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프랑스인들의 장바구니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프랑스가 ‘탈(脫)소비’ 사회로 나아가면서 덜 소비하되, 질 좋은 것을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책임감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책임감 있는 소비자 되는 법

프랑스에서 ‘책임감 있는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프랑스 쿠르브부아의 경영대학원(l’École de Management Léonard de Vinci)의 교사이자 연구자인 마리 아이켈-엘사베(Marie Haikel-Elsabeh)가 발표한 ‘새로운 소비자 형태와 책임감 있는 식음료 소비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경향은 프랑스인들의 의식이 점점 진보해 습관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책임감 있는 소비자를 관찰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Observatoire de la Consommation Responsable’(OCR)에 따르면 유기농 식료품점이 2014년 50억유로의 매출을 올린 것도 책임감 있는 소비 경향이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유기농과 공정무역 산업은 매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새로운 고객을 얻는다. 특히 유기농으로 된 계란, 우유, 요거트 등과 같은 제품들을 구매하는 경향은 프랑스인들의 소비 습관에 견고하게 치고 들어와 자리 잡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이러한 책임감 있는 소비 경향이 전파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SNS 공간은 정보의 전파를 위한 플랫폼뿐 아니라 소비행동자들과 상호작용하고 토론하는 장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환경책임소비자’의 의지를 강화하는데 영향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 변화의 흐름에 동조하게끔 하기 위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들만이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책임감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한 견본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 주요 도시마다 식료품과 관련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 단체들이 있다. 모던휴머니스트(Les Modernes humanistes), 셰어액티비스트(Les Share activists), 슬로우패스트(Les Slow fast) 등이다.

모던휴머니스트는 50세 이상의 주부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이들은 재활용, 분리수거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환경책임자’로서 힘쓰고 있다. 물론 식료품 구매에 있어서도 공정무역, 유기농 제품들을 구매한다. 이 그룹은 그들의 소비 경향을 퍼뜨리면서 다른 사회, 타인의 의식 변화까지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셰어액티비스트는 견고하고 실용성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단체이다.

슬로우패스트는 계절과 지역의 특산물을 선호한다.

◇ 적게 사고, 좋게 사는 경향

최근 프랑스인들의 소비 경향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가정주부들은 값싼 식품을 많이 사기보다는 적은 양의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산품보다는 자연에서 생산된 것들로 그들의 장바구니를 채우는 것이다.

지난 17일 Les Échos가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5년 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탈소비 경향이 점점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경제위기나 인플레이션과 무관하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프랑스인들이 식비 예산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질 좋은 제품을 고르고, 로컬푸드를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프랑스인들이 더 많은 유기농 제품, 더 많은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구매하고 대기업 공산품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이는 의심할 필요도 없이 ‘위생’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중간유통단계가 많을수록 제품이 지나치는 공장이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위생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적은 과자와 더 적은 소세지, 더 적은 고기…..’ 이것이 최근 프랑스 마트에서 소비자들의 소비경향이다. 프랑스인들은 각종 할인이나 이벤트에도 호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에 반대한다. 최근 프랑스인들은 원하지 않는 제품이지만 세일이라고 해서 구매하는 등 예산을 망가뜨리는 ‘꾐’에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알루미늄 소금이 없는 데오도란트, 무가당이 첨가되지 않은 과일, 항생제를 놓지 않은 고기 등 더 좋은 제품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낼 각오가 돼 있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