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나쁜 대기질, 물 부족 등 환경문제 해결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다. 환경문제는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주지만, 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보인다. 전 세계가 환경을 걱정하는데, 이를 외면하고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의 가치를 좇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콘삭스 제공)2018.9.20/그린포스트코리아
(콘삭스 제공)2018.9.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휙' 하고 버려지기 쉬운 ‘구멍 난 양말’을 환경적 가치로 꿰매보려 노력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제작하는 ‘콘삭스(Corn socks)'다. 이태성 콘삭스 대표는 “예전에는 먹을 게 부족해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텐데 지금은 너무나 많은 가치들이 1%만 하자가 있어도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 같다”면서 “쉽게 버려지는 것들이 결국 우리 환경에 ‘역습’을 가하리라는 것을 구멍난 양말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 ‘구멍난 양말’을 환경적 가치로 꿰매다

이태성 대표가 양말을 사업 아이템으로 채택하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패알못’(패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었음에도 이 대표가 양말을 아이템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섬유 공부를 시작한 것은 구멍 난 양말을 환경적 가치로 채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종종 집 앞 시장에서 3000원에 5켤레 ‘싸구려’ 면 양말을 사오곤 했다. 유독 엄지발가락 부분이 빨리 닳아 한 달도 채 신지 못하고 구멍이 났고, 그럴 때마다 이 대표는 매번 같은 양말을 사고 버리기를 일삼았다.

그런데 어느날 이 대표는 우연히 아버지가 신는 양말의 엄지발가락 부분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실밥 자국을 보게 됐다.

당시 환경적 가치를 품은 아이템을 찾고 있던 이 대표에게 양말에 남겨진 실밥 자국은 적절한 모티브가 됐다. 이 대표는 얼마나 많은 양말들이 단지 작은 구멍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고 있는지 깨닫고, 설사 구멍이 나 버려지더라도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업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양말의 소재에 대해 나홀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면’이 우리 환경에 얼마나 유해한지 알게 됐다. 그는 “(목화는) 인류가 재배할 수 있는 작물들 중 수분 흡수를 가장 많이 하는 작물이다. 면의 생산은 지구의 수분 균형에 유해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살충제나 농약의 25%가 목화재배에 사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발견한 ‘면’이 드리우는 또다른 그늘은 아동 노동 문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여전히 13세, 15세 미만 아이들이 목화를 따는 노동에 동원된다. 이 대표는 “유해한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폴리에스터와 아동 노동력 착취, 수분 불균형 문제를 가져오는 면이 아닌 대안으로서의 섬유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내 찾은 것이 옥수수”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옥수수 섬유는 환경에도, 또 사람에게도 좋은 소재이자 착용감까지 고려했을 때 최적의 대안이다. 이 대표는 옥수수라는 친환경적 원료를 다른 의류 브랜드와의 차별성으로 제시하고 2011년 ‘콘삭스’를 창업했다.

◇ ‘순(100%)옥수수’ 양말...60% CO2 배출 절감

콘삭스의 양말들은 순도 100% 옥수수를 자랑한다. 이 대표는 면도, 폴리에스터도 아닌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생산한다. 옥수수 섬유는 생산시 나일론, 폴리에스터 대비 60% 이상의 CO2 배출을 절감시킬 수 있고, 매립할 경우 1년 이내에 생분해된다. 뿐만 아니라 옥수수 섬유는 소각하더라도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옥수수 섬유 1kg이 갖는 에코코스트(Eco-cost)는 0.77달러다. 에코코스트는 제품으로부터 야기되는 환경오염을 상쇄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이에 비해 면의 에코코스트는 kg당 약 1.03달러로, 환경에 훨씬 유해하다.

그러나 이 대표가 옥수수로 양말을 만들기까지는 꽤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는 “옥수수 섬유는 굉장히 까다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섬세함을 요한다. 옥수수 섬유는 약 120℃에서 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방직기의 속도에 따라 완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는 경향도 있다”면서 “원사의 품질이 달라지지 않도록 RPM(기계를 돌리는 속도)과 온도, 첨가되는 유재 및 방적시 꼬임의 정도 등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수수를 활용해 양말을 만든다고 하면 혹시나 GMO 옥수수를 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많은 분들이 국내산 옥수수로 만드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신다”면서 “콘삭스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회사는 non-GMO 인증서를 받은 회사다. 섬유를 만들기 위한 옥수수를 별도로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속가능한 패션은 환경과 인간을 동시에 존중한다”

콘삭스는 생산환경부터 노동환경, 그리고 소비환경까지 고려한, 넓은 의미에서의 ‘생태주의’ 브랜드를 지향한다.

콘삭스의 지속가능성은 제품이 생산되고 판매, 소비되는 과정, 즉 제품의 모든 주기(product-cycle)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이 대표는 “사람과 노동의 환경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된 데에는 2013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라나 플라자(rana plaza)붕괴 사건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당시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붕괴사건이 발생해 3122명이 근무하는 건물에서 1129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하청 공장 노동자들이 처한 비윤리적인 근무환경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임금은 물론이고 안전장치도 전혀 구비돼 있지 않았다.

문제는 2년 후에도 발생했다. 2015년에는 노동자들을 감금시킨 후 일하게 하다가 화재가 나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이 대표는 “방글라데시는 인건비가 저렴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완제품 수출량이 전 세계 1위인 국가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평균 임금으로 한달 8만원정도의 돈을 받는다. 옷 한 벌을 만들었을 때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최소 1원에서 최대 5원까지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코이카, 아름다운가게 등과 협업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건물 붕괴사건의 생존자 20여명을 대상으로 재활교육 등을 실시해 콘삭스의 디자인을 의뢰하기도 했다.

또한 콘삭스는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실제 콘삭스의 양말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 50%는 장애인들이다.

이 대표는 “사실 많은 브랜드가 소재, 제조과정 등에 대한 환경문제에 집중하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어스키스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까지 줄일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꾸준히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양말 인형’

콘삭스는 양말인형을 빈곤국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코니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내전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기반시설이 무너진 국가에서는 인형을 긴급구호 물품에 포함한다. 아이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치유하기 위해서다.

코니돌 캠페인 후원자가 직접 인형을 만들면 아이들에게 인형이 전달된다. 특이한 점은 인형 안에 옥수수 씨앗을 담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간이 지나 인형이 헤지면, 아이들은 인형과 영영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던 옥수수 씨앗을 심어 새로운 모습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고 전했다.

(콘삭스 제공)2018.9.20/그린포스트코리아
(콘삭스 제공)2018.9.20/그린포스트코리아

또 다른 캠페인으로는 '스탠드 업(STAND UP)'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동절기 주거 빈곤계층인 노숙인들에게 방한용품을 지원해주는 캠페인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4000만원에 해당하는 방한용품을 전달했다. 올 겨울에도 콘삭스는 이들에게 옥수수 섬유로 만든 비니, 목도리, 장갑 등을 기부할 예정이다.

(콘삭스 제공)2018.9.20/그린포스트코리아
(콘삭스 제공)2018.9.20/그린포스트코리아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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