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PLS제도 전면 시행...농업인들 "아직 이르다"

농약 허용물질목록(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제도가 내년 1월 전면 시행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농약 허용물질목록(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제도가 내년 1월 전면 시행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농약 허용물질목록(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제도 전면 시행을 4개월 앞두고 정부가 지난 18일 클로피랄리드 등 농약 119종의 잔류허용기준을 신설·개정하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농업인들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PLS 시행의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PLS제도란 농작물별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의 목록을 작성해 잔류허용기준을 관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규제 물질 이외의 물질 사용이 원칙적으로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허용물질 이외 제품은 모두 사용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그간 기준치가 정해지지 않아 잔류 농약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품목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PLS제도가 시행되면 미등록 농약의 잔류 기준은 0.01ppm 이하로 일률 적용된다. 

따라서 지난해 발생한 피프로닐 오염사건, 이른바 ’살충제 달걀 파동‘과 같은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시에는 피프로닐의 경우 허용되지 않은 살충제라 처벌 기준이 없었다. 

잔류 농약 허용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산물은 그동안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가 정한 기준(CODEX)을 적용해 유사농산물의 최저 기준을 차용했다. 

농약 오남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PLS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지만, 농업계에서는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때까지 시행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농업계에서 제기한 문제는 크게 △소면적 재배작물의 등록 농약 부족 △올해 파종하는 월동기 농작물과 장기 재배 농산물의 적용 시점 △농지 교차재배와 항공 방제(비산)에 따른 농약 비의도적 유입 등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6일 제도 연착륙을 위해 그간 합의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제기된 농업계의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가령 환경오염이나 산림청의 항공 방제 등으로 미등록 농약이 농장 작물에 살포된 경우, 판매단계에서 0.01ppm이상 검출되면 부적합 판정을 받지만 농장에 대한 뚜렷한 구명 매뉴얼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또 새로운 품종은 빠르게 늘어가는데 허용치 기준 마련은 2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선제적인 농촌진흥청의 직권등록이 어려운 실정이다. 재배는 시작됐는데 해당 농약이 허용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농진청은 직권등록 시험을 방제 농약이 부족한 소면적 작물 84개 품목 약 1670개의 농약을 등록할 예정이라지만 재배작물 종류보다 허용 가능 농약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PLS는 농약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지만 시행 4개월 남짓을 앞두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농업 현장과 관리감독 기관과의 갈등이 우려된다”며 “삼림청 항공 방제나 환경오염 등의 비의도적 오염 경우 잔류 농약이 검출되면 양자간 피해 보상 및 소명 체계,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검증체계를 마련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LS제도를 먼저 안착한 일본과 미국 등은 잔류농약 시험법 확립 등 신속한 관리체계를 갖춘 바 있다. 

특히 일본은 2006년 도입 초기 비산(날아서 흩어짐) 농약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고 비산의 폭을 줄이는 도구(설비), 비산 현상을 저감하는 농약, 농약 보조제 등을 개발해 보급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농산물의 올해 파종하는 무·당근 등 월동기 농작물과 인삼·도라지 등 장기 재배 품목 농약에 대해 직권등록을 우선 추진하고 장기 재배 근채류 등의 적용에 문제가 없도록 5377개의 농약에 대해 잠정안전사용기준과 잠정잔류허용기준을 연말까지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잠정허용이란 새로운 품종에 대한 농약 직권등록 전까지 약식 시험을 통한 감정적 기준치를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품목의 PLS제도 적용시기는 모든 품목에 원칙적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원칙이지만 장기 재배 작물은 유통일 기준이 아닌 수확일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개정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신규 등록 제초제 크러 피랄 리드 잔류허용기준을 신설하고, 델타메트린 등 농약 118종에 대한 포도, 유채씨 등 299개 농산물 잔류허용기준 확대·변경 식물성 원료 중 향신료를 향신식물로 개정하고 향신식품에 허브류(레몬머틀, 레몬밤, 루이보스, 아이언원트, 오리브, 허니부쉬)를 신설했다. 

자세한 내용은 식약처 홈페이지 법정 자료에서 확인 할 수 있으며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경우 다음달 10일까지 제출 가능하다.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