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둘러싼 은평구와 고양시 갈등 격화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건립 예정인 광역자원순환센터 부지.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건립 예정인 광역자원순환센터 부지.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서창완 기자]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건립 예정인 광역자원순환센터(순환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18년 째다. 순환센터는 현재 은평구·마포구·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의 선별·적재를 목적으로 건립 예정된 곳이다. 재활용 선별량은 하루 150톤, 폐기물 압축량은 하루 130톤, 대형폐기물 적환장에서는 하루 25톤을 처리할 계획이다.

2000년 처음으로 유치계획이 세워진 이 시설은 지역구 정치인들과 주민 반대에 부딪혀 추진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은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순환센터 근처의 은평뉴타운과 고양시 삼송동 일대가 대대적으로 개발되면서 이해관계 대립이 커지고 있어서다.

◇순환센터부지 둘러싼 고양시 아파트 단지들

순환센터 건립 예정 부지 주위에는 고양시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해 있다. (네이버 지도 캡처)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순환센터 건립 예정 부지 주위에는 고양시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해 있다. (네이버 지도 캡처)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은평구는 지난해 1월 서대문구·마포구와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과 관련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은평구와 서대문구·마포구가 관내 폐기물을 공동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활용쓰레기는 은평구, 음식물쓰레기는 서대문구, 생활쓰레기는 마포구가 맡아 처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서울 은평구 진관동 76-20번지. 순환센터 건립이 예정된 이곳은 철제 펜스만 설치된 채 방치돼 있었다. 부지 입구로 추정되는 지점에는 ‘은평 녹색환경센터 건립 예정지’라고 적혀 있었다. 내부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이곳으로부터 50m가량 떨어진 곳에 창릉천이 있었다. 천을 내려다볼 수 있는 산책로에서 주민 손영주(60대)씨를 만났다. 그는 순환센터 펜스를 가리키며 “저곳 때문에 요새 동네에서 안 하던 시위도 열리고 시끄럽다”고 말했다. 

순환센터는 지역 골칫거리인 듯 보였다. 이곳 앞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버스기사는 “동네에 쓰레기장이 들어온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순환센터 위치가 사실상 은평구와 고양시를 갈라놓는 곳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순환센터의 입지는 모호해 보였다. 큰길 쪽 펜스를 따라 몇 발자국만 걸으면 금세 주소가 고양시로 바뀌었다. 버스기사는 “눈앞에 보이는 건물과 아파트들이 전부 고양시”라며 “순환센터가 완성돼 봐야 알겠지만, 피해가 있다면 고양시민들도 크게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지역 여론을 의식한 은평구는 최근 순환센터를 전부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다수가 순환센터를 기피시설로 바라봄에 따라 쓰레기 처리 시 발생이 우려되는 분진 등 환경 오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조치다. 

그런 조치에도 인근 주민들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양시 삼송동에 사는 정모(30대)씨는 “서울의 쓰레기 부담을 고양시민이 함께 져야 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지하화하고도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땐 되돌릴 수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순환센터로부터 약 2㎞ 떨어진 은평뉴타운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하화해서 먼지 같은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90여 대의 청소차가 일제히 오간다는 점은 문제”라며 “특히 숙면을 취해야 할 시간에 다닌다고 하니 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은평구 vs 고양시민, 순환센터 부지 놓고 마찰

순환센터 부지에서 본 고양시 모습.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순환센터 부지에서 본 고양시 모습. (서창완 기자)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은평구도 이 같은 지역 여론을 고려해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은평구는 9월로 예정됐던 설립 계획을 미루고 해당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밝힌 자원순환센터 완전 지하화와 지상 체육시설 설치 방안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김 구청장은 지상에 축구장과 배드민턴 시설, 족구장 등을 갖춘 체육시설 조성을 고려하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순환센터를 오히려 은평구의 체육시설 기반 확충 기회로 삼고, 이를 서대문·마포 주민들이 함께 즐기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은평구는 고양시민들의 우려에 대해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화물차가 서대문·마포·은평 생활폐기물까지 들어오는 게 91대로 실질적으로 3번 왔다갔다한다고 치면 270번”이라며 “시간대도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라 차가 특별히 막힐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청소 차량 매연 등으로 오염이 우려된다는 주장에도 자동차 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적용을 받아 주민들의 일반 차량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는 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면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주거 밀집지역의 생활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소 차량 이동에 따른 소음, 분진, 환경 오염 등을 고양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서울시에 대체부지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고심 중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난지물재생센터를 염두에 두고 대체부지를 제안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서울시는 그곳을 유효부지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은평구청이 현재 진행 중인 완전 지하화에 대한 타당성 용역은 내년 초쯤 결과가 나온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 제157조를 위반했다는 고양 시민들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령의 9항 “재활용시설은 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관리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에 설치할 것”을 예로 들었다.

◇ 주민들에 마땅한 보상 이뤄져야…“체육시설? 필요없어”

경기도 화성시 에코센터 환경교육전시실의 모습. (화성시에코센터 제공)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도 화성시 에코센터 환경교육전시실의 모습. (화성시에코센터 제공)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일각에서는 주민들에게 순환센터 건립에 따른 마땅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체육시설이 은평·마포·서대문구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조성된다는 점에서 고양시민들의 불만은 더 커진 상황이다. 고양시의 한 시민은 “서울 쓰레기 피해는 고양시민들이 더 많이 입는데, 그를 대신할 편의는 서울시민들에 제공되는 게 바람직하냐”고 되물었다.

은평주민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순환센터 위치가 오히려 고양시와 인접한 탓에 체육시설이 조성돼도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근 아파트 단지 안에 이미 들어서 있는 체육시설을 보상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도 따른다. 

순환센터가 건립되더라도 주민들이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대체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2016년 은평구 의뢰로 순환센터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선 ‘글로벌앤로컬프레인파크’ 등 민간 기업들은 경기 화성시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화성시는 2012년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쓰레기소각장에 친환경 교육기관 에코센터를 개관했다. 현재 이곳은 쓰레기 소각 과정을 비롯한 자원순환 교육의 체험학습 장소로 활용, 지역환경교육센터 운영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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