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매해 43만 마리 투구게 채혈
해수면 상승도 원인… 10년내 30% 사라질 것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투구게가 4억5000만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2018.11.8/그린포스트코리아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가 4억5000만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2018.1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공룡보다 오래 살아 남아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가 4억5000만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네 차례 대멸종에서도 생존한 투구게가 제약·어업·기후변화·서식지 상실 등으로 위협에 직면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30년 전만 해도 개체 수가 많았던 투구게는 2016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위기 근접종으로 분류됐다. 제약회사가 투구게 혈액을 ‘LAL(Limulus amebocyte lysate)’ 검사법에 이용하는 탓이 무엇보다 크다.

파란색의 투구게 혈액엔 질병을 방어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바로 ‘헤모시아닌’이다. 이 성분은 박테리아에 노출된 부분을 응고한다. 이 같은 이유로 투구게 혈액은 1.5당 최대 2700만원의 가치가 있다.

많은 제약회사가 투구게의 피를 채취해 약물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등 백신을 테스트하는 데 활용하거나 신약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는 매해 투구게 43만 마리를 잡아 심장 부근 딱지에 구멍을 뚫어 몸 속 30% 이상의 혈액을 채혈한다. 채혈 과정에서 이미 10%가 죽고 자연으로 돌려보낸 투구게의 5~20%도 오래 살지 못한다. 특히 피를 뽑힌 암컷 투구게는 번식력이 약해져 개체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미끼용 수집 등도 투구게 감소에 영향을 준다.

미국 대서양어업위원회(ASMFC)의 마이크 슈미케는 “가장 큰 문제는 투구게가 산란할 수 있는 바다가 줄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미국 동해안 지역에 서식하는 투구게가 10년 내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물의학 회사들은 투구게 혈액을 대체할 만한 합성화학물을 개발했으나 아직까지 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지 못했다.

투구게보존협회의 토마스 노비스키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투구게를 미끼로 사용하는 것부터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은 지속성이나 환경보호보다 경제 성장이나 눈에 즉각적으로 보이는 이익이 더 좋다고 착각하는데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투구게가 4억5000만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2018.11.8/그린포스트코리아
투구게 혈액은 1.5ℓ당 최대 2700만원의 가치가 있다. 이 때문에 투구게는 멸종 위기에 몰렸다. 2018.11.8/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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