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도움으로 ‘미세먼지’의 모든 걸 알아봤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 땐 자살위험 무려 4배나 높아져
어린이·어르신·임산부·기저질환자에게 특히 민감한 영향
최선의 예방수칙은 마스크 착용… 실내도 결코 안심 못해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에 등록된 성인 26만5749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자살의 연관성을 추적 조사한 적이 있다. 연구팀이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온라인판에 지난 2월 내놓은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1년간 미세먼지(PM10)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의 자살위험이 가장 적게 노출된 그룹보다 4.03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신체 질환이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자살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대기오염물질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킨 단백질을 활성화해 전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신체 질환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부 미래감염병대비과의 도움말로 대한민국을 엄습한 미세먼지를 자세히 알아봤다.[편집자주]

◇미세먼지란 무엇인가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인 먼지 중 입자가 매우 작은 것을 말한다. 지름이 10㎛보다 작은 경우(PM10)와 2.5㎛보다 작은 경우(PM2.5)로 나뉜다. 미세먼지 성분은 발생 지역이나 계절, 기상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론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해 형성된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 지표면 흙먼지 등에서 생기는 광물 등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적 발생원으론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식물의 꽃가루 등을 들 수 있다. 인위적 발생원에는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에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 형태의 원자재나 부자재 취급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루 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 있다. 가정에서 가스레인지, 전기그릴, 오븐 등을 사용해 조리할 때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 얼마나 심각한가

2014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92%가 WHO가 제시한 대기오염 제한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오염이 뇌졸중, 심장질환, 폐암, 천식을 포함한 급·만성 호흡기 질환의 질병 부담을 가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PM2.5의 노출 정도에 따른 질병부담을 파악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 명이 실외대기오염에 의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72%가 심뇌혈관질환, 14%가 만성폐쇄성폐질환 또는 급성하기도감염, 14%가 폐암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실외 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인구 100만명당을 기준으로 중국(2052명), 인도(2039명), 카스피해 인근(1110명), 한국(1109명) 순으로 높았다. OECD 국가 중에선 한국이 가장 높은 조기사망률을 기록했다.

최선의 미세먼지 예방수칙은 외출이나 야외 활동 시 차단 마스크를 착용해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진=Pixabay)
최선의 미세먼지 예방수칙은 외출이나 야외 활동 시 차단 마스크를 착용해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진=Pixabay)

◇미세먼지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가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해 들어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일차 방어막인 피부와 눈, 코 또는 인후 점막에 직접 접촉해 물리적 자극과 국소 염증반응을 유발한다. 조직 및 세포 독성의 기전으로 산화 스트레스 증가가 가장 대표적이다. 염증반응에 의한 손상, 및 DNA 손상 등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는 허혈성심장질환 및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질환 및 호흡기질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PM2.5의 경우 입자가 더 작아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구 보고서는 장기간(수개월 이상) PM2.5에 노출시, PM2.5 농도가 10㎍/m3 증가할 때마다 심장질환 및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6∼13%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어르신, 임산부에게 특히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천식 등의 기저질환자도 민감계층이다. 어린이의 경우 폐 등 장기의 발달 및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임산부의 경우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미세먼지가 전달되고, 산소나 영양분 공급 능력을 줄여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은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 보유자가 많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가 더 악화된다.

미세먼지는 폐렴, 폐암 발생을 늘리고, 폐기능을 저하하며, 만성호흡기질환자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급성 악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입원률이 2.7% 증가하고 사망률은 1.1% 늘어난다. 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은 9% 증가한다.

미세먼지는 혈관 등을 자극해 심근경색, 허혈성심질환, 부정맥,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자의 증상을 더욱 악화한다. 일반인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심장질환이나 심부전의 발생이 증가하고 심하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 시 평균 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 사망률이 약 10% 증가하며, 이들 중 심혈관질환 연관 사망률은 3~76%까지 증가한다. 또한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10% 증가하며, 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땐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발생 위험도가 80% 증가하고 뇌졸중 또한 20% 이상 늘어난다.

천식환자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해 기침, 쌕쌕거림, 호흡곤란 등의 천식 증상이 악화하고 폐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천식발작으로도 이어진다. 질병관리본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10㎍/㎥ 증가하 fEo 천식 악화 증상이 29% 증가하고, 천식 악화로 인한 응급실 방문 및 입원도 29% 증가한다.

◇미세먼지 예방수칙에는 어떤 것이 있나

최선의 미세먼지 예방수칙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반인은 외출이나 야외 활동 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해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 취약계층과 기존 기저질환자(호흡기질환·심뇌혈관질환·천식)의 경우, 마스크 착용 시 호흡곤란, 두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마스크를 즉각 벗어야 한다. 기저질환자는 의사와 상담 후 마스크 착용을 결정하도록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다음 수칙을 평소 지켜야 한다. △평소 일기예보 및 어플 등으로 주거지역 미세먼지 농도를 수시 파악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면 외출을 자제한다. △호흡기질환, 심뇌혈관질환, 천식 등이 있으면 평소 적절한 치료 및 관리를 꾸준히 받는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후 기저질환이 악화하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의사와 상담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땐 치료약물(속효성 기관지 확장제)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심혈관질환자는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는 힘든 육체활동을 줄이는 게 좋다. △천식환자도 외출 시 천식 증상 완화제를 갖고 다니는 게 좋으며, 어린이 천식환자는 유치원이나 학교 보건실에 개인 증상 완화제를 맡겨 필요한 경우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실내 대기오염도 안심할 수 없다. WHO 대기오염 보고서는 2012년을 기준으로 실외 대기오염으론 연간 300만명이, 실내 대기오염으론 350만명이 조기 사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실내와 실외 모두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셈.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땐 환기를 최소화하는 게 좋지만 평소엔 실내 공기를 주기적으로 환기하도록 한다. 실내에선 요리할 때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요리 중이나 후에 반드시 환기해야 한다. 차량 이동이 많은 도로변에 위치한 주거지의 경우, 차량 이동이 적은 시간에 환기하고 가능하면 도로변에 위치하지 않은 창문을 이용해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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