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먹거리·농촌 체험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

기후변화, 나쁜 대기질, 물 부족 등 환경문제 해결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다. 환경문제는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주지만, 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보인다. 전 세계가 환경을 걱정하는데, 이를 외면하고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의 가치를 좇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농사펀드.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농사펀드.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규모의 경제가 농산물에 적용이 되면, 우리의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판매 걱정없이 본인의 철학대로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과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받고 싶은 도시민들의 바람을 모아 (주)농사펀드 박종범 대표는 '도시와 농촌이 친구'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영농자금 마련 혹은 판로문제 등이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재배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면서 “밀식, 농약, 화학비료 등으로 재배된 농산물들이 결국 도시민의 입 속으로 직결되는만큼 농부들의 불안은 곧 우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밀식, 농약, 화학비료 등으로 재배된 농산물들이 결국 도시민의 입 속으로 직결되는만큼 농부들의 불안은 곧 우리의 문제”
“밀식, 농약, 화학비료 등으로 재배된 농산물들이 결국 도시민의 입 속으로 직결되는만큼 농부들의 불안은 곧 우리의 문제”.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박 대표는 이어 “이같은 문제를 스스로 개선하고자 기존의 판로를 거치지 않고 도시민들에게 환경적인 방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농사펀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4월 오픈한 ‘농사펀드’는 농부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유통방식을 활용한다. ‘농사펀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와 농부를 직접 연결한다. 우선 ‘농사펀드’는 엄격한 기준으로 농부를 선정한다. 이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를 모집하고 소비자는 농부의 생산계획과 과정을 보고 펀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농부는 이렇게 모인 후원금으로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소비자는 플랫폼을 통해 펀딩을 하는 과정에서 단순 구매뿐 아니라 체험을 할 수도 있다.

◇ 직거래로 친환경 먹거리 제공뿐 아니라 잘못된 유통구조 개선까지

박 대표가 '농사펀드'를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전북 무주에서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다. 할머니가 매실 5kg 박스 4박스, 총 20kg를 수확해 판매한 후 통장에 입금된 돈은 단돈 500원이었다. 상하차비용(물류비) 및 상인 수익 등을 빼고나니 500원이 입금된 것.

박 대표는 "당시 할머니가 더운 여름날 매실을 주으며 몇 시간을 고생했는데 고작 500원이라니. 이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농사펀드라는 크라우드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간 비용을 줄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할머니에게 소비자들이 공정한 것을 보상해드리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 농사펀드는 할머니가 매실을 따고 박스에 넣어서 발송하는 과정에 대한 비용을 직접 정할 수 있게 도와드리면 할머니는 다 팔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없이 판매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시작한 '농사펀드'의 대표 사례인 '품종별 자두펀딩 프로젝트'는 판로문제를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품종의 자두를 시기별로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사전 수요자를 모집하기 위해 오픈한 펀딩은 3일 만에 목표 자금 100%를 달성했고 30일 만에 1568만9500원의 후원을 받았다. 생산자는 수확 전 모인 투자 고객 덕분에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중간 유통기간없이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한 자두를 먹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인 '소비자 맞춤 명란젓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발색제 및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 명란’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오픈 1시간 만에 목표자금을 100% 달성했고 28일 만에 총 1678만3000원의 후원을 받았다.

◇농촌과 도시의 거리 좁히는 '친환경 플랫폼'

박 대표는 “농촌과 도시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또 농촌과 도시에서의 시간이 느리게 흐를수록 도시민들의 식생활은 그 안전성을 보장받는다”고 말한다.

그는 "하지만 쌀 같은 경우 소비자들이 4월에 투자하면 12월에 수확물을 받게 된다. 쌀이라는 건 마트에 가면 있는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실 농업이 기업화되고 대형화될수록 농부에게도 돌아오는 수익은 더 크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정부로부터 50%의 지원금을 받고 유통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농사를 하고 싶은 농부들은 거름을 활용하는데 이 경우 화학비료를 쓸 때보다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되고 결과적으로 수확시기가 느려져 소비자들에게서 외면받게 된다"고 농업 구조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아이러니한 농업구조 속에서 농사로써 벌어먹고 살려면 결국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에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 고양시 우버농장에서 진행된 ‘노마드농부’의 ‘토종쌀 자급자족 프로젝트’의 경우, 소비자들은 직접 토종벼 품종을 심으며 농업활동에 참여했다. 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 고양시 우버농장에서 진행된 ‘노마드농부’의 ‘토종쌀 자급자족 프로젝트’의 경우, 소비자들은 직접 토종벼 품종을 심으며 농업활동에 참여했다. 2018.8.16/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 고양시 우버농장에서 진행된 ‘노마드농부’의 ‘토종쌀 자급자족 프로젝트’에는 78명이 참여했다. 소비자들은 직접 토종벼 품종을 심으며 농업활동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토종쌀의 가치는 물론이고 농부들의 노동환경까지 알 수 있었다. 소비자인 동시에 참여자인 이들은 다양한 토종벼 품종을 직접 심으며 논에 대한 촉감이,나 품종에 따라 다른 밥맛 등을 느껴보고 농부의 노동강도까지 체험해볼 수 있었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A씨는 “내가 먹는 농산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참여해보니 먹거리에 대해 대형 유통이 제시하는 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세우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대표는 “먹는 사람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매일 쌀을 먹고 김치도 먹고 하는데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물건과 음식에 담긴 의미와 마음, 정성을 아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농사펀드’를 통해 농부의 말과 생각, 농부의 땀을 직접 같이 경험하면서 깨달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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