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 "투기 부추길 뿐 집값 낮추는 데 도움 안돼"

 
개발되지 않은 녹지 지역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개발되지 않은 녹지 지역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정부 여당과 서울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부딪히고 있다. 현재 그린벨트가 지정된 곳은 서울 행정구역 외곽을 중심으로 149.6㎢에 달한다. 정부는 이 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값 상승을 막는 방편 중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반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환경포럼에 참가해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재차 밝혔다. 그간 그린벨트의 가치를 서울에 남은 ‘최후의 보루’라며 강조해 온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계속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 서울시 환경 더 열악하게 할 것

1971년 처음 지정된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투기 억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꾸준히 개발과 환경문제가 맞붙어왔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한 그린벨트는 그 이후 새롭게 지정되거나 조성된 적은 거의 없다. 도시 녹지율이 낮은 서울시에 남아 있는 24.7%의 그린벨트마저 해제되면 환경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가 0.7도 상승했는데, 서울 온도는 2.4도가 올랐다”면서 “도시숲은 온도를 3~7도 낮추고 미세먼지도 20~40%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2016년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 공기질 부문에서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서울시 개발제한 구역. (서울시 제공) 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개발제한 구역. (서울시 제공) 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2013년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서울의 1인당 공원면적은 8.48㎡였다. 미국 뉴욕 18.6㎡, 영국 런던 26.9㎡, 독일 베를린 27.9㎡, 프랑스 파리 11.6㎡ 보다 낮은 수치다. 일본 도쿄 4.4㎡보다는 높았다. 그마저도 서울의 녹지는 도시 외곽에 집중돼 있어 뉴욕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 내 넓은 녹지가 있는 세계 대도시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이 공간을 주택 공급을 위해 내줘야 한다는 주장에 맹 국장은 "근본 대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맹 국장은 “서울 도심에 낡고 주거 여건이 안 좋은 집들을 정비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8년이면 일반 분양하는 현행 공공임대주택 제도 또한 영구공공주택 제도로 설계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수도권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순위를 다툴 정도로 우리나라가 도시정책을 잘못해 왔다”면서 “사람 몰리고 집이 필요하니까 집을 계속 공급해 줘야 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제되기만 해온 그린벨트…관리가 중요

환경단체들은 이제부터라도 그린벨트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녹지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하지 않아 버려진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는 평가다. 그린벨트를 설정만 하고 방치한 뒤 정부가 필요할 때만 해제한 뒤 투기를 부추겨 온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추가 지정이나 조성은 거의 없이 해제만 해 온 그린벨트인 만큼 남아 있는 지역을 잘 보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단지 모습. (픽사베이 제공) 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아파트 단지 모습. (픽사베이 제공) 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맹 국장은 “사실상 그린벨트 지역 땅 소유자들은 거주보다 투기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발 조건이 완화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은 데도 외지인이 주인이다 보니 투자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도 “그린벨트 지정으로 어느 정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보완대책은 필요하다”면서도 “지정 이후 훼손되거나 원래 목적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린벨트는 녹지뿐 아니라 용지와 습지 등 환경보전에 도움이 되는 다른 요소로도 이루어져 있다. 잘 보전하면 대기질 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하수 등 물이 투과하기 어려운 불투수층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홍수 위험도를 낮춰준다. 최근 기습 폭우로 전국 곳곳이 물바다가 된 경험이 있는 만큼 개발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맹 국장은 “독일 등 나라에서는 자연 상태 토지를 개발할 경우 비싼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와 비슷한 정책으로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자연자원총량제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문제는 다양한 관련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그린벨트 유지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영국은 보유세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3.11%로 한국의 0.8%보다 4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은 OECD 평균인 0.91%보다 낮았다.

환경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문제에 땅·집을 보는 문화적 차이와 종부세 등 관련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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