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영화관: '인터스텔라'에서'옥자'까지, 영화로 펼쳐보는 오늘의 환경 이슈'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기획 환경과교육연구소∥지은이 권혜선 김찬국 김희경 안재정 조성화 ∥서해문집∥224쪽∥2018년 10월 20일 출간∥청소년/사회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기획 환경과교육연구소∥지은이 권혜선 김찬국 김희경 안재정 조성화 ∥서해문집∥224쪽∥2018년 10월 20일 출간∥청소년/사회

 

이 책의 한 단락: 스크린 속 타잔은 허상이지만, 스크린 속 상황은 현실이다.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억압하는 진짜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현실에서도 타잔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실의 타잔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고, 약자 편에 서며, 옳은 일을 위해서 행동하는 시민의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러한 시민은 엄청난 근육과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릴라와 대화할 필요도 없다.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행동이 미치는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며, 이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의지를 갖추면 된다. (…) 그런 타잔이, 그런 시민이 오늘 필요하다. 나도 당신도 오늘의 타잔이 될 수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지난 여름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는 유례없는 폭염과 홍수를 경험했다. 국내 온열환자가 3000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이어졌으며 미국 동부는 사상 초유의 한파가 몰아쳐 수십 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기후에 의한 물리적 죽음 앞에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는 이제 상태가 매우 심각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아닌 듯 하다. 

그뿐만 아니다. 초미세먼지(PM2.5)로 인해 발생한 국내 조기 사망자가 한해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환경부 자료(2015년 기준)가 지난 5일 공개됐다. 사계절이 아름답다던 대한민국은 아침에 일어나 대기 질부터 확인해야 하는 삶이 보편화됐다.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오염원을 줄이는 노력에 대해서는 대게 ‘강 건너 불구경’이다. 더우니까 에어컨을 켜고, 불편하니까 일회용 용기를 쓰며, 추우니까 난로를 뗀다. 지난 4월 '쓰레기 대란'처럼 거대한 사건을 겪지 않고는 무심한 습관이 돌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자본은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미세먼지 마스크, 공기청정기, 에어컨, 휴대용 선풍기, 온수 매트, 거위털 패딩 등을 쏟아내고 사이비 친환경자는 텀블러를 철마다 더 예쁜 디자인으로 교체한다. 자본은 디자인을 바꿔가며 소비를 부추기고, 이렇게 생산된 또다른 오염원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19편의 영화로 보는 지구의 울음과 생명의 고통

결국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 더 이상 이전처럼 살 수 없는 경험을 우리는 '사건'이라 부른다. 좋은 작품을 보고 삶의 방향이 전환되는 까닭도 하나의 사건을 간적접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환경과교육연구소가 기획하고 그 구성원들이 직접 쓴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은 ‘인터스텔라’에서 ‘옥자’까지 익숙한 영화 속 사건을 끌고와 우리의 미래를 뒤흔들 환경 메시지를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들은 극한의 환경 속 한 남자의 생존기라고만 생각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2015)'를 통해 타자에 대한 몰이해와 무차별적인 비버 사냥이 불러온 비극을 짚어본다.  

환경적 시각으로 보면 모리 준이치의 '리틀 포레스트(2015)'는 단순한 요리영화가 아니다. '건강한 농장에서 행복한 식탁까지'를 그리며 자연에서 얻는 먹거리의 가치를 체험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김성훈 감독의 재난 영화 ‘터널(2016)’ 역시 한정된 자원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무너진 터널 속 한정된 자원은 지구의 축소판으로, 환경적 제약이 인류의 생존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황폐해진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오늘날 발생하는 모든 환경적 문제를 고발한다. 매드맥스는 환경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떠안아야 할 미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엔딩크레디트가 오르면 지구의 내일은 안녕해질까

자원을 풍족하게 누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 ‘다운사이징(2017)’은 한정된 자원을 더 풍족하게 누리기 위해 인간의 몸집을 줄이는 시도를 한다. 물론 실패한다. 영화 속 실패를 통해 우리는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구라는 자원을 인간이 마땅히 소비하고 누려야 할 대상이라고 믿는 한, 인간의 몸이 아무리 작아진다 한들 주어진 자원은 어젠가 소진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얼마나 더 많이 누릴 것인가’에서 ‘어떻게 잘 공존할 것인가’로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답은 아주 명료해진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에 맞닿는 순간, 개인의 고민은 전 지구적 고민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희망한다. 

거대한 문제일수록 해결을 위한 개인적 실천은 미약하게 느껴진다. 당장 일회용컵의 사용을 줄이고, 화석에너지를 아끼고, 공장식 축산 육류를 보이콧 한다해도 내일의 미세먼지는 여전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끊임없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실천을 촉구하는 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우리 인간역시 더 나은 삶을 이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은 환경문제가 강 건너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 참혹한 풍경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등 지구를 살리는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지구를 살리는 영화관·권혜선 등 공저·서해문집)

◆신간소개

◇'아빠가 되는 시간' 신간 '아빠가 되는 시간'은 방송 PD 김신완 저자가 세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격한 변화의 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에세이로, 한 아빠의 적극 육아기인 동시에 좌절기이며 결국 아이를 통해 이제야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심정이었다. 차라리 회사에 나가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육아의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받아들이는 일" 이라고 말한다. 육아는 이제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적 고갈의 반복,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육아의 시간을 부부는 함께 책임져야 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이 하나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 (메디치/1만3000원)

 

 

'구름이 집으로 들어온 날' 신소영 작가의 동화는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다. 전작 '소풍' 역시 그림 작가와 아이를 통해 따뜻한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듯, 이번에 출간한 '구름이 집으로 들어온 날'도 작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따뜻하다. 매사에 금방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장미는 외톨이 병에 걸렸지만 부끄러울 때마다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구름과 친구가 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얼굴이 빨갛게 불타오르는 도미까지 만난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구름, 장미에게 구름은 무엇이었을까.(리잼/1만원)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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