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제기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지난 1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담배꽁초가 무단투기로 인한 악취 등 문제점들이 많아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담배꽁초를 퇴비로 재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담배꽁초는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만 남겨서 안 된다”며 “각 지자체가 버려진 담배꽁초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많은 사람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막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제안은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전 세계가 플라스틱과 전쟁을 벌이는 등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담배꽁초도 재활용한다는 발상은 기발해 보인다. 이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알아봤다.

담배에 대한 재활용 방안이 거론된다.(픽사베이 제공)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담배에 대한 재활용 방안이 거론된다.(픽사베이 제공)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 구리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전국 지자체에 부는 담배꽁초 퇴비화 바람”

지난 3월 경기 구리시가 전국 최초로 담배꽁초 퇴비화기기를 시범 도입했다. 담배꽁초 자원화에 따른 이익과 깨끗한 도시 미관 조성을 위해서다. 최초의 시범사업인 만큼 그 성과에도 커다란 관심이 모였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는 성과가 괜찮아 보인다. 구리시의 이 같은 정책이 전국에 확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하동군과 강원 평창군, 경기 성남시가 해당 기기 도입을 결정했다. 그 외 다수의 지자체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3개월째인 하동군청 박남철 주무관은 “흡연실 한 곳에 시범 운영 중인데 직원들 반응이 매우 좋다”며 “예산상 문제로 확대 운영을 장담할 순 없으나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담배꽁초의 퇴비화는 분해와 미생물 배합 과정을 거쳐 가능해진다. 재떨이 격인 퇴비 기기에 투입된 담배꽁초는 분해된 다음 악취 제거 미생물과 배합한다. 그후 2차 부산물들이 일정기간 숙성과 농촌진흥청의 검증을 거쳐 기능성 퇴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가로수, 목장, 골프장 등에서 해충 방지 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미 국내에는 농가에서도 쓰이는 니코틴 함유 농약이 26가지에 달한다.

니코틴을 둘러싼 갖은 논란이 있다.(픽사베이 제공)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니코틴을 둘러싼 갖은 논란이 있다.(픽사베이 제공)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 담배꽁초 퇴비 선례 없다 보니…“예단은 금물”

담배꽁초 퇴비의 실용화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구리시와 하동군 등의 사례를 보면 담배꽁초 퇴비화가 주는 긍정적 요인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 만든 퇴비의 실효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꽁초 퇴비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퇴비로 실사용된 사례가 없다. 구리시 등에 퇴비화 기기를 공급 중인 ㈜이지원바이오에 따르면 담배꽁초 퇴비에 대한 허가가 3개월 전쯤 됐으며, 퇴비 배양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사용되기까지는 몇 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니코틴을 포함한 농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영국 생태수문학연구센터 리처드 핀웰 교수팀은 농약 속 니코틴에 노출된 꿀벌떼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을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필터도 문제다. 담배의 필터는 플라스틱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다만 플라스틱의 이용 및 생산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깨끗한 사회를 위해 담배꽁초 재활용을 시도하는 곳이 있다.(픽사베이 제공)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깨끗한 사회를 위해 담배꽁초 재활용을 시도하는 곳이 있다.(픽사베이 제공)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 세계적 관심 높아…“기대해 볼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국내 유일의 담배꽁초 퇴비화 기기 생산업체인 이지원바이오는 상용화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고건호 이지원바이오 대표는 “2년간의 실험 결과 담배꽁초 퇴비로 인해 진딧물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 대표에 따르면 담배꽁초 퇴비화는 전국은 물론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구리시를 계기로 이 기기 도입을 고려하는 지자체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심양에서 열린 ‘APEC전시회’에서는 심양도 도입 의사를 내비쳤다.

이밖에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호주 멜버른도 담배꽁초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담배꽁초 수거를 용이하게 만든 특수 제작 쓰레기통 367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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