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분연정책'·프랑스 ‘까마귀정책’으로 문제 해결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는 퇴근시간만 되면 꽁초를 들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광화문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A(29)씨도 퇴근 후 거리로 나와 이른바 ‘핫스팟’에서 담배를 핀다. A씨는 “담배필 곳도 마땅치 않고 금연구역은 있어도 흡연구역이라고 지정해 둔 곳이 없어서 그냥 거리에서 피게 된다. 꽁초도 남들이 다 여기(빗물받이)에 버리니까 거리에 나뒹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버린다”고 말했다.

종로 르메이에르 빌딩 앞 ‘금연구역’은 흡연자들이 점령했다. 르메이에르 빌딩 지하에서 수영을 다니는 B(34)씨는 “꽁초 버릴 곳이 있으면 아무데나 버리겠나. 버릴 곳이 없으니 빗물받이에 던지고 ‘눈 가리고 아웅’할 수밖에. 제대로 된 시설하나(흡연구역 및 재떨이, 쓰레기통 등) 만들어주지 않고 흡연자들만 구석으로 내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빗물받이에 ‘범람’하는 담배꽁초

실제 종로구 소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 위치한 빗물받이는 담배꽁초들로 넘쳐나고 있다. 빗물받이는 인도와 도로 사이에 있는 배수시설로, 콘크리트로 덮인 도심에서 물을 빼내는 역할을 하는 중요 수방시설 중 하나다.

종로구 소재 르메이에르 건물 앞에 위치한 빗물받이에는 담배꽁초들이 ‘범람’하고 있었다.(권오경 기자)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종로구 소재 르메이에르 건물 앞에 위치한 빗물받이에는 담배꽁초들이 ‘범람’하고 있었다.(권오경 기자)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런데 이 빗물받이에 빽빽이 드러찬 담배꽁초들로 인해 배수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내린 게릴라성 폭우로 곳곳에서 범람피해가 잇따르자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있었던 게릴라성 폭우로 한 연세대 학생은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학교 안에서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서대문구 신촌 한복판이 20분만에 ‘물바다’가 된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빗물받이는 약 48만개로, 올해 빗물받이 청소 작업에 들어간 비용은 총 89억4900만원 정도다. 예산도 2016년 73억2900만원에서 지난해 79억9800만원으로 증가한 뒤 다시 10억원 정도가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대대적인 청소 작업을 벌여도 꽁초가 금세 다시 찬다는 것이다.

◇금연구역 지정만이 답일까

최근 정부는 확고한 금연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다.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 하에 금연공간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시 관내 실내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92.8%에 달한다. 교육시설은 물론이고 체육시설, 의료기관, 교통시설, 음식점, 게임방, 만화방, 숙박업소까지 총 24만5912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외부시설 역시 버스정류소, 택시 승차대, 지하철 주변, 거리, 광장, 공원, 놀이터 등 1만9201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늘어나는 금연구역에 갈 길 잃은 담배꽁초들은 빗물받이로, 또 거리로 나뒹군다. 막무가내식 금연정책이 아닌 좀 더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은 분연정책, 프랑스는 ‘까마귀정책(?)’

꽁초와의 사투를 벌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흡연정책과 금연정책의 구분을 분명히 하는 ‘분연정책’에 집중한다. 금연구역이 있으면 흡연구역도 있다. 기차역이나 편의점, 실내 식당, 커피숍 등에서는 흡연자의 권리와 금연자의 권리 모두를 충족할 수 있도록 흡연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다. 금연구역 지정만 늘리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에서 2년동안 유학생활을 한 유수희(27)씨는 “(일본에는) 흡연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다보니 거리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것은 그 사람(흡연자)의 문제이지만 버릴 곳이 없어서 거리에 휙 던지게 되는 일은 또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죄의식에도 차이가 있을테고”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는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까마귀를 훈련시켜 꽁초를 주워오도록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까마귀를 훈련시켜 꽁초를 주워오도록 했다.(자료사진)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는 까마귀를 훈련시켜 꽁초를 주워오도록 했다.(BFMTV캡처)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의 맹금류 조련사 크리스토프 가보리트는 공연을 위해 ‘떼까마귀’(까마귀 종 중 하나로, 일반 까마귀보다 지능이 뛰어나다)를 훈련시키던 중 공주에게 물어다 주는 장미대신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나무 상자에 넣도록 훈련시켰다. 6개월의 훈련을 마친 6마리의 까마귀들은 지난달부터 주 4일 ‘퓌뒤푸’ 테마파크에서 청소부원으로 일하고 있다.

6개월의 훈련을 마친 6마리의 새들은 지난달부터 주 4일마다 ‘퓌뒤푸’ 테마파크에서 청소부원으로 일하고 있다.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6개월의 훈련을 마친 6마리의 새들은 지난달부터 주 4일마다 ‘퓌뒤푸’ 테마파크에서 청소부원으로 일하고 있다.(BFMTV캡처)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니콜라 드 빌리에 퓌뒤푸 테마파크 회장은 "이들(까마귀)의 업무 효율은 굉장히 높아서 45분만에 통 하나를 다 채울 정도의 쓰레기를 주워온다“면서 ”우리의 주 목적은 까마귀들을 훈련하는 게 아니라 까마귀를 통해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건강 위한 금연정책·환경 생각한 흡연정책 마련해야

MéGO!(프랑스 발음으로 하면 꽁초라는 말)는 프랑스에서 유일한 담배꽁초 분리·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복지기관이다.(권오경 기자)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MéGO!(프랑스 발음으로 하면 꽁초라는 말)는 프랑스에서 유일한 담배꽁초 분리·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복지기관이다.(TFI캡처)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 정부는 꽁초 재활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MéGO!(프랑스 발음으로 하면 꽁초라는 말)는 프랑스에서 유일한 담배꽁초 분리·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기관이다.

이 서비스의 목적은 지역에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환경보호에 우호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것으로, 브레스트지역에 수집·분류·재활용을 위한 공장을 두고 있다. 수집된 꽁초들은 이 공장에서 사무용 합판 등을 만들기 위한 원료로 재탄생한다.

MéGO! 공장에서 꽁초를 재활용해 만든 합판.(권오경 기자)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MéGO! 공장에서 꽁초를 재활용해 만든 합판.(TFI캡처)2018.9.11/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이 기관은 파리소재 C.K.F.같은 기업이나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C.S.E, 루아르지방의 EN.CO.VA 등의 기업과 협약을 맺고 수집과 재활용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프랑스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그린마인디드’도 꽁초를 수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3분의 1은 소각되고 나머지 3분의 2는 거리에 버려지거나 폐수로 흘러들어간다. 독성이 있을뿐더러 생분해되지 않는 40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담배꽁초는 바다에 가장 치명적인 쓰레기 3위로 꼽힌다.

이들은 kg단위로 맞춤 재떨이 통을 판매해 꽁초를 수집하도록 한 후 재활용한다.(홈페이지 캡처)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은 kg단위로 맞춤 재떨이 통을 판매해 꽁초를 수집하도록 한 후 재활용한다.(그린마인디드 홈페이지 캡처)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은 도로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두고, 이를 직접 공장으로 운반해가 재활용한다. 또 kg단위로 맞춤형 재떨이 통도 판매한다. 이를 프랑스 기업, 단체뿐 아니라 개인들에게 판매해 꽁초를 수집하도록 한다. 이렇게 모아진 꽁초들의 필터부분은 섬유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되어 사무용품 혹은 공원의 의자, 목탄연필 등으로 재탄생한다.

그린마인디드 관계자는 "릴에서 이 같은 재활용 사업을 진행한 결과 거리에 버려진 꽁초들의 46%가 감소했다"면서 "담배꽁초를 시작으로 와인마개나 라이터 등의 쓰레기들도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그린마인디드’도 꽁초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그린마인디드’도 꽁초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그린마인디드’도 꽁초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프랑스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그린마인디드’도 꽁초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8.9.12/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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