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을 보호하고 세계 농업과 식품 안전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성분이 들어간 농약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2018.9.5/그린포스트코리아
꿀벌을 보호하고 세계 농업과 식품 안전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성분이 들어간 농약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2018.9.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꿀벌을 보호하고 세계 농업과 식품 안전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성분이 들어간 농약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는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들어간 농약 5종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법령은 지난 1일부터 발효 중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기존 △티아메톡삼(thiaméthoxame) △클로티아니딘(clothianidine)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e) 등 3종에 이어 △아세타미프리드(acétamipride) △티아클로프리드(thiaclopride) 등 2종을 추가해 총 5종의 농약 사용이 제한된다.

유럽연합(EU)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는 지난 2013년 5월 24일 네오니코티노이드 3종에 대한 사용을 금지시킨 바 있다.

프랑스는 농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 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네오코티노이드 농약 5종을 야외뿐 아니라 실내, 온실하우스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캐나다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주 정부에 양봉 담당자를 두어 양봉농가의 등록, 벌의 건강, 관리 실천방안 및 기타 양봉 문제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꿀벌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와 생태계 보존 효과 등을 고려해 양봉업을 기초산업으로 간주, 지원금을 농가에 전달하기도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지구온난화, 전염병 바이러스, 전자파 등으로 무수히 많지만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주범으로 꼽는다. 해당 살충제는 꿀벌의 기억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여왕벌 개체 수도 줄인다.

영국 스털링대 연구진에 따르면 꿀벌이 꽃가루를 모을 때 날개를 초당 400번 진동하는데, 네오니코티노이드에 주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진동 횟수가 크게 감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모을 수 있는 꽃가루의 양이 급감하게 된다.

스털링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들이 모은 꽃가루의 양은 그렇지 않은 꿀벌이 모은 것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살충제가 꿀벌 몸 속을 파고들어 신경계의 신호 전달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날개 운동이 느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라면 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17년 발표된 국내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채꽃 재배지에 네오니코티노이드계 3종인 티아메톡삼,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라이드를 살포해 꿀벌이 수집하는 벌꿀과 화분에서 검출된 농약 잔류량에 따른 위험을 평가한 결과, 꿀벌봉군에 잔류 농약 오염 수준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꿀벌은 '인류존망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농작물의 약 75%가 벌의 수분 활동으로 생산되고 있다. 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전 세계 꿀과 채소, 과일 등 식량 생산 규모가 연 400조원을 넘는다. 당장 꿀벌이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지면 양파·감자 등 100대 농산물 생산량이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농작물 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결국 인류의 식생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꿀벌의 개체수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2005년 꿀벌(서양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서부 해안지역에서는 꿀벌의 30~60%가,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70%가 사라졌다. 2007년 캐나다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으로 해마다 30~4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농약은 물론, 전염병으로 인한 ‘꿀벌 피해’에도 눈 못뜬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서도 꿀벌 개체수 감소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국내 한 연구에 의해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과 꿀벌 수와의 상관관계가 입증되기도 했다. 배·사과 과수원에 살포된 농약이 꿀벌 개체수 감소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지역 감귤 농장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제주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제주지역 감귤 농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농약의 종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5종(티아메톡삼,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아세타미프리드, 티아클로프리드)을 포함해 총 700종이다.

실제 제주에서 5년째 유기농법을 이용한 양봉업을 하고 있는 조모(55)씨는 “특히 제주의 경우 감귤 농사를 많이 하는데 감귤꽃이 피기 시작하면 농약을 여러차례 뿌린다. 그 때 사람들이 꿀벌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뿌리는 것이 아니니까 꿀벌이 수분활동(꽃가루를 옮기는 행위)을 하고 있는데 농약을 뿌려버리면 그 반경에 있는 꿀벌들은 다 죽게 된다. 그 자리에 있는 꿀벌만 죽는게 아니라 꿀벌이 벌집에 들어와 농약을 퍼트려서 다른 꿀벌들까지 다 죽여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의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전히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5종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다만 개화기 전 사용만 가급적 피하라는 주의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꿀벌을 위협하는 농약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뿐만 아니다. 키틴합성억제자를 비롯, 유기인계, 카바메이트 살충제 등은 꿀벌들의 의사소통을 감소시키고, 학습 장애, 방향 감각 상실, 기억력 및 수명 단축 등 위해 요인이 된다.

해당 살충제들은 우리나라에서 전부 쓰이고 있는 약품들이다. 피레스로이드 2종, 카바메이트 1종, 유기인계 4종, 네오니코티노이드 2종, 살균제 9종, 제초제 2종 등이 국내 배, 사과 과수원에서 검출된 바 있다. 

조씨는 “꿀벌은 농약 피해를 많이 받는다. 꿀벌 서식 반경이 원래 양쪽 최대 8km인데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개체수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농약이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농약 피해뿐 아니라 각종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법정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이 2009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후 꿀벌 개체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어 농가들의 피해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11년 127농가를 비롯해 2012년 58농가, 2013년 3농가, 2014년 67농가, 2015년 51농가, 2016년 56농가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꿀벌 농가는 2010년 1만422가구에서 2015년 7185가구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전국 꿀벌사육 마릿수도 7만2683통(2010년)에서 2만7928통(2015년)으로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캐나다와 같이 정부차원에서 양봉농가를 장려하기 위해 지원금을 주기는커녕 전염병이 발생해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경우에도 가축재해보험을 든 업자들만 보상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토종벌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9%의 꿀벌이 전멸했을 때도 국가차원의 보상은 없었다”면서 “올해부터 가축재해보험을 들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보험을 (농가에서) 들어야 보상해주는 것일 뿐이지 소·돼지 구제역처럼 정부가 농가에 보상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만일 꿀벌이 10조원어치의 생산량을 가져온다고 하면,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환경적 가치는 5~10배 정도 된다”면서 “꿀벌들은 기타 다른 곡물 생산량을 높여주고 생태계를 보호해주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양봉업자 장려차원에서 지원금을 준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꿀벌의 가치에 눈을 못 뜬 상황”이라고 전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한국에서 등록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해서는 “지난달 1일 저항성 품종을 개발한 바 있다. 2019년 새 품종이 토종벌 농가에 보급돼 양봉산업 재도약에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토종벌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하는 사업들은 시작은 거창한데 마무리가 미약하다. 개발해서 좋다고 광고를 했으면 농가에 어떤식으로 도왔는지, 결과물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조사하고 공유해야 하는 데 체크를 잘 안한다”고 지적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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