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마크 있어도 오염되거나 유색이면 종량제봉투에

적그물 트레이
PSP 재질의 적그물 트레이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경상남도 김해시 한아파트에 사는 A씨가 '스티로폼'을 재활용에 배출하려고 하자 경비원이 달려와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라며 돌려보냈다. 엄연히 재활용 마크가 찍혀 있는데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스티로폼'은 정말 재활용이 불가능할까. 명칭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스티로폼은 진통제 ‘개보린’처럼 상품명으로, 정식 명칭은 EPS(발포 폴리스타이렌·expanded polystyrene·비드법보온판)다. 비드(bead), 즉 알갱이를 발포해 만든 단열재란 뜻이다. PS(폴리스타이렌수지), 혹은 PSP(발포폴리스타이렌수지)로 분류되는 컵라면 용기, 식품 트레이 등 경량용기 역시 발포방법에 따라 명칭만 달리했을 뿐 ‘폴리스타이렌’ 즉 ‘스티로폼’이라 불리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재질은 모두 같다는 말이다. 

실제 인터넷에는 “‘스티로폼’의 경우 재활용이 되냐”는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 당연히 재활용되는 줄 알고 집 앞에 내놨는데 한 달이 넘게 수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파트는 따로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분류 항목이 나뉘어 있는 등 배출에 혼선이 있는 것.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및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서울시를 포함 대부분의 지자체는 흰색 폴리스타이렌만 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테이프, 운송장, 상표 등은 접착제까지 제거한 후 깨끗이 씻어 배출한 것만 수거한다.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가 버린 '스티로폼'은 PSP 재질의 ‘정육용 적그물 트레이’. 색이 있고 코팅 처리가 된 폴리스타이렌이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색이 섞이면 A등급 ‘인코트(한번 녹인 다음 주형에 흘려 넣어 굳힌 것)’로 재생산되지 않아 업체가 수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폐스티로폼은 제품의 원료인 '인코트'로 재활용하는데, 품질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뉜다.

한 스티로폼 수거업체 대표는 “재활용 배출 불가로 분류된 유색·코팅·오염 스티로폼도 재활용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오염된 스티로폼의 경우 이 과정에서 비용(인건비)도 많이 들고, 만들어봤자 B나 C등급을 받게 된다. 유가성이 떨어지니 거둬들이는 업체도 있고, 비용상 거부하는 업체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기물이나 재활용 처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따르므로 지자체가 수주한 업체에 따라 수거 방식이 달라진다. 가령 김해시와 수주를 맺은 재활용 업체가 유색 폴리스타이렌을 수거하지 않는다면 A씨가 문제를 제기한 PSP 트레이는 재활용 마크가 있더라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는 지자체가 관리하지 않고 단지별로 재활용 업체와 따로 계약을 맺는다. 재활용품을 팔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국의 재활용품 수입 중단으로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을 때 어떤 아파트는 배출할 수 있고, 어떤 아파트는 배출할 수 없었던 이유도 수주업체별로 대응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컵라면 용기는 재활용 표시가 되어 있지만 오염물질에 의해 재활용 불가능으로 분류된다.
PS 재질의 컵라면 용기는 재활용 표시가 되어 있지만 오염물질에 의해 재활용 불가능으로 분류된다.

 

◇ 컵라면 용기는 재활용 될까?

A씨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버려진 스티로폼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수거업체가 이익이 남지 않아 못 가져간다면 수거업체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라든지, 판매자 사용 제한 방식이라든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마트에 가면 오징어 살 때조차 스티로폼 트레이에 포장돼 있는데 버릴 때마다 지구에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특히 컵라면의 경우 먹기만 하면 오염되는데, 그 많은 컵라면은 다 쓰레기란 말인가”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EPS와 PSP의 경우 생산자책임재활용(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단하게 말하면 생산자에게 책임분담금을 포장재 재활용공제조합에 내게 하고, 일정 기금을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재활용업체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EPS나 PSP는 생산자책임재활용 대상이지만 오염된 경우 유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생산된 PSP용기 컵라면은 재활용 대상이지만 먹고나면 재활용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가전제품 완충제 역할을 하는 폐 EPS의 경우 유가성이 좋은 A등급 인코트가 만들어지지만 컵라면 PSP는 6개만 포함되도 B등급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업체가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실 먹고난 컵라면 용기도 바로 씻어서 배출하면 재활용이 가능한데, 오염된 상태로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도 재활용 불가로 명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PS가 완전히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0년이다. 과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당장은 소비자가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해서 생산된 스티로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소장은 "컵라면이나 유색 PSP의 경우 원론상 재활용 할 수 있지만 효율성에 따라 ‘물질 재활용’ 벽에 부딪힌 거다. 이때 정부는 발생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하고, 현재 기술력으로 실효성 있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면 가령 '스티로폼'의 경우 매립이나 바다 유입이 제일 큰 문제니까 소각을 통해 에너지로 재전환하는 기술 같은 것을 개발한다든지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원다소비국가인 우리나라는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자원 재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제도 마련과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된 분리배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분리배출의 핵심은 비움·헹굼·제거·분리 4가지다. 용기 안에 담겨 있는 내용물은 깨끗이 비우고, 이물질과 음식물 등은 한 번 헹구고, 라벨 등 다른 재질 부분은 제거하고 종류별, 제품 성질별로 구분해 배출하는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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