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장례식장에서 쓰이는 일회용품 규제 현실적으로 어려워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중국발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부는 커피숍·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위생 혹은 상황적 특수성 등을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사각지대’도 있다. 불가피한 이유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일회용품 사용규제 ‘사각지대’

실질적인 규제가 어려운 품목으로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부직포 앞치마와 1인용 생수 페트병 등이 있다. 일부 고깃집에서는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 앞치마를 쓰고 있고, 500ml 페트 생수병을 제공한다. 식당 입장에서는 위생에 신경써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고객 입장에서도 청결한 서비스를 원하기는 마찬가지이기에 이들에 대한 사용 규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서울 강남 소재 고깃집을 방문한 박현아(27)씨는 “일반 생수통에 담긴 물은 남이 먹다 남긴 물일 수도 있고 여러 물통에 들어 있던 물을 섞은 것 일수도 있는데 편의점에서 돈 주고 사먹던 페트병 물을 제공받으니까 더 위생적으로 느껴진다”면서 “앞치마도 세탁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찝찝한 경우가 많았는데 1회용을 주니 한결 정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몇몇 고깃집에서는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 앞치마를 쓰고 있다.(권오경 기자)2018.8.17/그린포스트코리아
몇몇 고깃집에서는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 앞치마를 쓰고 있다.(권오경 기자)2018.8.17/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조문객이 오가는 장례식장에서도 밥과 국 등이 종이 혹은 스티로폼 식기에 담겨 나온다. 환경부는 2014년 8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혼례나 회갑연, 상례에 참석한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할 때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조리·세척 시설을 갖춘 장례식장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대학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대부분이 조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단속 대상이 장례식장이어서 상조회사나 상주측에서 일회용품을 가져와 쓰더라도 제재하기 어렵다.

또 상주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정신없는 장례식장에서 설거지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설령 인력을 활용하더라도 장례식장 특성상 사용하는 식기의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기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많은 조문객이 오고 가는 장례식장에서도 밥과 국, 주류 등이 모두 종이 혹은 스티로폼 식기에 담겨 나온다.(MBC 캡처)2018.8.20/그린포스트코리아
많은 조문객이 오가는 장례식장에서도 밥과 국, 주류 등이 모두 종이 혹은 스티로폼 식기에 담겨 나온다.(자료사진)2018.8.20/그린포스트코리아

이런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정부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재활용촉진 자발적 협약 등 고육지책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장례식장 등에서 많이 쓰이는 종이의 경우 유가성이 있어 현장에서 재활용이 되는 비율이 높다고 판단돼 재활용제도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대신 재활용 지정 사업자 제도가 별도로 있어 업계가 자체적으로 사용 및 재활용을 관리하고 정부에 보고할 의무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각 업체마다 재활용 의무율을 정해주고 달성하지 못할 시 부과금이라는 형태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와 달리 재활용지정사업자 제도는 업체의 자율에 맡겨 시행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에 대한 수요창출을 위해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부 입장이 있어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유용지원사업단이 진행 중인 재활용 기술개발사업 중 올해 끝나는 사업이 5개가 있는데, 이를 대체할 아이템을 발굴 중이다. 종이와 스티로폼 등 수십개에 대한 기술수요조사를 한 결과 스티로폼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가급적 종이쪽으로 선정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번 사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시행될 사업 아이템에 가급적 종이를 포함시키려 노력중”이라고 전했다. 

◇ 정부차원 장기대책은 '아직'

환경부는 사용에 대한 규제를 넘어 생산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지난 1일 발표하고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난 봄 발생한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일회용 봉투 사용을 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세탁소 비닐, 운송용 에어캡(뽁뽁이), 우산용 비닐, 일회용 비닐장갑, 식품 포장용 랩 등 5종을 EPR 품목에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기존에 개발된 기술에 대해 단기실증화사업을 진행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서 실제 현장에서 실용성을 점검하고 분리선별 기술, 폐비닐 성형제품 제조기술, 폐유리 재활용 기술, 시멘트 제조공정에서 기존의 무연탄 대신 폐합성수지, 폐플라스틱을 대체사용하는 공정개발사업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처럼 일회용품에 대한 생산규제를 강화하고 단·중기 대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7년 단위의 장기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바 없다"면서 "기존의 사업단 외에 별도로 향후 어떤 폐기물 분야에서 어떤 기술개발을 해야 하는지 세부적으로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폐기물 재활용 R&D 방안 등 정부의 장기적인 대책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실질적으로 활용성이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환경산업의 활성화'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