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저자:후지무라 야스유키∥역자:김유익∥북센스∥2017년 07월 07일 출간∥비즈니스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저자 후지무라 야스유키·역자 김유익·북센스·236쪽·2017년 07월 07일 출간·비즈니스

 

이 책의 한 단락: '3만엔 비즈니스'의 밑바닥엔 '에너지와 돈에 의존하지 않는 풍요로움', 즉 '자급자족의 생활'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중략) '3만엔 비즈니스'의 첫번째 원칙은 한 아이템으로 '월 3만엔' 이상은 벌지 않는 것입니다. 월 6만엔을 벌 수 있으면 일거리를 친구와 나눠서 각각 월 3만엔씩 벌고 또 다른 '3만엔 비즈니스'를 찾아 나섭니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일본의 중장년 남성 50여 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열이면 열 모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2~30대 젊은이들 50여 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략) 남을 짓밟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걸 당연하게 느끼는 기득권층보다, 나눔을 실천하는데 거부감이 없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버블경제 붕괴를 계기로 일본 사회는 일등만 기억하는 경쟁 위주의 성장중심 경제에 대해 반성하는 기조가 생겨났다. ‘성장과 개발지상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지속가능하고 생태 친화적인 삶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본 내 이러한 움직임은 1995년부터 2000년 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들은 ‘대안적 삶’을 꿈꾸며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공동체를 꾸렸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상당수가 다시 도시로 돌아와 과거의 생활을 답습해야 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 나타난 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직장을 다니던 젊은이들이 대안적 삶을 꿈꾸며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지만 정착은 그리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제주도나 강릉 등에 터를 잡았던 일명 ‘이주민’들은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지자체의 지원사업으로 한해 한해를 연명하거나 저임금과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이기지 못해 도시로 되돌아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10여 년 전 일본의 풍경과 매우 닮았다.

아무리 일해도 결국 자본과 재벌의 노예가 되는 사회에서 승자 독식 구조를 이기지 못하고 경쟁 사회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은 패자일까? 지역으로 패기 있게 떠났지만 도시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돌아온 탕자'들은 사회적 낙오자일까? 지방에는 일이 없고, 일이 없으니 젊은이들은 도시를 떠나고, 사람이 없으니 일은 점점 더 줄어드는 지역 불균형의 악순환은 끊어낼 수 없는 고리일까?

◇전환적 삶을 위한 해법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는 '3만엔 비즈니스' 방법론에 대한 한국어판으로 저자 후지무라는 오사카 대학에서 기초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니혼대학 교수를 지낸 뒤 30여년 간 1000여개의 제품을 발명해 과학기술청 장관상과 발명 공로상을 받은 일본 최고의 발명가다. 천식을 앓는 아들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의 건강과 환경에 좋은 것'을 만드는 발명가로 거듭난 그는 2000년 '비전화공방'을 설립해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비전화제품들을 개발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제자 육성에 힘쓰고 있다.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도호쿠 쓰나미 사태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일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후지무라 야스유키 박사는 초경쟁사회에서 미래세대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3만엔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GDP성장 지향의 경제는 파탄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가 맞은 '고용쇼크'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단기간에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닌 한계가 다시 한 번 그 실체를 드러낸 것 뿐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 청년 실업, 비정규직, 소득의 양극화 등의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자원과 부를 독점하는 성장, 경쟁 일변도, 수직적 인간관계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깨고 평화롭게 공생하는 새로운 경제는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자 대안이 바로 후지무라 박사가 제안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놀이하듯 비즈니스하기

초경쟁사회에서 이기는 사람들은 착하지 않다. 심하게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한 사람은 호구와 등가로 취급된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이기적 자기계발서’가 여전히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후지무라는 단순한 과학기술자의 수준을 넘어 착한 사람들이 곤경에 처해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발명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보유한 기술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나누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오는 15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2층에서 ‘비전화기술로 어떤 것들까지 만들 수 있을까?’를 주제로 시민강의를 진행한다. 

직업을 고르고 일자리를 찾는 건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중대사일 수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리스크를 너무 많이 고려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못한다. 

저성상 시대, 어쩌면 지역경제 활성화가 답일 수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후지무라가 고안한 ‘3만엔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회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 모델로 1부에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 2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 3부에서는 에너지와 돈이 필요 없는 생활에 대해, 4부에서는 구체적 사례들에 대해 전한다. 이 책은 도시가 아니라 지역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승자독식의 경쟁사회에서 비켜나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은 '사회에 이로운 착한 일거리'를 찾아 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한 달에 이틀만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음악도 듣고, 친구들과 식탁도 만들고 텃밭도 가꾸고 몸에 좋다는 효소도 담그면서 지낼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재능을 개발해 작은 일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놀이를 하듯이 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책속의 사례를 통해 가능성의 팁을 찾을 수 있을지도. (저자 후지무라 야스유키·역자 김유익·북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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