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환경정책 심포지엄, 전문가들 열띤 토론 이어져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8 환경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환경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사용감축을 위한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이들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마련과 정책적 뒷받침을 강조한 한편 사회적 인식변화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심포지엄 두 번째 세션에서는 ‘미세플라스틱 관리’ 등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상은 사단법인 에코유스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박상열 법률사무소 엘프스 변호사가 패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2018 환경정책 심포지엄에 참여한 환경전문가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은 (왼쪽부터)박상열 법률사무소 엘프스 변호사, 이상은 사단법인 에코유스 이사장,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주현웅 기자)2018.10.30/그린포스트코리아
2018 환경정책 심포지엄에 참여한 환경전문가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은 (왼쪽부터)박상열 법률사무소 엘프스 변호사, 이상은 사단법인 에코유스 이사장,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주현웅 기자)2018.10.30/그린포스트코리아

◇ “일회용품 안 쓰면 불편? 썼을 때 불편한 환경 감수성 필요”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인 만큼 이런 변화가 지속할 수 있도록 모두가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4월 중국의 폐비닐수입금지 조치가 우리에게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해당 조치 이후 플라스틱 저감과 자원순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기업 및 시민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컵 줄이기’ 등을 실천하는 데에 나섰고, 그밖에 정책 마련도 고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안 사무처장은 그러나 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관련 규제만 하더라도 카페 등 매장 안에서만 금지됐을 뿐 야외에서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정책과 시민의 인식변화가 맞물렸을 때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안 사무처장은 현재 국내 화장품이나 치약 등 의약외품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의약외품이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지 못하듯 그 밖에 제품도 미세플라스틱의 조사와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해서는 각종 폐해를 지방으로 떠넘겨선 안 된다는 ‘환경정의’적 해결책이 정책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안 사무처장은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인식변화와 그에 따른 실천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정책이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실천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안 사무처장은 “일상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일회용품을 사용했을 때 오히려 더 불편감을 느끼는 환경 감수성 훈련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과학기술로 만든 플라스틱, 문제 해결도 과학기술로 가능”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정책적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통한 환경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현대 사회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경제·산업과 떼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김 교수는 “플라스틱 문제의 원인은 과학기술 발전에 기인했지만, 해결 역시 과학기술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해외의 미세플라스틱 처리 기술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12~2014년부터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며 경쟁력 강화 및 산업화를 위한 채비를 갖췄다. 그 결과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부족하나, 상당수의 실용 가능성 있는 기술이 테스트 단계에 있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의 한 회사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하부에 커튼식 장치가 달린 잠수함 크기의 배를 만들었다. 이 배는 커튼식 장치와 함께 움직이며 미세플라스틱을 수집한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을 수집하는 기능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플랑크톤 등 수중생물들까지 포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또 독일의 한 기업은 ‘innolet’으로 불리는 시스템을 이용해 도로의 배수구 밑에 필터를 장착해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빗물에도 포함돼 있기에 미리 배수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는 원리다. 김 교수는 이 기술 역시 상당 수준에 이르러 조만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업기술의 진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환경적 측면에서의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은 물론 산업발전에 따른 경제성장,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미세플라스틱은 정말 위해한가?” 의문 제기에…“예방이 중요”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열 법률사무소 엘프스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문제의 경우 실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커다란 환경문제로 인식됐지만, 미세플라스틱은 그 위해성이 아직 검증된 바 없다”며 물음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또 “직관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어느 정도의 위해성을 지녔다고는 해도, 구체적인 피해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니 그에 대한 법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결국 객관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우선 대비하자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위해성 여부가 확인됐을 때 보다 합리적인 법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예컨대 먹는 물이나 공기 등 그와 연관된 대상 중 무엇을 얼마나 검사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규제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의 홍상희 책임연구원은 “현재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들의 주목적이 위해성 여부와 관련된 것들”이라면서 “그러나 위해성이 확인된 후에는 그 피해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며 그렇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제조자와 사용자를 비롯해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문제가 된 원인과 그것의 발생 경로도 학계와 기업마다 제각각이다. 이를 명확히 정리한 후 정책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미세플라스틱이 그저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8 환경정책 심포지엄’은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창간 6주년을 맞아 한국환경정책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변병설 한국환경정책학회 회장을 비롯해 관련 학계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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