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의 역습] ①최고의 발명품이 최악의 '재앙'으로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며칠 동안 고개를 넘어 오일장에 가는 대신 장보기용 경차를 따로 구입하는 현대인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보다 에어컨에 의한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걸레 빠는 일이 귀찮은 이들에겐 물티슈가, 설거지하기 귀찮은 이들에게 일회용 용기가 반가운 발명품일 것이다. 21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 ‘편리’가 인류 최악의 ‘재앙’으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생산과 소비가 대량화되고 유통과정이 복잡해지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은 환경의 수용범위를 초과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설치한 고래 조형물. (사진 필리핀 그린피스 제공)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설치한 고래 조형물. (사진 필리핀 그린피스 제공)

목재·벽돌보다 값싸고 모양 성형이 쉬워서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꿀 도구의 발견이라 주목받았던 플라스틱.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썩지 않는 성질 때문에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으며 태어났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놀라운 가공성과 편리성으로 우리의 삶의 곳곳에 침투한 플라스틱이 그 썩지 않는 성질 때문에 21세기 최고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데 5초, 500㎖ 생수를 흡입하는데 30분, 썩는데 100년 이상 걸린다. 플라스틱의 역사가 고작 1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인류가 처음 만든 플라스틱이 어떤 형태로든 지구상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1일 강원도 하점면 창우포구앞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물에 40여 년 전에 버린 ‘뽀빠이’ 과자봉지 등이 담겨 있어 화제를 모았다. 1977년 제조연월일이 찍힌 과자봉지는 약 반년의 세월에도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있다. 빛이 있어야 색이 존재하고 소금이 있어야 맛을 더하니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비유임직 하다. 그런데 비상이 걸렸다. 이달 초 시판되는 모든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해양수산부 의뢰로 목포해양대 연구팀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10개월 동안 국내 시판 중인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소금 섭취량은 3.5kg으로 주로 천일염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1인당 연간 500개에서 8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소금으로 섭취한다. 

목포대 연구팀이 전남 해안 2곳의 낙지채취장 인근 갯벌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갯벌 역시 표면뿐 아니라 깊숙한 곳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미국해양교육협회(SEA) 캐라 라벤다 연구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바다에서 참치를 꺼내고 그 자리에 플라스틱을 채운 결과” 먹이사슬의 상위포식자인 인간은 매일매일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 미세먼지의 역습

미세먼지로 덮인 서울 남산타워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7.27/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로 덮인 서울 남산타워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7.27/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 이하)와 초미세먼지(2.5마이크로미터 이하)는 먼지 직경의 차이로 구분하며 자연적 발생원은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식물의 꽃가루 등이 있다. 

인위적 발생원은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에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 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거주했던 라스 라스무센 노키아 마케팅 대표는 2013년 두 자녀, 부인과 함께 고국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대기오염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 수 없고 집 밖에선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에서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상과학소설처럼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살순 없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비단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국내 역시 지난봄 미세 먼지 나쁜(121~200㎍/㎥) 수준을 연일 유지했고, 사람들은 공상과학소설처럼 매일매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감행하거나 여건이 허락되면 외출 자체를 아예 삼가고 실내에 갇혀 지냈으니 말이다. 수도권에서는 2017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처음 발령됐으며, 올해는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등 미세 먼지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으며 우리 정부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보고 지난달 미세먼지 특별법을 공포하기도 했다. 

물과 더불어 인간의 삶을 꾸려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재 공기가 인류의 외부활동을 차단하는 ‘감옥’으로 변한 것이다. 

◇ 기후의 역습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방송보도매체 CNN은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 남아 있는 빙하가 녹자 ‘북극 최후의 얼음’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방송보도매체 CNN은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 남아 있는 빙하가 녹자 ‘북극 최후의 얼음’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 남아 있는 빙하가 녹자 ‘북극 최후의 얼음’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최후의 얼음은 북극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빙하로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에도 버틸 수 있다고 예측한 기후지표였다.

날씨는 작물의 생육과 직결돼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며 홍수나 태풍 등 우리의 재산이나 삶을 통째로 빼앗아가기도 한다. 따라서 기온은 우리 인간의 생존에 직결되는 것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흔히들 이를 '지구온난화'라고 부르며 과학자들은 빙하가 녹는 이유라고 지목한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전국을 펄펄 끓게 만들었던 올여름 폭염은 이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1994년 여름 기록을 완전히 갈아치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까지 올 한 해 발생한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31.5일로 1994년 31.1일 기록을 뛰어넘었다. 폭염일수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래 46년 만에 최고 기록으로 '폭염도 재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명·농작물 등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에 비해 빠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부터 30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상승 폭은 0.84도, 한국은 1.22도로 1.5배가량이었다. 지난해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1989~2016년 해수면 변동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은 연평균 2.96mm 상승했다.

얼음이 녹으면 북극의 찬 기운과 남쪽 따뜻한 기운을 섞이지 않게 막아주는 제트기류에 이상이 생긴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의 원인으로 제트기류 약화를 꼽았다. 제트기류 약화로 대기 상층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 중위도 지역에 폭염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북극 얼음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관측하며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폭염과 함께 한파도 일상화 돼 이같은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종만 지구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간이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지구온난화현상은 홍수·폭우·사막화·태풍과 같은 이상기후를 유발했고, 이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편리의 역습]②편에서 계속)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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