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보얀 슬라트(Boyan Slat)와 그의 동료들이 개발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장비.(사진 BBC 홈페이지 영상캡처)

 

"오늘날 전 지구적인 환경 재앙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결과입니다."

법정(法頂) 스님은 타계 1년 반 쯤 전인 2008년 8월 15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吉祥寺) 정기법회에서 “지구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인간들이 끝없이 욕심을 부리면 결국 지구에 파국이 올 수밖에 없다”며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강하게 설파했다. 

당시는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정권을 잡은 이명박(MB) 정부가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이 거셌던 때였다. MB는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의 미명하에 대운하 건설을 강행하려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 있었다.

법정 스님은 “소위 경제발전을 위해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지구가 이렇듯 온실처럼 변해버렸다”며 “경제가 발전하면 우선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한정된 지구 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반대급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정 스님 법문의 주제는 ‘욕심’. 적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지혜를 새롭게 터득해야 한다는 설법이었다. 법정 스님은 인류가 정상적인 삶을 누린다면(탐욕을 부리지 않고 분수껏 산다면) 이 무서운 기후변화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데 결국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탐욕의 노예가 되다 보니 전 지구적인 재앙을 몰고 왔다고 일갈했다.

이 설법이 있은 지 10년여. 새삼스레 스님의 법문을 떠올리게 된 것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말끔하게 청소할 획기적인 기술을 발명했다는 한 외국 발명가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서다.
 
외신들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청년 발명가(사업가)인 보얀 슬라트(Boyan Slat)와 그의 동료들은 대규모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장비를 개발해 북태평양에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수면 아래 3m 깊이의 수거막이 달린 파이프를 U자 모양으로 연결(총 길이 600m) 한 뒤, 파이프가 조류에 따라 움직이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으면 배가 가서 수거하는 방식. 수거막과 파이프에는 플라스틱만 걸리고 다른 해양생물은 통과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 팀의 1차적인 목표는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Great garbage patch)을 치우는 것. 이른바 동태평양(eastern Pacific)이라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에 이르는 해양지역에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는데, 이번 ‘발명품’을 활용해 이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매 5년마다 이 쓰레기를 절반씩 줄여나가면 2040년에는 모두 치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 이 프로젝트에는 네덜란드 정부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 기관 단체 등에서 모두 330억원을 클라우드 펀딩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보얀 팀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하기까지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 가장 큰 난관은 세계 곳곳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마어마해 보얀 팀의 수거 속도를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과학자들은 앞으로 10년 뒤면 현재 규모의 3배 정도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뒤덮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보얀 팀에게나 우리에게나 비관적인 예측이다.

법정 스님이 설파한대로, 편하고 배부르고 즐거운 것을 찾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값싸게 아무렇게나 쓰고 버릴 수 있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상사람 모두가 욕심을 줄이면 해결될 수 있을 문제건만 이는 지극히 이상적인 가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해법은 정녕 없는가? 

이 우문(愚問)의 현답(賢答)은 바로 플라스틱 덜 쓰기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인다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양 역시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개인과 사회, 기업 등이 똘똘 뭉쳐 플라스틱 재사용을 보다 철저하게 실천하면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우선 개개인의 적극적인 실천의식, 도덕심에 기반한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또 하나의 대안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옥수수 전분으로 가공한 생분해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플라스틱 대체제로 주목받아 왔다. 다만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지금까지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을 문제 삼아 사용 확대를 주저할 겨를이 없다. 관련 제조업계에 따르면 이미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있을 만큼 기술개발이 됐고, 자연 상태에서의 분해 속도 조절 등도 상용화가 눈앞이다. 한 달 뒤에 썩어 없어지는 플라스틱, 1년 뒤에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이 지금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 확대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양심에 호소해, 도덕심을 자극해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보다는 기존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단점, 즉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그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대체재를 활성화 하면 그걸로 끝이다. 더욱이 이 분야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다는 점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향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대기업들이 꼭 새겼으면 하는 대목이다.

끝으로, 법정 스님의 이날 법문 중 한 구절. “현재와 같은 과도한 소비의 경제 행태로는 지구가 몇 개 있어도 모자랄 형편입니다. 아무리 많은 물건을 가지고 편리하게 살아갈지라도 삶의 근본터전인 이 지구가 망가지면 더는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2018. 10. 19)

(*본 칼럼에서 인용한 법문 내용은 법정 스님 법문집, ‘일기일회’에서 참조)

법정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 표지.
법정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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