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 외품으로 전환해 슈퍼 등에서 판매토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촉발된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은 16일 "복지부의 일방적인 의약외품 전환 발표에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약사회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가 약의 오남용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약사회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보에 따라 공수표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듯 이번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해 현재까진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이해당사자의 논쟁이 커지는 사이 언제까지 시민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을 할거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5일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발표 직후 “44개 품목 중 22개 품목은 제조사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감기약과 해열 진통제 등 꼭 필요한 품목도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들의 의견은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 허용이라는 요구는 충분히 분출되었으니 이해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 이에 부응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해법은 약사법 개정 외엔 방법이 없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감기약 등은 현행 약사법상 의약외품이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때문에 정부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두 종류로 돼 있는 현재의 분류체계에 '자율 판매 의약품'을 새로 추가해 약사법을 개정하는 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부가 제출한 약사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거나 저지하려는 이익단체들의 불꽃 튀는 설전이 예상되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과 약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보도 쉽게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1일 제 2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가 예정돼 있다. 약심은 의사 4인, 약사 4인, 공익대표 4인으로 구성돼, 감기약을 포함한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 의지와 이를 둘러싼 갈등 조정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21일 열리는 2차 중앙 약심이 평행선을 달리는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논쟁’이 합의의 실마리를 풀 자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복지부, 의사협회, 약사회의 갈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문 기자 jmoonk99@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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