미세먼지 오염을 중국 탓으로만 돌리는 건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정부의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미세먼지 주원인인 소각과 연소를 줄이는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정교화되고 고도화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소각과 연소를 막는 근본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도시에서 문제되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쓰레기 소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석탄, 석유, 가스, 재생연료 순으로 사용량을 줄이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것들에는 집진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장 대표는 "최근 환경부의 클린 디젤 폐기 등은 잘된 정책"이라며 "중국 핑계만 대지 말고, 생활 밀착형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 개발에도 꾸준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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