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런던 도심 내 상시 운행제한
일반 차량 진입도 규제하는 추세
서울은 내년 비상시 노후차량만 적용

한반도가 고농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정부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시행, 친환경차량등급제 마련 등 대응에 나섰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국민적 공감대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주목받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중국원인론에 대한 분석, 국회 차원의 입법 상황, 해외 주요도시의 차량 제한 정책을 4회에 걸쳐 점검하는 기획기사 '미세먼지 제로'를 마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 이달고 파리시장, 사디크 칸 런던시장이 2017년 3월29일 파리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 안 이달고 파리시장, 사디크 칸 런던시장(오른쪽부터)이 2017년 3월29일 파리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전 세계 도시가 ‘자동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상위법 미비 등으로 다른 선진국 도시에 견줘 출발이 늦었다. 2017년 3월 파리, 런던과 함께 추진하기로 한 ‘자동차 환경 등급제’가 올해 9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노후차량의 도심 진입을 상시 제한하는 건 물론 일반 차량의 진입도 규제하는 추세다. 반면 서울은 비상저감조치 발령일에만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수준이다.

◇ 파리-2030년까지 경유.휘발유 차량 완전 추방

파리는 2016년 7월부터 이미 크리테르(Crit’air) 제도를 운영했다. 프랑스어로 ‘기준’을 뜻하는 크리테르(critère)와 ‘대기’를 뜻하는 'air'를 붙인 합성어다.

크리테르는 차량을 총 5등급으로 나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5등급을 받은 차량과 분류 불가능한 차량의 도심 내(ZCR) 운행을 상시 제한한다.

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파리는 2016년 7월부터 이미 크리테르(Crit’air) 제도를 운영했다. 이는 프랑스어로 ‘기준’을 뜻하는 크리테르(critère)와 ‘대기’를 뜻하는 'air'를 붙인 합성어다.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경유 차량이 5등급이다. 휘발유 차량이 받는 가장 낮은 등급은 4등급이다. 2~4등급에 해당하는 차량도 등록년도와 유로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나뉜다. 

1등급은 △모든 전기차와 수소차 △LPG·LNG·하이브리드 차량 △2011년 1월 이후 제조된 차량 중 유로 배출가스 기준 중 유로5 단계 혹은 유로6 단계에 해당하는 차량이다.

라벨 부착도 2017년 7월부터 의무화됐다. 등급이 라벨을 붙이지 않은 차량을 ZCR에서 몰면 경차는 68유로(약 8만6000원), 중형차는 135유로(약 172만2000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의 의장인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지난 1월 “경유 차량은 2024년까지, 휘발유 차량은 2030년까지 파리 시내에서 모두 내쫓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파리메트로폴(GMP) 행정위원회는 지난 12일 고속도로 A86 이내의 지역을 배기가스 저감지역(ZFE)으로 정하고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했다. 크리테르 5등급인 디젤 차량과 분류불가능한 노후 차량은 2019년 7월부터 파리를 포함한 79개 자치구에서 지역에서 운행이 어려워진다. 도심 내 노후차량 진입 제한도 한층 강화된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크리테르 4등급 차량도 도심 내 진입이 금지된다.

파리는 노후차량 뿐 아니라 차량 진입 자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중 하나가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방안이다. 시민들이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달고 파리시장은 지난 3월 20일 프랑스블뢰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의회와 외부 전문가들에게 파리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방안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30km 존'도 차량 진입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파리시는 2013년부터 도심 내 '30km/h 존'을 정하고 운행 속도를 제한했다. 현재까지 전체 면적의 85%에 이른다. 2020년까지 파리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는 늘린다. 승용차를 몰기에 불편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 런던-도심 운행 노후차량에 최대 3만원 부과

런던도 2017년 10월부터 T-차지(charg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T-차지는 유독성(toxicity)을 의미하는 T에 요금(charge)을 붙인 용어다. 런던 도심을 운행하는 노후차량에 추가비용을 물린다.

2006년 이전 등록된 노후차량이 런던 도심(혼잡통행구역, CCZ)에 들어오면 추가부담금 10파운드(약 1만4000원)를 내야 한다. T-차지가 정한 ‘최소한’의 유로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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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는 2019년 4월 8일부터 T-차지를 ‘Ultra Low Emission Zone’으로 수정·보완해 한층 강도 높은 기준으로 차량의 대기 배출가스를 통제할 예정이다.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T-차지 대상이 되는 차량은 유로 4단계 이하인 휘발유와 경유 차량, 유로 3단계 이하인 삼륜 혹은 사륜 오토바이다.

런던 시는 2019년 4월 8일부터 T-차지를 ‘Ultra Low Emission Zone’으로 수정·보완해 한층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런던의 대표적인 차량 규제 정책은 ‘혼잡통행료’다. 장애인 차량, 이륜차량, 구급·화재 차량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이 대상이다. 월~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CCZ에서 운행하려면 하루당 11.50파운드(약 1만6800원)를 내야 한다.

만일 T-차지 수수료 부과 대상인 노후차량이 이 지역에서 들어오면 총 21.50파운드(약 3만1400원)를 물어야 한다.

◇ '보행도시' 지향하는 마드리드 & '디젤차량 금지' 판결 내려진 슈투트가르트

스페인 마드리드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동차 규제에 나섰다.

마드리드는 지난 8월 시내 중심부인 그란비아 대로의 차로를 좁히고 보도를 두 배로 늘렸다. 도보는 5만8000m² 더 늘렸으며 자전거 도로도 마련했다. 도심 내 운행이 많은 주요 도로의 공간을 줄여 도심 주민 차량과 친환경 차량, 택시 및 대중교통의 운행만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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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는 지난 8월 시내 중심부인 그란비아 대로의 차로를 좁히고 보도를 두 배로 늘렸다.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마드리드는 지난 2월부터 이 규율을 어기는 차량에 대해 90유로(약 11만4600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마드리드 시는 "‘지역주민우선구역’ 방안으로 도심 내 차량 운행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며 “적어도 운전자 중 몇몇은 자전거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맞춰 마드리드 시는 자전거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자전거 대여 플랫폼도 확대했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오염이 심각한 날 M30 고속도로 위 제한시속도 70km로 정했다. 올해 말에는 70km로 상시 제한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에는 전기차 전용 버스 라인을 만들었다.

독일에서는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합법화하는 판결이 나왔다.

라이프치히 연방법원은 지난 2월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기오염이 심각한 특정 기간에 시 당국이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할 권한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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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 연방법원 앞에서 디젤 차량 운행 금지를 촉구하는 환경단체 운동가의 모습.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뒤셀도르프 행정 법원도 2016년 9월 특정 경유 차량에 대한 운행금지 안건을 시행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산업의 집’이라고 불리는 슈투트가르트의 행정 법원도 2017년 7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연중 내내 디젤 차량을 금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슈투트가르트는 2019년 1월부터 부분적으로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한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슈투트가르트에 등록된 53만대의 경유 차량 중 유로 4단계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19만대만 도심에서 운행할 수 있게 된다.

◇ 서울-내년 2월부터 차량환경등급제 실시

파리와 런던의 차량 환경 등급제가 정착 단계인 반면 서울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이며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환경부는 지난 4월 국내 모든 차량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전기차와 수소차는 1등급, 휘발유차와 가스차는 1∼5등급, 최근 연식의 경유차는 3등급, 2002년 7월 이전 기준을 적용한 경유 차량은 5등급으로 분류된다.

파리·런던과는 차이가 있다. 두 도시는 상시적으로 5등급 차량의 도심 내 운행을 제한하고 일반 차량도 규제한다. 이와 달리 서울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일에만 수도권 내 노후차량의 진입을 제한한다. 좀 더 강력한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친환경등급제에 이어 2019년 하반기부터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에 따라 공해차량의 한양도성 내 진입을 상시 제한할 것"이라며 "녹색교통진흥지역 진출입도로 41개 지점에서 번호판 인식 카메라로 단속하고 2020년까지는 교통유발부담금의 단위부담금을 매년 인상해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른 책임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녹색교통지역은 4대문 안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이 아직 시작도 되기 전이라 적용 범위 확대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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