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찾아도 커넥터 맞지 않아 충전 못해
사용불가 충전기 46%는 한 달 이상 방치도

현대에서 출시된 소형SUV '코나 일렉트릭'/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에서 출시된 소형SUV '코나 일렉트릭'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전기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유지비다. 내연기관 연료비 대비 전기충전비용은 약 1/10 정도로, 한 달에 30만원을 주유비로 소비하는 운전자라면 전기차의 경우 약 3~5만원의 충전비만 지불하면 된다. 게다가 엔진오일이나 기타 소모품이 들어가지 않으니 1년 유지비로 따지자면 절감되는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2000만원 가량의 지원금(정부+지역)도 나오겠다 이토록 장점이 많은지라 신차를 구매할 목적이라면 전기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전기차 사용 경험이 있는 임모(36)씨는 “집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다면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 충전기 찾아 고군분투, 충전하는 동안 비용지출

1년 전 제주도로 여행을 간 임씨는 구매 전 시승을 목적으로 수입 전기차를 빌렸다. 내부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넓어 쾌적했고, 무엇보다 제주도의 경우 모든 충전소가 무료로 운영돼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완충 후 제주 시내에서 애월까지 왕복 25km정도의 일정을 마치자 배터리 충전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완충시 100~200km를 달릴 수 있는 모델이었지만 겨울이라 히터를 틀었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많았다. 

시내에서 충전 후 숙소로 출발해야 했다. 숙소가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어서 가는 도중 방전되면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근처 시청에 급속충전소가 설치돼 있었다. 전기차를 빌리면서 충전시간은 사실 계산에 없었다. 급속충전시 대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렸다. 겨울이었던 터라 근처 카페에서 충전이 다 되기를 기다렸다. 식당이나 숙소 근처에 충전소가 없으면 천상 전기차 충전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다음 ‘충전차’를 위해 멀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임씨는 최근 다시 제주를 찾았다. 기술이 좋아져 완충시 500km를 달릴 수 있다니 이번에는 국내에서 새롭게 출시한 전기차를 빌렸다. 지난해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국내 전기차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숙소가 있는 성산읍으로 이동하는 길에 조천읍 함덕에 들렸다. 식사도 하고 서우봉에도 오를 예정이었다. 배터리량은 충분했지만 숙소가 한적한 곳에 있던 터라 만약을 대비해 식사 전 충전소를 찾았다. 함덤 해수욕장 내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없어 한 리조트의 개방형 충전소를 찾아갔는데 설치된 두 대 모두 커넥터가 맞지 않았다. 함덕 곳곳에 설치된 충전소를 돌았지만 케이블 선이 아예 끊겨 있거나 스파크·i3 차량에 맞는 DC콤보 충전소만 있었다. 임씨가 빌린 전기차는 DC차데모 충전 방식이었다. 그렇게 30분을 헤매다 결국 시내로 되돌아갔다. 

◇충전방식 제각각…배터리 방전 보험 서비스는 ‘아직’

전기차 충전방식은 크게 모터에 따라 AC와 DC, 충전시간에 따라 완속과 급속으로 나뉜다. 

국제표준(IEC)에는 △콤보1 △콤보2 △차데모 △GB/T △A.C.3상 등 모두 5가지 급속 충전방식을 규정하고 있으며 국내는 △콤보1 △차데모 △AC3상 3가지 방식을 혼용해 쓰고 있다. 

직류 충전 방식의 DC차데모는 충전(Charge)과 주행(Move)을 합친말로 일본의 도쿄 전력이 만든 규격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기아의 쏘울과 레이가, 일본에서는 닛산의 리프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C3상은 교류충전방식이다. 르노삼성의 SM3 Z.E. 테슬라 모델S의 완속 충전 등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DC콤보는 교류 충전 방식으로 한국지엠의 스파크, BMW의 i3가 이 방식을 쓰고 있다. 

전기차 충전방식은 크게 모터에 따라 AC와 DC, 충전시간에 따라 완속과 급속으로 나뉜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충전방식은 크게 모터에 따라 AC와 DC, 충전시간에 따라 완속과 급속으로 나뉜다.

제조사 별로 충전방식도 제각각이고, 핸드폰 충전 케이블처럼 자사마다 전용 커텍터를 고수하는 바람에 임씨의 경우처럼 주행시 야외에서 충전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문제는 전기차가 보급되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렇다고 충전 방식을 단일 표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뾰족한 수는 아닌 듯 하다. 

회사용 전기차를 사용하는 신모(33)씨는 “물론 충전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3개의 커넥터를 구비한 충전소도 있지만 초기 설치된 곳 등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더 큰 문제는 저희 회사차량 충전방식이 차데모인데, 이제 DC콤보 방식을 국내에서도 표준으로 선택해 장거리나 시내용으로 사용하기 조만간 곤란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자동차 공학회가 DC콤보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유럽도 내년부터 DC콤보를 단일 표준으로 적용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차데모 방식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새롭게 설치되는 100kw 충전기는 DC 콤보만 설치되고 있다. 

신씨는 “뿐만 아니라 한 번은 부산에 출장을 갔다가 배터리량이 간단간당해서 근처 아울렛을 찾아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속충전기에다 환경부에서 발급하는 공공충전인프라 멤버십카드로만 충전이 가능해서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환경부 산하 충전소였는데 회사용 차량이라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충전소가 10분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배터리가 정말 간당간당했다. 아직까지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연료가 없어 주행중에 멈춰도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다음 충전소로 가는 동안 멈출까봐 조마조마했다. 더운날이었는데 에어컨도 끄고 달렸다”며 또 다른 불편도 토로했다. 

전기차의 경우 에어컨이나 히터 등을 사용하면 배터리 소모량이 크다. 임씨가 최근 빌린 전기차는 열선 시트를 최대로 높이고 달리면 15km기준 3km가량의 주행거리가 감소했다. 

◇ 설상가상으로 망가진 충전기 방치한 환경부

차종마다 다른 충전방식과 통일되지 못한 전용 커넥터, 충전 인프라 부족이 전기차 보급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사용 불가한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절반 가량이 한 달 이상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 모니터링 사이트를 지난달 27일 밤 10시를 기준으로 실시간 분석한 결과, 환경부가 운영중인 전국의 전기차 급속충전기 1231대 중 78대(6.3%)가 사용이 불가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사용 불가한 급속충전기 78대를 최근 충전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니, 일주일 이상 방치된 충전기가 66%(52대)에 달했다. 한 달 이상 방치된 충전기는 46%(36대)였으며, 세 달 이상 방치된 충전기가 9%(7대)였다. 

무엇보다도 사용 불가 충전기 중 일부는 충전이 가능한데도 사용 불가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송옥주 의원은 “정부가 친환경차 시대에 발맞춰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기차 인프라를 확산하고 있지만, 인프라의 확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꼼꼼한 관리”라고 지적하며 “설치돼 있는 충전기들의 오류·고장에 신속하게 대응해서 국민들이 불편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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