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아이들 손끝으로 전해지는 ‘자원순환’ 마음
[에코+] 아이들 손끝으로 전해지는 ‘자원순환’ 마음
  • 홍민영 기자
  • 승인 2018.10.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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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형예비사회적기업 ‘오운유’ 안지혜 대표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단체와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그 손은 작지만, 손끝에 담긴 꿈은 결코 작지 않다.

형형색색 아이들의 그림에 ‘리사이클링’을 덧입혀 꿈을 미래로 전하는 업체가 있다. 가죽공예 업체 ‘오운유(OWN U)’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업체가 되고픈’ 안지혜 오운유 대표를 만났다.

안지혜 대표. (홍민영 기자 촬영)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안지혜 대표. (홍민영 기자 촬영)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오운유(OWN U)는 나의(OWN)와 너(YOU)의 합성어로 ‘나만의 너, 나의 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 안 대표의 딸 ‘온유’의 이름을 녹여냈다. 

주 사업은 가죽을 이용해 가방, 키링 등 패션 잡화를 만드는 것.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품의 60%를 ‘자투리 가죽’을 이용해 만든다는 것, 아이들의 그림을 디자인에 투영한다는 점이다.

1년에 한 번 공모전을 열고 대상 2명과 크리에이터상 10명을 선정한다. 대상 수상자의 작품으로 작품을 만드는데, 생각지도 못한 디자인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500명의 아이들이 참여해 줬어요. 밤새도록 작품을 선정했는데, 재미있는 작품이 너무 많아서 선정이 힘들었답니다.”

올해에도 많은 아이들이 참여해 작품을 고르다 며칠 밤을 샜다. 결국 대상 수상자를 골라내긴 했지만 생각 같아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는 게 안 대표의 말이다. 

아이들의 그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키링. '사막 동물들'이 모티브다. (홍민영 기자 촬영)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아이들의 그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키링. '사막 동물들'이 모티브다. (홍민영 기자 촬영)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렇게 골라낸 작품으로 가방이나 지갑, 키링 등 잡화를 만든다. 

제품에 사용되는 자투리 가죽은 재단공장과 잡화 브랜드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보통 라면박스로 3박스 정도가 오는데, 이렇게 받은 가죽을 색깔별로 분류하고 여기에 디자인을 맞춘다. 이렇게 맞춰진 디자인과 가죽을 재단공장에 보내 제품으로 완성시킨다.

완성된 가방이나 잡화는 사이트나 오프라인 매장애서 판매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홍대 상상마당, 영등포 코즈니, 현대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루이까또즈 뮤지엄 등에 입점해 있다.

‘해피빈’이나 ‘와디즈’를 통해 공동구매도 진행하는데, 디자인이 섬세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참여한 제품이다 보니 아이를 둔 부모나 여성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

 
(오운유 제공)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오운유의 제품들. (오운유 제공)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 프로젝트도 맡았다. 바로 2015년부터 삼성물산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D.I.Y 키트 프로젝트’다.

D.I.Y 키트란 'do it yourself'의 줄임말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한꺼번에 판매해 구매자로 하여금 완성하게 한다. 구매자는 제품도 얻고 창조적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운유가 제작한 ‘매쉬가방 키트’, ‘사막동물 키링 키트’, ‘배낭과 키링 키트’를 삼성물산이 구입해 직원들에게 배분한다. 직원들이 완성한 제품을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기증하는 형식이다.

삼성물산과의 프로젝트가 좋은 평가를 받아 게임업체 ‘넥슨’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자투리 가죽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샘표’나 ‘부산국제영화제’와도 함께 제품을 제작한 적 있다고 한다. 

“협력을 요청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고 있어요. 자투리 가죽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독특함이 어필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프로젝트 참여 제품. (오운유 제공)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프로젝트 참여 제품. (오운유 제공)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안 대표는 원래 패션브랜드의 디자이너였다. 15년간 활동하다 육아로 일을 그만뒀다.

그런 안 대표를 다시 ‘디자인’의 세계로 이끈 것은 딸인 ‘온유’다. 세살 딸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불현듯 ‘아이들의 그림으로 가방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에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더해 ‘오운유’를 만들었다.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매일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이나 천을 보고 아깝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렇게 2014년 문을 연 오운유. 지금은 대기업과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환경형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아 ‘맘카페’ 등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패션 잡화 브랜드가 됐다. 

아직 어려움도 많다. 그때그때 들어오는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원하는 가죽을 필요할 때 얻기가 가장 힘들다. 완성된 제품을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해서 추가주문을 하려 해도 똑같은 가죽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모두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맞는 재료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 그 때문에 ‘재료 수급’에 가장 많은 힘을 쏟는다. 

재단 공장을 찾는 것도 일이다. 여러 색깔의 가죽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제품이라 만들기가 까다로운 탓에 맡아주려는 공장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량생산이 아니다 보니 하나 당 원가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돈도 안 되는 리사이클링 제품은 아예 받지 않는다”는 공장도 있었다.

지금은 다행히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해 보겠다”는 공장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란다.

 
쌓여있는 자투리 가죽들. (오운유 제공)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쌓여있는 자투리 가죽들. (오운유 제공)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공장만이 아니에요. 소비자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가장 기쁜 것은 “리사이클링 제품은 공짜거나, 저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자투리 가죽을 사용한다고 해서 제품이 공짜여야 하는 법은 없어요. 오히려 그 가죽을 분류하고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품이 들어갑니다. 이건 모든 리사이클링 제품이 똑같다고 생각해요.”

작은 변화는 큰 꿈을 불러왔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안 대표는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올해에는 디자이너 엄마들과 아이들이 참여하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학교 등 교육기관과 협업하는 워크숍도 기획서 목록에 올라 있다. 인식 전환을 통해 업사이클링 제품 비율을 더 늘리고, 자원 순환에 더 힘쓰고 싶다는 것이 안 대표의 말이다.

"아이들은 꿈을 꿉니다. 그 꿈을 현실과 연결하고, 아이들이 꿈에서 본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라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안 대표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작업실 한 켠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작품. (홍민영 기자 촬영)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작업실 한 켠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작품. (홍민영 기자 촬영) 2018.10.20/그린포스트코리아

 

hmy10@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