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한 컷 만화로 알려주는 환경지식’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쉽고 재미있는 한 컷 만화로 알려주는 환경지식’∥저자 하이문∥옮긴이 오창길∥(사)자연벗연구소∥124쪽∥2018년 10월 29일 출간∥환경일반
‘쉽고 재미있는 한 컷 만화로 알려주는 환경지식’∥저자 하이문∥옮긴이 오창길∥(사)자연벗연구소∥124쪽∥2018년 10월 29일 출간∥환경일반

 

이 책의 한단락 : 당신들은 어떻게 감히 하늘의 푸름과 땅의 따스함을 사고팔 수 있습니까?

우리의 것이 아닌 신선한 공기와 냇물을 어떻게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까?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입니다. 향긋한 꽃은 우리의 누이이고, 곰, 사슴,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입니다. 바위산과 초원의 푸름, 망아지의 따스함과 사람은 모두 한 가족입니다. 산과 들판을 반짝이며 흐르는 물은 우리에게 그냥 물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어머니인 땅과 형제인 하늘을 마치 보석과 가죽처럼 사고파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그런 욕심은 땅을 모두 삼켜버릴 것이고 우리에게는 결국 사막만 남을 것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병실에 암환자가 누워있다. 이마에는 차가운 수건이 올려져 있고 병상 위에는 암막이 쳐 있다. 환자를 바라보는 간호사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고 의사는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환자는 ‘지구’다. 차가운 수건으로 온난화를 억제하고 암막으로 인공오존막을 만들었다. 간호사가 들고 있는 주사기는 탄산가스 고정제이고, 의사가 말하는 ‘암세포’는 인간이다.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은 이처럼 흥미로운 한 컷 만화를 활용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50가지의 환경 지식을 알려준다.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 ‘우르르’ 무너지는 그림을 통해 생태계가 처한 위험을 알리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지구를 둘러싸고 앉아 공용의 물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여준다. 누군가는 폐수로 맑은 물을 더럽히고,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그 물을 담아가고, 그 옆에 앉은 사람은 낚시를 한다.

교토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이자 필명 ‘하이문’으로 활동하는 이 환경 만화가는 그 중에서도 처음 환경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과 환경수업에 열의를 가진 여러 선생님들이 꼭 알아야 할 환경지식 50가지를 모아 한 권에 담았다.

◇환경문제는 왜 어려울까?

우리는 환경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환경 지식은 왜 필요하고 어디서 알 수 있는 걸까.

학교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고, 고민하도록 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입시라는 제도를 앞에 두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주요과목은 곧 상위권에 속하는 대학에서 비중을 두는 과목이고, 그 외의 수업은 ‘필요’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지혜이고, 답을 아는 것보다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고민이다. 환경문제는 주어진 답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로 다가오지만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하이문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진다.

환경은 공동의 문제다.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기는 학교에서 시험지 속 문제들은 ‘너’와 ‘나’를 가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이지만 환경문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제멋대로 개발하고 자원을 낭비해왔지만 이제 '공동의식'을 높이고, ‘나만 좋으면 돼’가 아닌, ‘우리가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기 위해 환경문제를 둘러싼 고민을 시작할 때다.

◇ ‘지구별 지킴이’ 되는 법

‘환경’하면 미세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 미세먼지,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자연스레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이 책은 지구 환경문제의 다양한 분야를 다섯 파트로 나눠 설명했다. △쓰레기는 이제 그만(1장) △너무 더워요.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2장) △미세먼지는 어디서 왔어요?(3장) △거북이가 빨대를 삼켰어요(4장) △왜 편리한 자판기를 사용하면 안 돼요?(5장) 등이다.

하이문 교수는 인간 중심의 사고와 개발이 얼마나 자연을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사회와 개인의 행동이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환경 상황을 나타내는 ‘환경위기시계’는 몇 시 몇 분을 가리키고 있는지, 기술이 발달하면 사회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기술에 의존하며 생활하는 것이 진짜 좋은 일일지 등 학생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어려운 환경 개념이나 이슈들을 쉽게 소개하기 위해 백 마디의 말보다 단 한 장의 그림을 사용했다.

1장에서는 녹색소비, 업사이클, 환경윤리 등 쓰레기와 관련한 환경 개념을 만화로 표현했고, 2장에서는 파리기후협정, 자연계, 탄소 라벨링, 지속가능성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을, 3장에서는 자연결핍장애, 탄소발자국, 님비현상 등 유해물질에 정복당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4장에서는 생태맹, 생물다양성 등의 의미를 소개하며 생태계가 처한 위험을 알렸다. 마지막 5장에서는 어떤 것이 진짜 풍요로운 것일지, ‘소유’에 대한 개념을 되새기고, 지금까지 우리가 우선시해온 ‘편리성’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하이문 교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에 숲을 지키는 ‘모노노케히메’가 있듯이 우리는 지구별 ‘지킴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하이문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대단한 행동을 시작하기 어렵다면 ‘한 컷 만화’를 보며 ‘지구별 지킴이’로서 한 발을 내딛는 건 어떨까.

◆ 신간소개

‘내일의 내가 하겠지’ “다들 이 불행한 삶을 어떻게 이어나가고 있는거야?” 이 책은 ‘귀찮다’는 말로 표현되는 직장인 귀차니즘의 주요 증상을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심리 요인을 알아본다. 직장인 귀차니즘의 본질은 업무 무기력증이다.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과 과정이 다 다르듯, 업무 무기력증도 다른 이유와 과정을 통해 유발된다. 무기력증은 단순히 번아웃 증후군일 수도 있지만, 결정 장애처럼 또 다른 강박증의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떠한 선택도, 진행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머무르게 만드는 원인을 파악하고, 각자의 상황과 성향에 맞춰 이겨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귀차니즘’의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책임과 피해를 입는 직장인들에게 건네는 위로. (팜파스/1만2800원)

 

‘실존주의자들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묻다’ 책을 펼치면 만나게 되는 열네 명의 실존주의자들은 모두가 오늘의 우리처럼 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숱한 훼방과 거부하기 힘든 유혹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어 스스로를 사랑했던 이들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으며, 고독 속에서 기꺼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로웠다. 이 찬란함이 바로 자기 서사적 삶의 희열이다. 자기 서사란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의식적 활동이자 다양한 방식의 자기 존재의 표현이다. 책은 사르트르, 카뮈,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등 실존주의자들의 삶과 생각, 작품을 추적하며 자기 서사의 방법을 안내한다. (책읽는 수요일/1만3500원)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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