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원 리싸이클파크 대표 인터뷰

 
오신원 리싸이클파크 대표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부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오신원 리싸이클파크 대표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부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2만2000~2만5000개. 자동차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 수다. 이를 완전 해체하려면 두 명의 해체전문가가 8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재사용을 위한 결합 부품 150개 정도를 해체하는 데는 2시간이 걸린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분업 형식으로 해체하는 폐차장에서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오신원 리싸이클파크 대표는 고철로 처리되던 폐차를 분해해 재사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IT밸리의 사무실에서 만난 오 대표는 자동차 재활용 산업을 10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제조업 10년, 금융IT 벤처 경영 10년 경력이 새 분야를 개척하는데 도움이 됐다. 2013년 5월 설립한 '리싸이클파크'는 정부 부처, 협회 등과 협업한 자동차 재활용 사업체다.

“IT 전문가로 폐차장 전산 컨설팅을 하러 갔던 게 시작이었어요. 폐차장 생산관리, 재고관리 시스템 등을 컨설팅하다 보니 자동차 재활용이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죠. 시스템이 잘돼 있는 금융IT 업계와 비교해 이 분야는 미개발 상태입니다. 제가 와서 할 일이 충분히 있겠다고 생각했죠.”

온라인 쇼핑몰 지파츠에는 20만여개 부품이 전산 등록돼 있다. (리싸이클파크 제공)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온라인 쇼핑몰 지파츠에는 20만여개 부품이 전산 등록돼 있다. (리싸이클파크 제공)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오 대표는 폐차장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로 시작해 회사 창립까지 나아갔다. 창립 전 5년간은 폐차장을 돌아다니며 현장조사를 하며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세밀한 부분까지 관리하려면 혼자서 하긴 힘든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오 대표는 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전 폐차협회)와 연결해 공동사업을 기획했다. 기획 앞단에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나섰다.

“국토부는 자동차 말소를 담당하는 곳이에요. 폐차 제도가 있는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폐차장에 갖다 주면 국토부가 발급하는 폐차인수증명서를 받습니다. 폐차가 모이는 폐차장은 자원의 보고라고 볼 수 있어요. 국토부와 환경부에서는 이 소중한 자원을 관리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재사용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직접 지파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신원 대표.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직접 지파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신원 대표.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리싸이클파크가 파는 물품의 정식 명칭은 ‘친환경 자동차 재사용 중고 부품’이다. 부품 공급을 위해 오 대표는 전국 200여개 폐차장을 직접 방문해 사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쇼핑몰 ‘지파츠’는 이중 100여개 폐차장과 네트워크 체제가 구축돼 있다. 이들 폐차장에서 나오는 20만개 부품을 전산화했다.

오 대표가 내세우는 지파츠의 장점은 정보력이다. 판매 중인 중고 부품을 신품으로 구매하면 얼마인지 제공해 소비자가 할인 폭을 체감하게 했다. 부품 연식과 차대번호도 볼 수 있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공업사나 카센터도 부품 구입이 쉽도록 자동차 부품 번호도 나와 있다.

리싸이클파크 제품은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리싸이클파크 제공)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리싸이클파크 제품은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리싸이클파크 제공)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공업사나 카센터는 부품 번호를 보고, 일반 소비자는 가격을 보고 구매합니다. 이 앱으로 하루 6000명 정도가 들어 와요. 한 사람이 기록하는 페이지뷰가 20 정도입니다. 자동차 매니아들의 놀이터가 됐죠.”

지파츠는 지난해 굿앱 평가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오 대표는 친환경적 접근이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페차장 프로세스를 분석해 전산화해 소비자들이 신뢰하기 힘들었던 중고 부품에 상품 가치도 불어넣었다. 유저 인터페이스 연구로 소비자가 앱을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했다.

오 대표는 쇼핑몰에 올라온 20만개 부품은 모두 실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점은 한 번 구입한 공업사나 카센터가 다음 번 구입 때 망설이지 않는 이유가 됐다. 품질보증서도 제공한다. 배송도 제품을 꼼꼼히 포장한 뒤에 이뤄진다.

“중고 부품 사용은 여러 이점이 많습니다. 차를 수리할 때 중고 부품을 사용하면 신품의 20% 만큼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도 있어요. ‘친환경(중고) 부품 사용 보험특약’이란 건데 대부분이 모릅니다. 홍보가 많이 되면 좋겠어요.”

오신원 대표가 친환경 부품 사용 신청서를 보여주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오신원 대표가 친환경 부품 사용 신청서를 보여주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인 만큼 중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없을까. 오 대표는 “고객 100%가 못 미더워했다”고 답했다. 일반 사용자 대부분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제품 구매를 시작했다. 오 대표는 지파츠 구매 후기를 보면 그 반응이 어떻게 ‘좋다’로 바뀌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저희한테 들어온 차 평균 수명이 15.9년이에요. 이게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14.8년에서 1년 늘었죠. 근데 10년 된 차 8년 된 차들도 사고 등으로 폐차돼 오는 경우가 있어요. 부품 수명은 5년 이상 거뜬히 남아 있는 거죠. 이 부품들은 오래 차를 타 신품으로 교체하기는 돈이 아까워 포기하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카센터는 놓친 고객을 잡아 공임을 받을 수 있으니 좋고요.”

그의 관심은 자동차 부품 재사용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자동차 부품 형태가 다양한 만큼 여러 이용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재사용, 재생 이용, 재자원화 등 리사이클 외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자동차 해체쇼’ 사회도 그렇게 맡게 됐다.

“서울시에 있는 업사이클 관련 장소를 찾다보니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알게 됐어요. 직접 찾아가 보니 소재 은행이 있더라고요. 자동차 코너로 마련된 넓은 창고 선반에 부품이 하나밖에 없었어요. 담당자 만나 자동차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동강그린모터스 폐차장에 견학도 데려갔죠.”

지난달 8일 열린 '자동차 해체쇼' 사회를 보고 있는 오신원 대표.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달 8일 열린 '자동차 해체쇼' 사회를 보고 있는 오신원 대표. (서창완 기자) 2018.10.06/그린포스트코리아

당시 ‘자동차 해체쇼’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 등 200여명이 찾아와 자리를 채웠다. 주최 측에서는 예상치 못할 만큼 많이 사람들이 모였다. 폐차장에서만 가능한 해체를 다른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귀한 날이었다. 부서져 고철이 되던 자동차 부품들은 해체를 거치면 수십 배 가치를 지닌 친환경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시야를 넓혀 자동차 재활용 기술을 수출할 계획도 세워뒀다. 몽골, 베트남, 라오스 등 자동차 재활용이 미흡한 나라에 기술 이전 하는 일을 꿈꾸고 있다. 몽골과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오 대표는 지난달 19일 몽골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한국 재활용 제도에 대해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자동차 부품이 재사용 기간까지 지나면 업사이클링 소재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새활용플라자와는 그런 부품들을 활용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평창 비엔날레와 광명 업사이클 센터에 버스 등을 제공해 멋진 작품으로 재구성한 사례도 이미 있다. 오 대표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워뒀을까.

“재사용 활성화와 업사이클링 소재 활용 모두 이루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상품이 잘 팔려서 탄소 저감 등 환경적 측면에도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국토부·환경부와 추진 중인 해외 기술 이전도 열심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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