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용된 세탁소 비닐 추정치 약 5억장 이상

비닐에 쌓여 걸려 있는 세탁소 옷가지들. (서창완 기자) 2018.10.17/그린포스트코리아
비닐에 쌓여 걸려 있는 세탁소 옷가지들. (서창완 기자) 2018.10.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환경부는 지난 8월 2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 감축하겠다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후속조치의 연장선이다. 환경부는 연내 이 제도를 도입해 1인당 연간 사용량 414장에 이르는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비닐은 보통 한번 쓰고 버리는 만큼 사용 억제와 재활용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이번 개정안에는 먼저 비닐 사용 감축안이 포함됐다. 연내 실행을 목표로 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규모 점포나 일정 규모(165㎡~3000㎡)를 갖춘 슈퍼마켓에서는 1회용 봉투 사용이 금지된다. 비닐봉투 유상 제공에서 제외돼 있던 제과점도 유상 판매 대상에 포함된다.

아쉬운 점은 재활용 강화 방안 부분에서 나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비닐 5종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품목에 추가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현행 재활용되는 폐비닐 양 중 61%(포장재)에만 적용되는 지원금을 확대해 재활용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비닐 5종은 세탁소 비닐, 운송용 에어캡(일명 뽁뽁이), 우산용 비닐 등 비닐봉지, 1회용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 필름 등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폐비닐의 경우 이물질 다량 혼입 등 이유로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높아 재활용업체에 지원금이 지원돼야 원활한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비닐 5종 중 일부 품목에서는 일회용품 발생 억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탁소 비닐, 우산용 비닐 등은 부피가 큰 데다 단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 측면이 강해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지하철 역사에서 우산 비닐 제공을 금지했다. 연간 1억장 정도로 추정되는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세탁소 비닐 사용량은 우산비닐 사용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되는 부피도 더 크다. 지난 7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600여곳에 가맹점을 두고 있는 세탁 프랜차이즈인 ‘크린토피아'에서 지난해 6790만장의 세탁 폐비닐을 사용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2만2213개 세탁소가 있는 점을 생각하면 지난 한해 동안 5억장 이상의 세탁소 비닐이 사용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세탁소 비닐이 포함된 EPR제도는 포장재·제품 생산자에게 회수·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선별업체와 재활용업체 비용을 생산자가 분담하게 해 재활용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품목을 보면 페트병, 유리병 등 4개 포장재와 타이어, 형광등 등 39개 제품에 해당된다. 생산 과정에 물건을 보관해야 하는 포장재 용도로 쓰이거나 수명이 긴 게 특징이다.

비닐 역시 제조 수입업자가 포장해서 팔게 되면 EPR제도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제조·수입업자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 봉투를 포장해서 팔게 되면 출고량을 신고한다”면서 “그 기준에 따라 EPR 대상을 뽑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EPR제도와 일회용품 규제 제도는 목적이 달라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세탁소 비닐은 EPR보다 일회용 억제 정책에 어울리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정부에 규제 정책으로 세탁소 비닐을 관리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세탁소 비닐 같은 경우 억제를 우선한 뒤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부분을 수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탁소 비닐 또한 운반과정에서 옷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다만 운반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재사용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이 포장재와 비교된다. 일회용품으로 분류해 사용량을 억제하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환경부에서는 이와 관련해서는 대안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일회용품 규제 비대상 품목인 플라스틱 빨대 등에 관련해서는 정책 마련을 준비 중”이라면서 “세탁소 비닐의 경우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측면이 있어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비닐을 원하기보다는 당연하듯 비닐을 씌워주는 문화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 지역에서 모델링사업을 진행해 봤는데 세탁업체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다”며 “비닐 커버 사용 유무를 손님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사용량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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