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자연분해까지 약 12년…전 세계 1년 3조7000억개 추정
국내 재활용 등 관련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담배의 꽁초를 소각·매립하는 대신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적극적인 해외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꽁초 1개가 자연분해되기까지는 약 12년이 걸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일 담배판매량은 1억9000만개비. 현재 국내에서 담배꽁초는 폐기물로 분류돼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결국 한해 최소 수백억개의 담배꽁초가 땅에 묻히며, 이는 십수년 동안 썩지 않고 쌓이기만 한다는 말이다.

외국 한 환경단체는 이렇게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3조7000억개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담배꽁초 재활용에 대한 해외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2018.11.2/그린포스트코리아
담배꽁초 재활용에 대한 해외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2018.11.2/그린포스트코리아

담배꽁초가 이처럼 환경오염을 부르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해외에서는 재활용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프랑스, 호주 등의 국가들은 담배꽁초 재활용 신기술 연구개발에 본격 돌입했고, 연초 퇴비화 및 필터 재활용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호주 멜버른 소재 로얄멜버른공대의 아바스 모하제라니 박사 연구팀은 “아스팔트에 담배꽁초를 혼합하면 강도가 높아진다”며 “많은 교통량에도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전도도 낮춰준다는 사실을 새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담배꽁초 퇴비화 기술이 쓰이는 사례는 확인했다”면서도 “담배꽁초 폐기를 다른 식으로 바꾸는 것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환경부의 이 같은 입장에 더해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 피해가 사람들의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마주한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가장 주된 원인중 하나가 바로 담배꽁초다.

이는 2014년에 전 세계 해안가에서 24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당시 UN은 “담배꽁초가 204만개로 가장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음식물 포장지(168만개), 빨대(55만개), 비닐봉지(44만개) 등 일반 플라스틱 제품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이처럼 환경오염 주범인 담배꽁초를 환경부가 수집과 재활용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게 ‘돈’ 때문이라고도 의심한다. 담배꽁초를 폐기물로 지정해야 수백억원의 폐기물부담금을 거두지 않겠냐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해 담배 폐기물부담금으로 895억원을 거뒀다.

환경부는 이런 의심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담배꽁초 재활용에 대해서는 현재 여건상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부담금 때문은 아니다”라며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각 업계가 재활용 기술을 잘 갖춘다면 EPR(생산자책임재활용) 대상으로 전환하고 있으므로 세입을 고려한 정책 결정은 안 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이어 “담배꽁초의 퇴비화나 재활용 기술이 보편화된 정도까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련 기술과 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담배꽁초 재활용을 위한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 구리시가 도입한 담배꽁초 퇴비화 기기(구리시 제공)2018.11.2/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 구리시가 도입한 담배꽁초 퇴비화 기기(구리시 제공)2018.11.2/그린포스트코리아

한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담배꽁초 퇴비화 기기를 시범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구리시가 이 기기를 처음 도입했으며, 경남 하동군과 충남 당진시가 각각 지난 5월과 10월에 이어 도입했다.

담배꽁초 퇴비화 기기를 개발한 이지원바이오의 고건호 대표는 “담배꽁초를 수집한 후 미생물을 투입해 퇴비화를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 퇴비는 목초지와 골프장 및 가로수 등에 두루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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