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올레길' 조성 명분으로 희귀식물자생지·철새도래지 파헤쳐
제주시로 원상복구명령 받고도 강행… 한양대측 자세한 설명 거부

 

[글·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 제주=고현준 기자] 한양대 재단이 제주올레18코스가 지나는 곳에 무허가로 대규모 불법개발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곳은 희귀식물 자생지이자 철새도래지여서 제주도민으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한양대 재단은 올해 초부터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있는 대섬에서 ‘야자수올레길’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철새도래지이자 희귀식물 자생지인 대섬은 제주올레 18코스에 포함될 정도로 뛰어난 해안 풍광을 자랑한다. 한양대 재단 측은 이미 일부 철새가 월동에 들어간 이곳에서 희귀식물 자생지를 포크레인으로 미는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야자수올레길’ 사업이 허가받지 않은 사업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제주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 측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 허가도 받지 않고 대규모 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공사 관계자로부터 소명을 듣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업지는 잡종지여서 나무나 돌담을 일부 쌓는 것만 허용된다”고 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확인 결과 한양대 재단 측은 제주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뒤에도 지속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일각에선 한양대 재단 측이 부동산 개발을 노리고 불법공사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측은 “내용을 확인한 뒤 연락하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자세한 설명은 거부하고 있다.

 

매년 대섬을 찾아 사진을 찍어온 생태사진 작가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지난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며 “제주도나 제주시가 주민을 위한 해변공원으로 만드는 줄로 알았다. 무허가 공사인 줄 알았다면 진작 고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곳엔 제주도에서도 보기 힘든 흰갯장구채가 갯개미자리 등이 자생한다”면서 “한양대 재단이 연못을 새로 만든다며 일부를 훼손해 이곳 연못 쪽에만 자생하던 식물이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록 귀화식물이긴 하지만 미국새열주손이나 노박덩굴 등은 이곳 연못에서만 자생하고 있었다. 미국새열주손의 경우 전국에서도 이곳에서 가장 많이 피었다”고 덧붙였다.

철새도래지이며 올레코스가 지나는 해안풍광지역이 무허가 불법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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