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이나 '한파'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27/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이나 '한파'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선박이 27일 부산항을 출항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사(Maersk)의 내빙 선박 ‘벤타 머스크호’가 주인공이다. 항만업계는 얼음이 완전히 녹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쯤에는 아시아~유럽 간 수송이 연중 가능해져 경제적·전략적 활용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반갑기만 한 소식일까. 지난 23일(현지시간) CNN의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 남아 있는 ‘북극 최후의 얼음’이 무너졌다. 그린란드 해빙은 북극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얼음으로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에도 버틸 수 있다고 예측한 얼음이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 이어 한파 예고

강력한 해빙의 붕괴로 이상 기온 현상은 더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111년 만의 ‘폭염’을 맞이한 우리나라에 10월쯤이면 극심한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름이면 북극 얼음이 완전히 녹게 되는 2030년에는 어떤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은 “그린란드 북부와 캐나다 북쪽 지역은 사시사철 해빙이 4~5m 정도로 북극에서도 해빙이 가장 두꺼운 지역”이라며 “웬만해서는 녹지 않는 지역에서 해빙이 녹았다는 의미로 그 지역 과학자들이 최후의 얼음이란 말을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 온도가 7m 상승할 거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 2018.8.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 온도가 7m 상승할 거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 2018.8.27/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해수면 온도를 약 7m 상승시킬 수 있는 빙하를 가지고 있다. 이런 빙하가 전체 해수면 고도 상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5%에서 2014년 25%로 늘었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녹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한다. 북극은 지구온난화가 진행 될 때 얼음이 가장 빨리 녹고 온도 상승이 높은 곳이다.

김 연구원은 “해안선 위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 유빙이 돼서 얼음이 둥둥 떠다니게 되면 이게 결국 녹아서 바다로 들어간다”며 “그렇게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면 우리나라도 물에 잠기는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녹는 빙하는 올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의 단서가 된다. 올해 서울이 기록한 역대 최고기온 39.6도가 곧 깨질 수도 있다. 문제는 폭염과 함께 한파도 일상화한다는 점이다. 역대 최고의 폭염을 기록한 올해는 벌써 지독한 한파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 북극의 찬 기운과 남쪽 따뜻한 기운을 섞이지 않게 막아주는 제트기류에 이상이 생긴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의 원일으로 제트기류 약화로 대기 상층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 중위도 지역에 폭염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여름철 북극 얼음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 한 나라 노력으로 못 막는다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에 비해 빠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부터 30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상승 폭은 0.84도, 한국은 1.22도로 1.5배가량이었다. 지난해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1989~2016년 해수면 변동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은 연평균 2.96mm 상승했다.

유독 더웠던 올해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3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창완 기자) 2018.7.27/그린포스트코리아
유독 더웠던 올해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3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창완 기자) 2018.7.27/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김 연구원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특정 나라가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구온난화는 글로벌 이슈인 만큼 국제적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와 성숙한 국민 의식, 전세계적인 문제의식 공유만이 막을 수 있는 문제인 셈이다.

꼭 필요한 국제적 공조는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산업혁명기 대비 2도를 넘어서지 않기로 한 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기후변화협학 수준(1~2.9도)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그린란드 빙하, 남극 서쪽 빙하와 여름철 북극 해빙이 감소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오늘부터 이산화탄소를 단 하나도 방출 안 하는 ‘제로 에미션’을 한다면 파국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현재까지 인류가 방출해 온 이산화탄소 때문에 기온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제로 에미션뿐 아니라 네거티브 에미션도 병행해야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거티브 에디션은 지구 대기상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강제적으로 포집해 땅에 묻는 방법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지구온난화 대응 방안이다. 기술은 개발돼 있는 상태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활성화 돼 있지 않다.

얼음이 사라져 북극 항로를 통과하는 컨테이너선이 활성화되는 일은 지구온난화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선박 구조물에서 나오는 블랙 카본이 바다 얼음에 흡착되면 얼음이 녹는 속도가 더 가속화할 수 있다. 산업 경제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상충하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경제·정치적인 가치가 상충하는 상황은 늘 존재한다”며 “기후변화와 경제성 관련한 문제를 한 테이블에 놓고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otiv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