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야생 육상 동물 분단으로 사실상 고립
DMZ 철조망 제거로 생태축 복원·연결 필요

DMZ 멸종위기종 (국립생태원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DMZ 멸종위기종 (국립생태원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2005년에는 평양동물원에서 새끼 반달가슴곰 8마리를 들여와 지리산에 풀었다. 암수 각각 4마리였던 북한 태생의 반달가슴곰은 지리산 야생에서 자리를 잡았고, 다른 반달가슴곰과 새끼도 낳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13년이 지난 현재 방사한 8마리 가운데 2마리가 지리산에 살고 있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맺어진 '군사합의' 첫 조치로 남북이 공동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강원도 철원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하며 ‘분단’에서 ‘평화’로의 첫걸음을 뗐다.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힘입어 북한 출신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반도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생물 종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남측의 과도한 개발과 북측의 산림 황폐화가 국내 생물다양성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국립생활자원관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멸종위기종은 1989년 92종이었는데, 지난해 267종으로 30년간 약 3배 늘었다. 

산양, 여우,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267종 가운데 101종(37.8%)이 비무장지대(DMZ)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세로방향으로는 고작 4km밖에 되지 않은 DMZ가 표범,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 포식 동물의 서식지로는 사실상 협소하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연결돼 있어 대륙과 생태교류가 가능한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남측에 서식하고 야생 육상 동물은 남북 분단으로 사실상 섬에 고립된 것과 매한가지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DMZ 철조망이 이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철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교수는 한반도 멸종위기종 보전 남북협력 정책토론회에서 “금강송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가설했던 삼척 가곡면 풍곡리 산림철도 등으로 우리는 꽤 넓은 면적의 숲을 잃었다. 일본들의 사냥으로 호랑이의 개체수도 현저히 줄었다"면서 "유전자 다양성 증진을 위한 멸종위기종의 개체군 교류 협력 등 남북 생태통일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남북관계 전환점을 맞아 남북 백두대간 생태 축을 복원·연결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2일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남북강원도협력협회는 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원도, 강원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환경재단, 강원대, 인제군 등과 함께 '환경·수자원 분야 남북교류협력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생태평화공원 지정 필요성 △백두대간 자연·문화자원의 세계유산등재 추진과 활용방안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악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 등이 제시됐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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