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과목 의무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픽사베이 제공)2018.8.31/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과목 의무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픽사베이 제공)2018.8.3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2010년 이명박 정부는 ‘클린 디젤’을 홍보했다. 그러자 수입 디젤차의 시장점유율이 70%까지 올랐다. 또한 ‘자원재활용법’ 규제를 완화했다. 일회용품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환경에 대한 무지·무관심은 훗날 사회적 부담을 확대시켰다. 디젤차 이용자들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고, 온 나라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초중등 교육과정 중 환경 과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친환경 가치의 의식·지적 수준을 일찍부터 제고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지난 2월 한 지자체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3.8%가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를 실시한 기관은 환경 교육 시행이 지속 가능한 미래환경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국내 중·고교 과정에서 환경 교육이 실제로 도외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중·고교의 환경 과목 채택률은 8.9%(496개교)에 불과하다. 1992년 제6차 교육과정에서 ‘환경’이 정규 과목으로 신설, 사범대학에 환경교육과까지 설치됐지만 26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선 학교에서는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입시 과목에 밀려 외면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전국 중·고교의 환경 과목 채택률이 꾸준히 하락했다. 2007년 20.6%(1077개교)를 보인 채택률은 2010년 16.7%(889개교)로 떨어졌다. 이어 2013년 9.8%(573개교), 2016년 8.9%(496개교)를 나타냈다. 환경 과목을 채택한 학교가 원래부터 적기도 했지만 10년도 채 안 지나 그마저도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현실이 이런 탓에 환경부에 대한 기대와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환경부는 2017년 중·고교 환경 과목 채택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꿈꾸는 환경학교’ 사업이다. 9개 학교에 2200만원씩 지원하며 환경교육프로그램 운영, 환경교육 여건에 맞는 학교 교실 개선 등을 추진했다. 성과는 괜찮았다. 모든 학교에서 학생과 학교장, 교사들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환경 과목 채택률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 과목 의무화가 교육부와의 협의를 필요로 하는 만큼 간단치 않은 일이긴 하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교육부와 협의해 S/W 과목을 의무화한 사례에 비춰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과기부와 교육부는 지난 3월 해당 교과 외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S/W 연구·선도 학교를 1641곳까지 늘렸다.

꿈꾸는 환경학교 안에서도 환경 과목 의무화 주장이 나온다. 이곳 교사이자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인 신경준 숭문중 교사는 “사회를 넘어 지구공동체를 위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민 양성을 위해서는 환경 과목의 정규편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실제로 소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친환경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며 “특히 아이들의 그러한 변화가 부모에게도 이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와 유럽의 공교육은 일찍이 환경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했다. 심지어 다른 과목과 비교해 중요도도 높게 책정돼 있다. 미국은 1970년 환경교육법을 마련해 교육기관에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수립 및 지원한다. 핀란드는 모든 과목에 환경 관련 내용을 담았다. 특히 학생 10명당 환경교육 전문 교사 1명을 배치, 학생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깊이 있게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신 교사는 환경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를 강조하며 이제라도 환경 과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시민이자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환경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원과 에너지의 생산, 유통, 소비, 순환 전 과정을 학습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스스로가 주변을 넘어 지구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고, 전기 등 에너지에 대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학교 2학년생인 어느 제자는 폭염이 심했던 여름방학에 어떻게 하면 에어컨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더라”며 “그 외에도 물을 절약하거나 채소 위주의 식습관 개선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환경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학생들이 소수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에게 번질 수 있도록 환경 교육을 정규편성 해야 한다는 게 신 교사의 설명이다.

chesco12@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