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연구는 왜 중요한가?-동물학대의 사회학'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동물학대 연구는 왜 중요한가?-동물학대의 사회학' 저자 클리프턴 P. 플린·역자 조중헌·책공장더불어·156쪽·2018년 8월 24일 출간·사회학.(사진 책공장더불어 제공)
'동물학대 연구는 왜 중요한가?-동물학대의 사회학' 저자 클리프턴 P. 플린·역자 조중헌·책공장더불어·156쪽·2018년 8월 24일 출간·사회학.(사진 책공장더불어 제공)

 

이 책의 한 단락: 학대를 통해 아이들은 타자를 "우리가 아닌 존재"로 구분하는 것의 의미를 배운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차별대우와 착취를 정당화한다. 많은 응답자들이 동물을 또래 놀이친구들과 함께 학대하였다고 답했는데, 이는 학대 그 자체보다 동료관계와 또래인정이 더 중요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동물학대는 아이들로 하여금 누가 내 집단의 일부로 포함되고 배제되는지 경제선을 그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2012년 132건 , 2013년 150건, 2014년 262건, 2015년 264건, 2016년 331건, 2017년 398건.' 국내에서 학대·방임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해마다 동물학대 등 부작용도 늘고 있다.

매일 아니 매순간 우리 주변에선 동물에 대한 폭력이 발생한다. 어린 아이가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어 돌리고, 청소년들이 또래와 함께 길고양이와 유기견을 때려죽이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다른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지난 5월 경기 안양시에서 전깃줄에 목이 매달린 채 죽은 고양이가 발견됐다. 이 처참한 죽음은 이웃집 할아버지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자기네 "고추밭을 망가뜨려서"라는 너무나도 어이 없는 이유가 살해동기였다.

지난 2012년 경부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일명 '악마 에쿠스'사건(살아 있는 개들 차에 매달고 달린 사건)은 이후 2016년 전북 장수에와 순창에서도, 지난달 충북 청주에서 또 일어났다.

동물학대는 과연 왜 일어나는 것일까. 동물학대의 정의부터 사회가 왜 동물학대를 무시하는지, 그럼에도 동물학대에 왜 주목해야 하는지, 동물학대와 인간폭력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출간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업스테이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학술지 '사회와 동물' '동물윤리저널' 편집위원인 클리프턴 P. 플린이 쓴 '동물학대 연구는 왜 중요한가?-동물학대의 사회학'이 동물전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대표 김보경)'의 39번째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동물학대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우선 저자는 가정폭력 이슈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연구자답게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여성, 아동, 반려동물이 마주치는 폭력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페미니즈 관점의 접근은 동물학대를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폭력을 설명할 때 젠더, 권력, 통제의 역할을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다.

또 동물학대는 그 자체로 중요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한다. 동물학대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며, 권력과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서 폭력을 이용하고 타자의 감정을 무시하는 법을 학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학대는 오랜시간 무시되어 왔고, 그런 경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동물학대가 사회에서 무시되어 온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이 가치가 인간에 비해 낮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동물학대가 만연한 또 다른 이유는 동물에 대한 사회와 법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은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분류한다.

그동안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보는 민법과 처벌수위가 낮은 동물보호법 때문에 잔인한 동물학대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 2015년 2월 광주에서 일어난 '백구 해탈이 사건'. 당시 이웃집 남성이 주인이 외출한 사이 해탈이를 무차별 폭행해 중태에 빠트렸다. 해탈이는 자신을 쇠몽둥이로 때리는 남자에 저항하기 위해 묶여있는 몸으로 어쩔 수 없어 단 한 번 물었을 뿐인데, 명백한 증거와 증언에도 불구 가해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또 2016년 4월 600여 마리의 살아 있는 고양이를 끓는 물에 넣어 죽인 범인과 2017년 길고양이에게 끓는 물을 붓고 쇠꼬챙이로 찌르는 등 잔인한 학대를 한 범인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부터 동물 학대를 주요 범죄로 간주하고 있으며, 영국에선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4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독일은 1990년에 각각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동물학대는 일반적으로 ‘동물에게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고통이나 죽음을 야기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라고 정의 내려진다.

하지만 동물학대에는 우리 사회가 ‘용인한 폭력‘도 엄연히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해 약 300만마리가 희생되는 실험동물, 1년에 약 10억마리 가깝게 도축되는 농장동물 등도 어쩌면 인간이 만든 동물학대의 희생양이다.

저자는 "최근 들어 동물학대가 관심을 끈 이유는 동물학대가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여자친구를 강간하는 10대 소년, 고양이를 불태워 죽이는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다른 생명을 대상으로 끔찍한 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이지, 그들이 언젠가 더 나쁜 행동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또 "법과 정책과 관련하여 법률 판사, 검사는 동물을 범죄행위의 정당한 피해자로서 인정해야 한다. 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단순히 동물학대를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즉 법 안에서 동물이 갖는 지위가 더욱 높아져야 한다"며 "반려동물이 '인격체(perrson)'가 아닌 재산으로, 즉 가족이 아닌 가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한 그들이 겪는 학대는 계속 사소한 문제로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든 생명이 존엄과 존중의 대우를 받는, 더 안전하고 덜 폭력적인 사회가 되려면 인간과 동물이 맺어온 오랜 권력 관계의 본질을 알아야 하고, 동물학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 클리프턴 P. 플린·역자 조중헌·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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