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농가들,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 호소...정부 대책은 ‘용두사미’

2018.9.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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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인류존망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꿀벌이 위협을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 전염병, 농약 피해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들은 '꿀벌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지난 1일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계 살충제 5종의 사용을 야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금지시켰다.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은 꿀벌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고, 여왕벌 개체 수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프랑스는 꿀벌의 개체수 보호를 위해서 한층 강화한 살충제 사용 금지 조치를 취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꿀벌 농가들이 농약 뿐 아니라 전염병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나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꿀벌농가들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꿀벌의 개체수를 늘릴 방안을 정부에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등으로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들에 대해 국가차원의 보상이 이뤄지는 점을 들어 "농가들에 대한 차별"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토종벌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9%의 꿀벌이 전멸했을 때도 국가차원의 보상은 없었다”면서 “올해부터 가축재해보험을 들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보험을 (농가에서) 들어야 보상해주는 것일 뿐이지 소·돼지 구제역처럼 정부가 농가에 보상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꿀벌들은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리면 전멸한다. 이 업에 종사하던 사람도 이제 다 떠나고 꿀벌도 사업성이 없는 2만~3만군 정도의 개체수만 남아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법정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이 2009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후 꿀벌농가들의 피해는 매년 이어졌다. 2011년 127농가를 비롯해 2012년 58농가, 2013년 3농가, 2014년 67농가, 2015년 51농가, 2016년 56농가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꿀벌 농가는 2010년 1만422가구에서 2015년 7185가구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전국 꿀벌사육 마릿수도 7만2683통(2010년)에서 2만7928통(2015년)으로 급감했다.

물론 정부가 전염병으로 인한 꿀벌농가들의 피해에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1일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꿀벌 피해를 예방하고자 이에 저항을 갖는 품종을 개발했다"면서 "새 품종에 대한 지역 적응 시험과 품종 등록을 거쳐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 품종 보급에 대한 꿀벌농가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한국토종벌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5년에는 농진청에서 ‘개량 벌통’이라는 걸 만들고 거기에 한봉을 키우면 병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저항성 있다는 새 품종도 실제 양봉을 해봐야 아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하는 사업들은 시작은 거창한데 마무리가 미약하다. 개발해서 좋다고 광고를 했으면 농가에 어떤식으로 도왔는지, 결과물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조사하고 공유해야 하는 데 체크를 잘 안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꿀벌은 인류존망의 지표다. 꿀벌을 살려낼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과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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