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전역 7명 사망...베네치아 범람수위 156%

2018.10.30/그린포스트코리아
2018.10.3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이탈리아 전역이 ‘물폭탄‘을 맞아 최소 7명이 숨지는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범람 수위는 10년만에 가장 높아져 해수면 상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독일 킬대학 지리학과 연구팀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SNS에 올라온 피렌체 폭우 상황을 담은 사진.(김혜원 제공)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SNS에 올라온 피렌체 폭우 상황을 담은 사진.(김혜원 제공)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AFP통신은 지난 27일부터 이어진 폭우와 강풍으로 이탈리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베네치아의 피해가 컸다. 홍수에 따른 안전 우려로 수상 버스의 운행이 중단되고 산마르코 광장도 전격 폐쇄됐다. 전 세계 해수면이 연평균 4mm 가까이 상승하고 있는데다가 베네치아 주요 통로에 놓인 목재 기둥이 안전한 통로를 보장할 만큼 충분히 높지 않아 대부분 물에 잠긴 탓이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네치아의 범람 수위가 156cm로 최고점을 기록, 도시 75%가 물에 잠겼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 주의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2010년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보다도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땅은 이미 물로 가득 차 있고 강들은 범람했다. 바다는 시로코(북아프리카에서 유럽 남부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레나 라이만 독일 킬대학 지리학과 연구팀은 지난 16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중해 연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9곳 중 47곳이 21세기 말까지 홍수와 해안 침식으로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구팀은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게 될 곳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라면서 “평소 도시는 물 속 깊숙이 박아둔 말뚝에 고정돼 수면 위에 떠 있지만 큰 홍수가 나면 육상 면적의 절반이 약 1.4m 깊이로 물에 잠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더 큰 홍수가 찾아와 베네치아 육상 면적의 97%가 최대 2.5m까지 물에 잠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네치아 외에도 피사의 사탑, 이탈리아 북부의 고대 도시 아퀼레이아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터키 에페수스, 스페인 타라코 고고유적, 레바논 티레 유적 등도 물 속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 페라라와 나폴리,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유적들도 홍수 피해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세계문화유산과 해안선까지의 평균 거리는 2000년 1.1km였으나 2100년 최대 0.1km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수면이 상승한 상황에서 폭풍우가 지금보다 자주 불고 최소 1.3배에서 3배까지 강하게 발생하면서 자연재해도 급증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라이만 연구원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약을 지키더라도 일부 세계문화유산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며 "라벤나의 초기 기독교 기념물 등 일부 유적만 옮기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이 경우 유네스코가 말하는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유엔기후과학위원회는 21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60~98cm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으나 최근들어 최대 2~3m까지 상승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2018.10.30/그린포스트코리아
2018.10.30/그린포스트코리아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