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연대 BFFP '쓰레기 브랜드 감사' 제안
스타벅스·코카콜라·맥도날드·말보로 등 불명예

방글라데시아의 수도 다카 단먼딘(Dhanmondi) 호수에서 지난달 16일 BFFP 브랜드 감사를 벌인 결과 1시간 30분 동안 약 100kg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됐다. 이날 참여한 방글라데시아 단체 DFM(Daffodil International University)팀은 네슬레를 비롯한 120개의 브랜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BFFP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방글라데시아의 수도 다카 단먼딘(Dhanmondi) 호수에서 지난달 16일 BFFP 브랜드 감사를 벌인 결과 1시간 30분 동안 약 100kg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됐다. 이날 참여한 방글라데시아 단체 DFM(Daffodil International University)팀은 네슬레를 비롯한 120개의 브랜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BFFP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인간이 버린 물병 뚜껑, 빨대, 담배 꽁초, 비닐 등 다양한 플라스틱 물질이 바다로 흘려들어 해양 동물을 위협하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지난 1년 동안 미국·영국 등 해외 정부나 기업은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발 벗고 나섰다. 해외 움직임보다 조금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스타벅스(Starbucks)가 일부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제공하며 연내 퇴출을 약속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10개년 ‘자원순환 기본계획’에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금지 내용을 뒤늦게 포함시켰다. 

이러한 환경적 움직임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겠으나 각국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우선 퇴출 대상으로 삼은 것은 플라스틱 용기보다 빨대가 상대적으로 규제 저항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초국가 시민행동연대 #breakfreefromplastic(플라스틱 그만, 이하 BFFP)은 해마다 쌓여가는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에 핵심이 빠졌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생수, 콜라, 이온음료, 주스, 맥주 등이 대형마트나 편의점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 다국적 식음료기업들이 한꺼번에 수십억개의 일회용품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빨대만 퇴출한다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 보호와 사회 정의라는 공동의 가치로 연대한 BFFP는 ‘쓰레기 브랜드 감사(brand audit)’를 제안했다. 

그린피스 에스파냐에서 15일 진행한 '브랜드 감사'에서 발견한 코카콜라 캔.(그린피스 에스파냐 트위터)/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피스 에스파냐에서 지난달 15일 진행한 '브랜드 감사'에서 발견한 코카콜라 캔.(그린피스 에스파냐 트위터)
필리핀에서 브랜드 감식을 하고 있다.
#breakfreeformplastic 브랜드 감사에 참여한 필리핀 시민단체가 수거한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쓰레기 브랜드 감사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되, 줍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유발자'의 데이터를 모은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후처리'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나아가 생산자를 압박하는 '선감축'을 위해서다. 전세계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해 브랜드 로고를 식별한 뒤 공식 온라인 사이트에 기록한다. BFFP는 모아진 데이터를 토대로 플라스틱 생산 기업에 구체적 책임을 묻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항목별로 많이 사용한 재질, 많이 버려진 브랜드, 제안 및 대안 등이 담긴다. 

이를 위해 BFFP는 세계 정화의 날(9월 15일)을 맞아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브랜드 감사'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150개 도시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브랜드 책임을 언급하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브랜드 감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자니아의 다르 에스 살람(Dos es Salaam)에 이르기까지 49개국의 비영리단체 및 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각국 단체들이 180건 이상 조직적으로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였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주최로 지난달 15일 홍대에서 브랜드 감사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홍대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지난달 15일 '시티 트래시 헌트(city trash hunt)' 콘셉트로 50여명의 시민이 홍대 일대의 쓰레기를 수거해 브랜드를 식별했다. 

지난달 16일 BFFP 브랜드 감사를 벌인  방글라데시아 단체 DFM(Daffodil International University)과 ESDO팀은 "수도 다카 단먼딘(Dhanmondi) 호수에서 1시간 30분 동안 약 100kg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됐다. 네슬레를 비롯한 120개의 브랜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브랜드 감사 캠페인의 주최측인 본 헤르난데스(Von Hernandez)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글로벌 발전 이사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회피해서도,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된다”며 “BFFP 브랜드 감사는 자연을 더럽히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폐플라스틱의 주범이 누군지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에 새겨진 브랜드의 로고가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기존 폐기물 정책 역시 사후 처리 위주로 마련됐다. 그러나 생산-소비-관리-재생 전 과정에서 ‘처리’가 아닌 ‘감축’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은 담보할 수 없다.
 
브랜드 감사는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책임을 증거할 실질적 데이터를 마련하는 캠페인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이나 단체가 상시 기록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B.N.A 목록 2.0(BETTER ALTERNATIVES NOW))’ 보고서
‘B.N.A 목록 2.0(BETTER ALTERNATIVES NOW))’ 보고서 가운데 TOP5를 차지한 브랜드들 (BFFP 제공)

한편 BFFP에서 2016년에 수거한 해양쓰레기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5월 작성한 ‘B.N.A 목록 2.0(BETTER ALTERNATIVES NOW))’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국내에서도 익숙한 브랜드들이 '쓰레기 브랜드 감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불명예를 얻었다. 

BFFP는 수거된 쓰레기를 상위 20개의 항목으로 나눈 뒤 모바일 앱 Litterati(쓰레기 사용 줄이기 어플)와 협력해 각 제품이나 포장에서 브랜드를 식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거된 해양 쓰레기 가운데 음식 포장지 비율이 18.6%로 가장 많았다. 플라스틱 병마개(16.6%), 플라스틱 음료수병(12.0%), 비닐봉지(9.4%), 플라스틱 빨대 및 스틱(7.5%), 일회용 컵 뚜껑(5.1%), 스티로폼 용기(4.9%), 담배꽁초(3.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음식 포장지의 경우 주로 추잉껌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미국의 제과 업체 ‘리글리’가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둔 스타벅스는 3위를 차지했다. 

병마개(Caps)의 경우 코카콜라가 가장 많이 수거됐다. 게토레이는 두 번째로, 네이키드는 세 번째로 많았다. 

음료수 병의 경우 폴란드 스프링스가 1위, 게토레이가 2위, 코카콜라가 3위로 불명예를 안았으며, 비닐봉지의 경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각각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담배꽁초로는 말보로가 가장 많이 바다에 버려졌다. 카멜이 그 뒤를 바짝 쫓았으며 팔리아멘트가 3위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스타벅스가 1위, 맥도날드가 2위, 던킨도너츠가 4위를 차지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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