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서커스에 동원되는 코끼리들 관심 가져주세요"
"제주도에서 서커스에 동원되는 코끼리들 관심 가져주세요"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0.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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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코끼리보호 활동가 '상둔 렉 차일러' 한국인들에 당부
제1회 카라동물영화제 '코끼리와 바나나' 상영뒤 관객들 만나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에서 열린 제1회 카라동물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상둔 렉 차일러(가운데) 태국 코끼리보호재단 설립자와 임순례 카라 대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에서 열린 제1회 카라동물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상둔 렉 차일러(가운데) 태국 코끼리보호재단 설립자와 임순례 카라 대표. 2018.10.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코끼리를 이끌기 위해선 채찍이 아닌 사랑과 바나나면 됩니다."

세계적인 코끼리 보호 활동가이자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웅'인 상둔 렉 차일러(닉네임 렉·57) 태국 코끼리보호재단 설립자의 말이다. 렉은 13일 한국인들 앞에서 다시한번 이 말을 거듭했다.

렉은 이날 자신이 구조한 70세 코끼리 '노이 나'와 함께 출연한 영화 '코끼리와 바나나'가 상영된 제1회 카라동물영화제에 직접 나와 관객들을 만났다.

'코끼리와 바나나'는 배우 겸 감독인 애슐리 벨이 2년의 기다림 끝에 렉이 이끄는 코끼리 구조단과 함께 태국 땅 5000마일을 가로질러 앞을 잘 보지 못하는 70세 코끼리 노이 나를 구조해 자유를 선사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렉은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코끼리자연공원’(ENP·Elephant Nature Park)을 운영하며 태국을 비롯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 구조한 코끼리 80여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이곳 코끼리들의 80% 정도는 서커스나 트래킹사업에 동원되며 정신적 또는 신체적 학대를 받은 코끼리들이다.

코끼리자연공원에는 야생 코끼리만 있는 게 아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개와 고양이, 원숭이 등 2000여 마리도 함께 지낸다. 렉은 코끼리공원을 찾아오는 전 세계인들에게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숲도 가꾼다. 또 이웃들의 돈벌이를 위해 커피 농사를 장려하고 그 커피를 사서 수출하는 일도 한다.

이젠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끼리 보호 활동가인 렉은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때 여행사 가이드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때 일본인 관광객을 등에 태운 코끼리가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 뒤 코끼리 보호운동을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한 뒤 처음에는 정부와 코끼리 공연을 하던 농장주의 압력과 핍박을 받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도 인연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의 영웅이 된 지금은 세계적인 유명세로 외부의 압력은 없어졌으나 가족과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렉은 "동물을 사랑하면 사람도 사랑해야 한다"면서 "학대받는 코끼리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농장주나 소유주와 가깝게 지내면서 수년간 설득하고, 협상하고, 협력한다. 그리고 내 진심을 이해할 때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생각도 바뀐다. 친구 사이에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내 철학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코끼리와 바나나'에 나온 상둔 렉 차일러(57).
영화 '코끼리와 바나나'에 나온 상둔 렉 차일러(57).

렉은 이날 한국에 있는 코끼리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잊지 않았다.

현재 대전오월드에 있는 코끼리 삼돌이(24)가 하루빨리 엄마인 서울동물원 키마(35세 추정)와 함께 살수 있도록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삼돌이는 1994년 3월 3일 서울대공원에서 아시아코끼리 칸토와 키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태어난 것은 삼돌이가 처음이다. 이후 1998년 어미와 떨어져 홀로 부산 동래동물원으로 보내졌다가 동물원 경영난으로 2001년 다시 대전오월드로 옮겨졌다.

렉은 "새끼 코끼리는 6~10세까지는 어미와 함께 생활하며 코끼리 사회의 규범을 익히며 성장해야 한다"면서 그런 기회를 잃은 삼돌이가 안타깝다고 했다.

렉이 한국 코끼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동물원에 있는 암컷 아시아코끼리 사쿠라(53세 추정) 때문이다. 

렉과 마찬가지로 태국 치앙마이 출신인 사쿠라는 생후 7개월쯤 타이 북부 밀림지대에서 포획돼 일본 오사카 부근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로 보내져 쇼에 이용되다 지난 2003년 서울동물원에 왔다. 때문에 렉은 지난 2013년 처음 사쿠라를 태국으로 다시 보내주면 경비 등을 책임지겠다고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렉은 또한 제주에 있는 코끼리공연업체 점보빌리지 코끼리들의 상태를 걱정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서커스에 동원되는 코끼리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주변에 이야기를 하고, 코끼리 공연을 보러가지 않는 실천을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 자리에 모은 모든 분들이 코끼리자연공원에 와서 코끼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권단체가 처음 주최한 영화제인 '제1회 카라동물영화제'는 12~13일 이틀간 6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 뒤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상둔 렉 차일러(오른쪽) 태국 코끼리보호재단 설립자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토즈 홍대점에서 국내 동물권 활동가 및 시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상둔 렉 차일러(오른쪽) 태국 코끼리보호재단 설립자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토즈 홍대점에서 국내 동물권 활동가 및 시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8.10.13/그린포스트코리아

 

wookle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