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공동주택 오염물질 초과율 10년 넘게 개선 없어
기능성자재 권장기준 유명무실… 지자체별 기준 마련

 
건설현장 모습. (서창완 기자) 2018.8.24/그린포스트코리아
건설현장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창완 기자) 2018.8.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국내에서 새집증후군 문제가 대두된 지 20년이 흘렀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신축 건물 입주자들이 특유의 매캐한 냄새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새로 생기는 신축 공동주택의 오염물질별 권고기준 초과율은 10년 넘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시행하고 있는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이 반쪽짜리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까지 공동주택에 사용되는 친환경 건축자재 6종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벽지, 합판마루 등 6종의 실내 마감재를 조사해 오염물질 방출량과 한국산업규격(KS) 품질기준 준수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오염물질 검사 기준치 초과해도 개선 공고가 전부

아파트 단지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제공) 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아파트 단지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제공) 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새집증후군은 새집의 실내 공기 오염으로 발생한다. 실내 건축자재 속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라돈 등 오염물질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인체에 해를 끼친다. 이런 물질들은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포름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벽지, 페인트, 합판, 가구 등에 쓰인 접착제, 세척제 등의 화학물질에서 나온다. 집성재(접착제), 내장보드(접착제 원료), 벽지(원료가소제), 단열재, 요소발포수지(발포제), 전분 풀(곰팡이 방균제), 합성접착제(유기용제 원료) 등 거의 모든 건자재에 오염원이 포함돼 있다. 이런 오염원에는 노인과 어린이가 특히 취약하다.

환경부가 해마다 내놓고 있는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 등 신축 공동주택의 환경 조건은 수년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0~2016년 톨루엔·포름알데히드 등 총 6종 검사결과 기준치 초과율은 2010년 10.5%로 가장 낮고 2012년 17.6%로 가장 높았다. 2014년부터 3년간 14.7%, 14.5%, 13.2%을 기록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지어진 건축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내 공기질 점검 결과를 발표한다. 문제는 사후에 조사가 진행되는 점이다. 조사 결과 포름알데히드 등의 오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해도 입주금지 등 강제할 권한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권고기준이라 행정처분이 있는 건 아니고 지자체에서 개선 공고를 내린다”면서 “입주를 못하게 한다는 등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지난 2012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전부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안에는 유해 화학물질 실내 잔류량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 권고기준인 법을 강제 기준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두 차례 조정회의를 한 뒤 국무조정실에서 부처간 조정을 거쳤지만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대신 친환경 주택 건설기준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국토부 장관의 고시로 위임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능성자재 기준 미흡한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

신축 화장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제공) 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신축 화장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제공) 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하위 사항이다. 해당 법에서는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을 의무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건축자재·접착제 등 시공 관리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중 흡방습·흡착·항곰팡이·항균 등 기능성자재 등에 대해서는 권장기준을 적용해 5~10% 이상 적용하도록 했다. 사실상 권장기준 자체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기능성 자재 사용이 새집증후군 문제에 중요한 이유는 포름알데히드와 세균·곰팡이 등의 관련성 때문이다. 곰팡이, 진드기 등은 욕실, 부엌 등 다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며 콘크리트·목재·타일줄눈 등에서 쉽게 나타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새집증후군 해소기술 연구’ 보고서는 포름알데히드 저방출 건자재 사용이 이런 세균과 미생물이 생장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자재 사용은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흡착기능 자재와 일정습도를 유지해 세균 번식을 막아주는 흡방습 자재, 항균·항곰팡이 자재를 모두 사용해야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의무화하는 규정 또한 지난 2012년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무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능성 자재) 기준이 낮다는 판단 근거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라며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자체나 국민 건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전문기관 연구 용역 등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야 할 문제”라며 “원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 권장기준으로 충분하다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설명과 달리 지자체들은 기능성 자재에 관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기능성 자재사용을 100% 의무화하는 ‘건강친화형 주택건설기준’을 도입했다. 경기 성남시는 2015년 11월 리모델링을 포함한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총 면적 30% 이상의 기능성 자재를 사용하도록 건강친화형 주택건설기준을 도입했다.

서울 서초구, 성북구, 강동구는 2011년부터 기능성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청정주택 가이드라인을 담은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이처럼 국토부가 새집증후군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동안 지자체 스스로 나서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의 이승태 변호사는 “건설업자 비용이나 집값 등의 문제도 생각해야겠지만, 국민 건강이나 안전을 해치는 부분은 우리 소득수준이나 당위성을 생각해 볼 때 강화돼야 마땅하다”며 “기준을 엄격하게 정해놓았을 때 효과가 큰 만큼 여태 미뤄둔 부분을 손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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