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디자인' 박은정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단체와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100%디자인의 '핵가방'.
bag%디자인의 '핵가방'.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나와있다. 먹거리는 물론 집 안을 채우는 가구와 벽지, 매일 사용하는 생활필수품,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패션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재사용한 의류로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생분해성 의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패션이 사람들에게 개성, 아름다움, 기능을 넘어 '가치'까지 제공하게 된 것이다.

가방 전문 브랜드 'bag%디자인'의 박은정 대표도 친환경 패션을 실천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친환경 제품은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사용하고, 공정 과정에서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폐기 후에도 자원순환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100%디자인 박은정 대표(좌), 친환경 가방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bag%디자인 박은정 대표(왼쪽)가 친환경 가방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리사이클링에서 업사이클링으로...가방에서 시작된 환경 사랑

박 대표가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 업사이클링(새활용)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부터다. 옷장 속의 안 입는 코트를 뜯어서 가방을 만들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니 순식간에 구독자가 늘어났다.

박 대표는 "사실 그때는 업사이클링의 개념도 정확하지 않았고, 환경에 무언가 기여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가방을 만들면서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게 되고 개념을 조금씩 찾다보니 환경 분야에 깊게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이 활동이 환경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뒀으면 버려질 것들을 새 물건으로 만드는 일이니까. 시장에서 천 원짜리 옷을 사다가 만들기도 하고, 내 옷을 뜯어서 작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만들다 보니까 오히려 쓰레기가 점점 많이 생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자투리 천을 이용해 온갖 것들을 만들었다. 잘라낸 팔에 솜을 넣어 쿠션을 만들거나 카라를 뜯어 목걸이, 팔찌도 만들었다. 하지만 쓰레기가 줄지 않았다.

박 대표는 "그러다보니 이게 정말 환경을 위한 것인가, 업사이클링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분별한 업사이클링은 오히려 쓰레기를 늘리고 지구에 해가 된다"면서 "어떤 업체는 트럭에 덮는 플라스틱 소재 천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사실 그 덮개는 몇십년은 더 쓸 수도 있는 물건인데 지갑을 만들기 위해 해체된다. 썩는 데 몇백년이 걸린다는 데 몇년 더 쓴다고 무리가 있을까. 진정한 친환경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폐플라스틱을 재사용한 '퍼즐리'.
폐플라스틱을 재사용한 '퍼즐리'.

◇친환경에 대한 고민...'단일소재'에서 답을 찾다

박 대표는 3년 전 회사를 창업하면서 '단일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널리 사용돼 대중에게 익숙하고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는 일이 첫 번째 과제였다.

박 대표가 처음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재료는 '타포린'이라는 이름의 PVC 플라스틱 소재다. 흔히 방수천, 천막천, 텐트천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산업용 자재로 질기고 튼튼하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단일소재 가방을 만들기 위해 부자재, 지퍼, 단추도 부착하지 않았다. 심지어 재봉에 필요한 실도 사용하지 않는다. 타포린이 열에 녹는 특성을 이용해 전기 고주파 열 부착 방식으로 제작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일반적으로 친환경 가방이라고 하면 친환경 원단을 썼다던가, 생분해되는 천을 사용한다든지 직관적인 일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환경을 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방 하나를 보면 천, 플라스틱 지퍼, 고무 손잡이, 쇠 장식품 등 수많은 소재가 있다. 일일이 분해해서 버리지 않으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생산하는 가방은 폐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생산 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순환에 초점을 두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고민들이 모여 최근에는 재사용 플라스틱 가방을 만드는 중이다. 플라스틱으로 블록을 만들어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서 쓰는 형태인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고 단일소재로 되어 있어 폐기후에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호섭 교수의 필체가 담긴 'Everyday Earthday' 가방.
윤호섭 교수의 필체가 담긴 'Everyday Earthday' 가방.
윤호섭 교수의 필체가 담긴 'Everyday Earthday' 가방.
가방의 소재와 주의법도 적혀있다.

◇패션에 '가치관'까지 담은 착한 가방

bag%디자인의 가방에는 이러한 환경적 고민과 더불어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반핵 메시지 파우치',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의 필체가 담긴 'Earthday Everyday 에코백' 등 건강한 지구를 염원하는 디자인도 더해졌다.

지난해에는 환경운동단체 핫핑크돌핀스와 협업해 '나는 돌고래입니다' 가방도 제작했다. 사람들에게 바다가 휴식지일 뿐만 아니라 돌고래와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디자인한 제품이다.

박 대표는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사실 이쪽은 환경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쁘면 다 된다는 느낌이다. 그런 마음이 패스트패션을 만들었고, 수많은 폐기물을 매년 배출한다"고 염려했다.

그는 "가방 같은 소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을 전달하기 좋은 도구다. 사람들이 내 가방을 봤을 때 써 있는 메시지를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생각은 계속 커지고 퍼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환경을 생각하는 소재에 좋은 디자인과 아이디어, 가치를 담다 보면 소비자들이 선택해주지 않을까 한다. 지구에게 이롭고 사람에게는 편안한 가방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breez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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