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타리나'의 기상 사진. (Pixabay 제공) 2018.09.16/그린포스트코리아
허리케인 '카타리나'의 기상 사진. (Pixabay 제공) 2018.09.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끝나고 한반도에 초가을이 찾아왔다. 숨 막히는 더위는 물러갔지만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태풍이다.

태풍은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을 말한다. 주로 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며 지역에 따라 태풍(Typhoon), 허리케인(Hurricane), 사이클론(Cyclone), 윌리윌리(Willy-Willy)로 불리지만 모두 같은 자연현상이다. 연간 총 80여개 정도가 발생했다 사라진다.

태풍은 강풍‧호우‧해일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태풍 하나의 위력이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1만배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다. 

지금까지의 기상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 ‘역대급’ 피해를 입힌 강력한 태풍은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02년 초가을 한반도를 덮친 태풍 ‘루사’가 그랬다. 루사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일일 강우량(870.5mm)을 기록하며 한반도에 강력한 물폭탄을 퍼부었다. 사망‧실종자가 246명, 재산피해는 5조1000억원에 달했다. 국가 R&D 예산 총액을 초과하는 거액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그 다음 해인 2003년에는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하며 141명의 사망‧실종자와 4조2225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역대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태풍 5개는 1위 루사, 2위 매미, 4위 볼라벤과 덴빈, 5위 재니스였다.

이들의 발생 시기는 재니스를 제외하면 모두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 즉 최근이다. 기상청과 기상학자들은 입을 모아 앞으로 태풍은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며 위력 역시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 (기상청 홈페이지 제공) 2018.09.16/그린포스트코리아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 (기상청 홈페이지 제공) 2018.09.16/그린포스트코리아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 전문가들은 우선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온도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태풍은 높은 기온 하에서 자주 발생하고, 많은 수증기를 흡수할수록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가 따뜻해지면 보다 많은 태풍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태풍의 발생 상황을 예측했다. 그 결과 남중국해 남쪽‧필리핀해 북쪽 지역 태풍 생성 빈도가 현재의 19.7개에서 20.7개로 5% 증가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의 수도 17% 늘어났다.

해수면이 따뜻해지면 태풍의 강도도 세진다. 2017년 허리케인(태풍) ‘하비’는 미국 텍사스에 1000mm의 누적 강우량이라는 역대급 물폭탄을 선사하며 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기상청 등은 멕시코만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1도 높았던 것이 하비의 힘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립기상연구소(NCAR) 연구팀은 근래 발생한 22개 허리케인(태풍)에 21세기 말의 온난한 기후조건을 대입하는 테스트를 지난 5월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 허리케인이 더욱 강해지고, 이동속도도 느리며, 강수량도 많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공통점은 강수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NCAR은 미래의 허리케인은 평균 강수량이 24%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엠마뉴엘 교수는 지구 해수면 온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75년 이후 해수면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태풍의 잠재강도와 지속시간 또한 커졌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가 1도 상승할 경우 태풍의 최대 풍속은 5% 증가한다.

태풍은 지구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상현상이다. 태풍은 적도부근에 고여 있는 열에너지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바다와 육지 생태계 유지에도 필요하다.

그러나 세력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인류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위력을 약화시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아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 저감, 친환경차 개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등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이 태풍 등 위험한 기상현상과도 연결되는 셈이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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