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100회 사용해야 환경보호 의미 있어"
재활용 쉽도록 통일된 제작 기준 도입도 필요해

다양한 모양의 텀블러. (서창완 기자) 2018.10.31/그린포스트코리아
다양한 모양의 텀블러. (서창완 기자) 2018.10.3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직장인 최모(31)씨는 사은품 등으로 받은 텀블러가 집에 4개나 있지만 쓰지 않는다. 최씨는 “친환경이란 단어로 포장돼 일단 받았지만 잘 쓰지 않게 돼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친환경 녹색소비’ 대표 상품인 텀블러는 과연 환경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일까. 일회용품 대체재로 유행하고 있는 상품이지만 이 또한 기업의 대량 생산과 과잉 소비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 상품’ 텀블러가 일회용컵 대란을 막는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것이다.

1만원부터 5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팔리는 텀블러는 최근 일회용컵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전부터 다양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출시돼 있었지만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 4월 재활용 업체가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면서 빚어진 ‘재활용 대란’이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가 지난 8월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하는 등 플라스틱 줄이기 정책을 펼치자 관련 업체들의 텀블러 제품 판매량도 증가했다. 실제 락앤락의 경우 지난 8월과 9월 텀블러 판매량이 각각 전년 대비 37.5%, 76% 늘어났다. 투썸플레이스는 9월 텀블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기업·공공기관에서도 행사 때 텀블러를 증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6월 환경의 날 행사 때 환경부 장관이 직접 텀블러를 이용하며 사용을 장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자칫 ‘에코 이미지’ 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환경보호를 하고 있다는 인식만 심어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전 친환경 제품 대표주자였던 에코백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실제로 에코백과 텀블러 등이 환경보호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환경청은 2011년 조사에서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틸렌(PE) 가방은 최소한 4회, 폴리프로필렌(PP) 가방은 최소 11회, 면 소재 에코백은 최소 131회 사용돼야 1회용 비닐봉지를 쓸 때보다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텀블러 역시 생산단계부터 세척용수 및 세제 등이 끼치는 환경부담을 고려했을 때 여러 번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캐나다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는 2015년 보고서에서 재활용컵은 최소 20~100회 정도 사용해야 환경보호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활용 측면에서도 텀블러의 친환경성은 부족하다. 다양한 텀블러 제작 기준의 통일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텀블러의 금속 성분은 녹이면 재활용이 쉽지만, 플라스틱 부분이 결합돼 있으면 유해물질 발생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에는 금속 표면 전체를 플라스틱으로 덮어 재활용을 어렵게 한 제품들이 많이 출시돼 있다.

홍 소장은 이어 “시중에 판매되는 텀블러가 무조건 좋다고 하긴 힘들다”며 “금속과 플라스틱이 서로 분리되기 쉬운 구조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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