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빨대' 개발한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

아이스 음료에 '쌀 빨대'가 꽂혀 있는 모습.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아이스 음료에 '쌀 빨대'가 꽂혀 있는 모습.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 추정치는 26억개다. 환경부는 그 만큼의 플라스틱 빨대가 쓰였을 거라고 추정한다. 플라스틱 컵과 빨대는 세트와 다름없지만 두 제품은 다른 대접을 받는다. 현행법상 일회용품이 아닌 플라스틱 빨대는 규제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처지다. 환경부는 자율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관련기사 : 플라스틱과 전쟁…머그잔 속 옥의 티 '빨대')

먹어 치울 수 있는 빨대가 있다면 어떨까.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는 쌀로 만든 식용 빨대를 개발했다. 쌀 70%, 타피오카 30%로 만든 ‘쌀 빨대’는 뜨거운 물에서는 2~3시간, 차가운 물에서는 6시간 지속된다. 1년 반 전쯤 개발을 시작해 3개월 전부터는 시료를 통해 제품을 꾸준히 가다듬었다.

“1년 반 전쯤에 환경단체에서 일하던 분들이 해초류로 식용 가능한 컵을 개발했더라고요. 그걸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컵에는 빨대가 따라가는 거니까 나는 빨대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김 대표가 식용 빨대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자 주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쳤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김 대표 생각은 달랐다. 누군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투자금이 늘어나고 자금이 회수되지 않는 동안 힘들지는 않았을까.

“우리가 지구를 잠시 이용하는 것뿐이지 소유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대로 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더 큰 환경문제가 대두될 거라는 우려가 생겼죠. 양심이나 생각이 있다면 빌려 쓰는 처지에 잘 보존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쌀 빨대는 현재 다양한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너무 바빠 ‘100만 대군을 홀로 상대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등 외국 기업에서도 미팅 신청이 이어진다. 호텔·외식업계·프랜차이즈·소규모 카페 등 빨대를 쓰는 곳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쌀 빨대는 시간이 지나면 물에 불어 흐물거린다.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쌀 빨대는 시간이 지나면 물에 불어 흐물거린다.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김 대표가 개발한 쌀 빨대는 쌀 70%, 타피오카 30%로 구성돼 있다. 쌀은 주식이라 거부감이 없는 데다 소비하기 좋다는 점이 재료로 사용하는 데 한몫 했다. 국내산 쌀로는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베트남까지 날아가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쌀 빨대에 사용되는 베트남 쌀은 그해 생산된 3등급 쌀이다. 보통 1~2등급인 국내산 쌀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7등급까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품질이 그리 나쁘진 않다.

쌀 빨대, 맛은 어떨까. “한 번 드셔보시라”는 권유에 딱딱한 빨대 윗부분을 씹어보았다. 누룽지 맛이 나는 게 기대한 것보다 맛있었다. 김 대표는 “안에 넣어 놓은 게 불기 시작하면 식감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흐물한 부분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주전부리 맛이 났다. 칼로리는 빨대 4개가 밥 반 공기와 비슷하다.

쌀 빨대 유통기한은 생산일자로부터 1년이다. 진공 상태에서 뜯었을 경우 최장 30일까지다. 김 대표는 칼로리 계산까지 끝난 쌀 빨대가 식품으로 허가받기를 원하고 있다. 공산품보다 더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지만 그게 제품 개발 취지에 맞다는 생각에서다.

“나라에서는 식품 허가를 안 내주려고 해요. 공산품이라고 하는 중입니다. 그럼 유통기한 표기도 안 해도 되고 관세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사업하는 사람한테는 더 편하죠. 근데 굳이 식품으로 하고 싶은 건 도구보다는 식품으로 가야 환경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건 먹어버리면 모든 게 해결돼요.”

쌀 빨대는 현재 국내에 특허출원돼 있는 상태다. 베트남에서는 식약처 인증도 끝났다. 한 달 생산 가능량은 3억개 정도다. 김 대표는 이 정도 생산량이면 한국 소비 시장의 15~20%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빨대 크기는 국내에서 80% 정도가 쓰는 6.4파이 두께에 23㎝ 빨대가 나와 있다. 좀 더 큰 직경의 빨대는 오는 9~10월 사이에 생산할 계획이다.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어진 만큼 포장을 간소화하는 것도 김 대표의 바람이다. 개별 포장을 요구하는 업체 요구사항이 있을 때 난감한 이유다. 김 대표는 100~200개 정도 묶음으로 비닐 포장하는 등 최소한의 방법을 구상 중이다. 통에 담아 바리스타가 권하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있는 빨대 거치대를 사용하라며 개별 포장은 거부하고 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만든 제품인 만큼 포장 방법도 깐깐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통에 담긴 플라스틱 빨대(오른쪽) 너머로 보이는 플라스틱 빨대.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통에 담긴 플라스틱 빨대(오른쪽) 너머로 보이는 플라스틱 빨대.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쌀 빨대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업체 위주로 공급될 예정이다. 환경도 아끼고 먹는 재미도 있는 쌀 빨대에도 단점이 있다. 플라스틱보다 원가가 비싸다는 점이다. 이는 모든 생분해성 소재의 대체품들이 처한 약점이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들이 시장에 많이 공급되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난다면 좀 더 빨리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긴 해요. 저는 소비자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잘못했다고 따져 묻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기업도 변하지 않을까요. 결국 소비자들이 기업을 바꿀 수 있고, 트렌드를 바꾼다고 믿습니다.”

‘쌀 빨대’ 이외에 다음 단계는 없을까. 김 대표는 여러 소재로 만든 다양한 식용 빨대를 출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친환경 제품 생산도 빨대 하나로만 제한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미 머릿속에는 다양한 구상들이 가득 담겼다.

“어딘가에서 인상 깊은 문구를 봤어요. ‘귀찮음이나 불편함을 잠깐일 뿐이다.’ 저는 제품 안 팔아도 좋아요. 사실 빨대 없이 컵에 입대고 마셔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불편함 없애려다 보니 빨대가 생기는 거고요. 환경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관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 (서창완 기자) 2018.8.30/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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