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에서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료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시술받을 수 있다.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에서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료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시술받을 수 있다.2018.8.2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우리나라에서 타투(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료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시술받을 수 있다. 그 외는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문신 시술은 사실상 횡행하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현행법도 이 같은 사회문화의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타투 문화는 ‘비주류문화’ 혹은 ‘하위문화’로 인식되면서 ‘타투=불량배’라는 인식체계가 고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투 문화를 처음 우리 사회에 들여온 집단이 조직폭력배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들이 갖는 폭력성을 문신과 동일시했고, 문신은 일탈적인 이미지를 가중시키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타투’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불리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장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 의한 노출이 늘어나면서 타투는 예술성 혹은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이제 타투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 개성있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그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특유의 깔끔한 선처리와 그림체로 해외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타투이스트 A씨에게서 반려묘 모양의 타투를 시술받았다. 김씨는 “소셜네트워크에서 귀여운 그림체의 타투 사진을 보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예전에는 어두운 분위기의 그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특징 있는 그림을 몸에 새긴 것을 보니 나도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A씨는 "타투를 처음 시작한 10년 전부터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철학이 있다. 바로 음란, 혐오, 반종교적인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타투를 바라보는 한국의 부정적인 인식 혹은 법의 현실과 건강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는 영구문신뿐 아니라 반영구 화장을 위한 문신 시술도 늘고 있다. 한국타투협회가 조사한 ‘2017년 타투 및 반영구화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영구 화장 시술 건수는 600만건으로 추산되며 경제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타투시술 건수는 50만 건 이상으로 조사됐고, 경제규모는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의료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받는 타투 시술은 불법으로 규정된다.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는 타투 이외에 눈썹이나 아이라인 등 미용 목적의 문신 역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시술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법 문신 시술이 적발될 경우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벌금형이 부과되고 재범일 경우 벌금이 배로 늘어난다. 만약 3회 적발된다면 3진 아웃제를 적용받아 구속처벌을 받는다.

매년 600만건 이상의 반영구 화장 타투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봤을 때, 이런 법규가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상 횡행하고 있는 타투 시술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황 파악은커녕 관리조차 미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장은 타투가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료자격증을 가진 자에 한해서만 합법적으로 타투시술을 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해 "타투는 병이나 상처를 고치는 의학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의과대학에서도 타투를 다루지 않고 있으며 의료법 그 어디에도 명기돼 있지 않다. 선진국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의술로 타투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타투시술을 위한 염료자체는 의약품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타투염료는 현재 생활화학제품으로 분류돼 환경부에서 매년 3회에 걸쳐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송 회장은 "환경부가 조사를 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현재 수입되고 있는 염료들은 모두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쳐 들어오고 있어 안전성은 확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안전기준에서 벗어난 문신 염료제품은 15개에 그쳤다.

송 회장은 "염료뿐 아니라 타투에 대한 법제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서 체계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며 "건강한 타투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투시술을 법의 사각지대에 장시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위생적인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타투문화가 대중화되고 있는 만큼, 타투시술 양성화 문제는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홍대 인근에서 작업장을 공유하는 타투이스트들은 "한국의 타투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데 합법화가 되지 않아 더 발전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타투시술이 합법화돼서 정부 인증기관이 별도의 자격기준을 만들고, 타투이스트들이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하는 위생개념과 시술도구 사용법 등을 제대로 숙지한 사람에게만 시술권한을 주거나, 염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차원에서 합법적인 사업으로 인정하고, 시술작업장 및 타투 용품의 위생점검 등 관리감독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면 고부가패션산업으로서 타투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