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향수 부추기려고 근거 없는 이야기 퍼뜨렸나’ 논란
“산 문재인이 죽은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 SNS에 올리기도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 제안으로 제주에서 귤 농사가 시작됐다고 했다. ‘박정희 향수’를 부추기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정부는 제주도 감귤 200톤을 평양에 보냈다. 10kg짜리 무려 2만 상자다. C-130 공군수송기 네 대가 동원돼 평양순안공항까지 날아갔다”며 “작전용 수송기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렇게 귤이 주고 싶으면 판문점에 보내서 가져가라 하면 될 일이지 안방에 택배까지 해 줘야 하나”라면서 “택배기사가 유사시 총이나 제대로 쏠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평양에 간 귤은 노동당 간부들이 맛있게 먹겠지만 국제사회와 한미공조에는 쓰디쓴 탱자가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제주도 감귤은 누가 심었는지 아나. 1962년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의장이 제주를 방문하면서 감귤농사를 제안해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라며 “56년 전 벌써 먹고살 길을 찾은 분(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걸 3대 세습 독재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갖다 바치는 분…. 비교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제안으로 제주가 귤농사를 도입했다는 김 의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제주 감귤 자체의 역사는 백제 시대로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성돈 농촌지도사(제주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는 지난 9월 제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제주의 감귤재배 역사를 돌이켜보면 고려사에 백제 문주왕 2년(서기 476년) ‘탐라에서 토물(土物)을 헌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감귤이 재배되고 외부와 교류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제주의 감귤재배 역사는 1500년 그 이상일 것으로 가늠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임금이 진상품인 감귤을 성균관 유생들에게 나눠줬다는 기록도 있다.

현재 품종인 온주밀감의 역사만 따져도 김 의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1911년 프랑스인인 에밀 조셉 타케 신부가 일본에서 가져온 온주밀감나무 15그루를 서귀포시 서홍동 소재 복자수도원에서 시험재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전라남도 종묘장 제주지장은 워싱톤네블오렌지, 온주밀감, 하귤 세 종류의 묘목 150본을 농가에 권장 재배했다. 일본인들은 서귀포 인근에 온주밀감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감귤 과수원도 이미 1950년대에 한국인들에 의해 조성됐다. 이 농촌지도사는 “온주감귤은 감귤산업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50년대부터 과수원이 조성돼 1968년부터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지원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육성되면서 제주도가 감귤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집단재배 체계를 장려해 감귤 산업을 활성화했을 순 있지만 감귤농사를 제안해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셈이다.

일각에선 대표적인 친박근혜계인 김 의원이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근거 없는 이야기를 SNS에 올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뜻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고사까지 언급한 김 의원이 한국에서의 귤의 역사를 과연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1돌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리고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산 문재인이 죽은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지만 우린 그분(박 전 대통령)을 잊을 수가 없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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