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슈퍼박테리아 만들어낼 위험 있어

2018.10.26/그린포스트코리아
2018.10.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유럽에서 건강한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이 제한된다.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를 막기 위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유럽 의회가 수의 영역에서 인간용 예비 항생제나 처방받지 않은 동물용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는 새 입법안을 마련, 오는 2022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가축의 성장 촉진을 위한 항생제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수입 식품도 성장촉진과 관련된 유럽연합(EU) 기준을 충족해야 반입이 가능해진다.

또한 수의사들은 항생제 의약품의 판매량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항생제 사용은 가축 한 마리가 감염돼 농장의 다른 가축들을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만 허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월 정확한 진단없이 성장촉진, 질병예방을 위해 건강한 가축에까지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은 슈퍼박테리아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지역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인간보다 더 많은 항생제를 투입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축산농가는 가축의 질병 발생이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료를 통해 일상적으로 항생제를 투입한다.

몰리 스콧 카토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조치를 통해 항생제는 필요에 따라 적정하게 사용되는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생제 규제는 공장식축산 모델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항생제 남용을 줄이게 되면 가축 사육환경과 기존 축산관행의 개선이 뒤따를 것이고 이는 공중 보건과 동물복지를 위한 일대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에 시행될 이 새로운 규정이 영국 내에서도 적용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장관은 최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동물들에게 예방용 항생제를 처방할 수의사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동물복지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전염병 확산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조지 유스티스 영국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달초 의회에서 EU의 항생제 규제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영국 정부는 EU의 주요 정책목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항생제 관련 시민단체의 코일린 누난은 "영국은 EU 규제를 이행하기 위한 부담을 줄이려 브렉시트 이후 항생제 사용 제한을 최소한으로 적용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 중국, 호주 등 비(非) EU 국가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